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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Aug 26. 2022

우리를 북한이라 부르지 말아 달라!

상하이에서 북한축구대표팀을 만났는데

상하이 홍커우 경기장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 상하이 푸둥공항까지의 비행시간은 약 2시간이다. 기내식 먹고 잠깐 눈을 붙이면 도착하는 곳이다. 나를 포함한 취재진은 사전에 현지 교통수단으로 미니버스를 십시일반으로 비용을 대 대절했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이동하므로 훈련장, 경기장 취재를 수월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공항에서 바로 전용 차량으로 이동하니 편안함부터 느껴졌다.


상하이 시내의 한 호텔에서 숙박했는데 알고 보니 호텔 오너가 한국인이라고 했다. 그래서였나? 호텔 TV에서는 공중파 3사의 방송이 나오기도 했다. 이 당시 국내에서는 연예인 사건사고 이슈가 컸는데, 호텔 방에서 일할 때 항상 한국 방송을 틀어놓고 있어서 관련 뉴스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시청했었다.


시차가 1시간밖에 나지 않는 곳이고, 항공 이동도 짧았기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취재 일정이 시작됐다. 도착한 오후 늦게 상하이 시내 한 대학 운동장에서 축구대표팀의 훈련이 시작됐다. 취재진도 시간 맞춰 이동해 훈련을 지켜보고 관련 기사를 작성했다. 잔디 운동장 하나 널찍하게 있는 운동장이어서 따로 앉을 자리도 없었다.


그래서 다들 바닥에 앉아 급하게 기사를 마감했다. 이 당시에 노트북 USB에 연결하는 인터넷 모뎀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로밍해서 해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었는데 다들 노트북에 이것을 끼고 서둘러 기사를 마감해 전송했다. (이 장비가 배터리를 많이 잡아먹어 최대한 빨리 기사를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었다) 


앉을 자리가 없어서 바닥에 앉아 기사를 썼다


급한 기사부터 얼른 정리를 한 뒤 남은 시간 동안은 훈련을 보면서 나름대로 분석했고 근처에 같이 있는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과도 얘기하며 정보를 얻기도 했다.



이때 기성용이 대표팀 막내로 처음 선발됐는데 자신감에 찬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기성용은 북한과의 경기를 앞두고 치른 평가전을 통해 성공적인 A매치 데뷔를 해 다들 기대하고 지켜보는 중이었다.



상하이에서는 처음 북한 음식을 맛보기도 했다. 일정이 끝난 뒤 기자단은 단체로 상하이 시내 한 북한 음식점을 찾았다. 그 유명한 옥류관은 아니지만, 다양한 북한 음식을 팔고 북한에서 온 이들이 경영과 서빙 등을 하는 곳이다. 평양소주와 대동강맥주는 한국에서 마시던 소주, 맥주와는 조금 다르고 쓰기도 했다.


평양소주는 독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음식점이기에 중간중간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그래서 유명한 북한 노래인 “반갑습니다”를 식사하면서 들을 기회도 생겼다.


반갑습니다를 부르던 북한 직원과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중국에서의 일정은 단조로웠다. 다음날인 9월 8일도 오전 내내 호텔 내에서 일하다 시간 맞춰 훈련장으로 이동해 훈련을 지켜보고 기사를 썼다. 그리고 이날은 북한이 경기가 열리는 홍커우 경기장에서 훈련한다는 말을 듣고 경기장을 찾았다. 재일교포로서 한국 여권과 북한 여권을 모두 소지하고 있는 정대세의 배경은 월드컵 예선 기간 내내 화제였다. 북한은 선수단을 통제했지만, 일본에서 자란 정대세와 안영학은 제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북한 선수 중에서는 유일하게 이들과 짧게나마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경기 전날인 9월 9일도 홍커우 경기장으로 향했다. 양팀 감독의 경기 전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었다. 허정무 감독과 북한 김정훈 감독이 시간을 두고 경기장 내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북한에서 온 기자가 1명도 보이지 않았던 가운데 김정훈 감독은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짧지만 하나하나 성의껏 답했다. 그런데 갑자기 김정훈 감독의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이 진행되기 전 허정무 감독과 북한 김정훈 감독이 대화를 나눴다


한국 기자들이 “북한은~~~”, “북한이~~~” 이렇게 운을 떼며 질문을 하자


우리의 정확한 명칭은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 대표팀이다. 북한이라 부르지 말고 정확하게 불러달라

남북이 서로 대화할 때 양측 호칭으로는 남측, 북측 혹은 남, 북 이렇게 한다고 한다. 이는 남북 합의에 바탕을 두었다고 한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관례로 그렇게 했던 만큼 김정훈 감독의 버럭도 이해가 됐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도 이런 사정을 고려해 김정훈 감독의 발언 직후 “북측이라고 말해주길 바란다”라고 했다. 그런데도 일부 기자들은 꿋꿋이 “북한”이라고 했다. 나중에 듣기론 일부러 도발하려고 그랬다고 한다.

그렇게 상하이에서의 남북전은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 


경기 전날 홍커우 경기장을 밟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겪을 사고도 서서히 다가오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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