한 뼘 짜리 아기

그 한 뼘이 귀해지는 육아

by 소소황

2022년이 벌써 4개월 차에 접어들었고, 우리집 작은 인간은 생후 29개월에 접어들었다. 하루하루 바삐 성장하는 아기를 보는 남편은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제 겨우 입을 떼나 싶더니 고작 며칠 만에 문장을 구사했고, 남들보다 말이 조금 늦는 것은 아닐까 띄엄띄엄했던 걱정이 남편의 괜한 걱정이었음에 감사했다. 그리고 아내와 아기가 잠들고 난 후의 적막한 시간, 남편의 진정한 자유시간이 찾아오면 그날 하루, 지난 1주일, 멀어져 버린 과거들을 회상하곤 했다.


남편과 가족에게 작년 한 해는 꽤나 큰 변화의 연속이었다. 작은 인간이랑 놀아주던 남편의 아버지가 아기를 보호하려다 눈을 크게 다쳤고, 대수술을 거쳤다. 사고가 있기 고작 몇 개월 전 남편은 새로운 직장으로 적을 옮겨 11년 만에 새로운 회사 시스템에 적응 중이었고, 사고가 있던 즈음에는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남편의 할아버지, 그리고 할머니가 연달아 눈을 감으셨다. 연이은 장례식과 동시에 아내는 경력단절을 극복하고 취직에 성공했으며, 그로 인해 아기는 난생처음 가족의 품을 벗어나 아기 나름의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 모든 변화가 고작 3, 4개월 안에 이루어지는 동안 우리집 작은 인간은 부단히 성장했으며, 모든 가족 구성원들의 생활패턴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크고 작은 변화 속에서도 우리집 작은 인간은 부단히 성장해왔다. 남편이 취미로 키우는 집안 화분들에 호기심을 보이며 이파리를 뜯어내던 것도 잠시, 이제는 종종 남편과 함께 화분에 물을 주곤 한다. 집어던지기만 하던 인형 친구들도 어느덧 옆자리에 초대해 함께 애니메이션을 보고, 책을 읽곤 한다. 품에 안겨 잠들던 아기는 아내의 옆에서 조잘대다 잠들기 시작했으며, 출근하는 남편에게 사랑한다는 제스처와 함께 뽀뽀도 해주고 있다.


격변의 시간이 흘러왔지만 현재는 늘 평화롭다고 느끼는 남편이었다. 그리고 그 평화로움이 소중하고, 항상 지금만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되는 남편이다.



상반신이 뼘에 들어오던 아기는 이제 어깨너비가 한 뼘이다. 불쑥 커버린 우리집 작은 인간의 모습에 사라져 가는 아기스러움이 아쉬울 때면 남편은 아기의 어깨 너비를 재어보곤 했다. 한 손안에 들어오는 아기의 어깨를 확인하면, 여전히 참으로 작다는 사실에 내심 안도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한 뼘만으로는 신체를 측정할 수 없을 예정된 미래를 떠올리며 현재를 감사하자고 되뇌곤 했다.


격변의 시기를 잘 견뎌낸 우리가족이 대견하고, 그 덕분에 찾아온 평화로운 시간이 지속되고 있다. 비록 코로나로 어린이집도 못 가고 집콕이 계속되지만, 이모님을 잘 만나 다행이다. 아직 장난감을 어지르는 재미에 빠져있는 듯 하지만, 해봐야 장난감이 몇 개 없어 다행이다. 부정확한 발음을 못 알아듣곤 하는 아빠이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의사표현을 해줘서 다행이다. 자다 잠시 깰 때면 엄마랑만 있겠다고 아빠를 밀쳐내지만, 동이 트면 아빠를 찾아줘서 참 다행이다.


남편은 아직도 한 뼘에 어깨가 감싸지는 우리집 작은 인간이 신기하다. 몸무게가 3배가 넘도록 훌쩍 커버린 아기를 여전히 슬기롭게 보육하는 아내가 대견하다. 아직은 멀었지만 언젠가는 남편보다 커버릴 작은 인간의 미래가 궁금하다.


때론 어깨가 조금 무거운 아빠가 되어가고 있다. 사실은 이미 아빠지만. 솔직히 어깨는 진작에 무거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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