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라와 레즈 홈경기장을 들어서면서 받은 충격
일본 J리그 축구팀들 중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리는 팀은 사이타마를 연고로 하는 우라와 레드 다이아몬즈다. 줄여서 우라와 레즈라 부르기도 한다. 팀 컬러인 ‘레드’만으로도 팀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라와 레즈는 사이타마에 위치한 사이타마 스타디움 2002를 홈경기장으로 사용한다. 이곳은 2002 한일 월드컵 때 지어진 약 64,0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대형 경기장이고, 도쿄국립경기장 재건축 기간 동안에는 일본 축구국가대표팀의 홈경기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지금은 도쿄국립경기장이 홈경기장이다)
경기당 평균 35,000~40,000명의 팬들이 찾는 팀이다. 주말에 빅매치는 거대한 경기장이 꽉 차고, 엄청난 응원과 카드섹션을 펼친다. 그 모습은 장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팬들은 막장 행동을 일삼아 논란과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2014년 3월에는 경기장에서 인종차별 행위를 해 서포터스 단체가 해산하기도 했다.
말 많은 팀이지만 축구를 좋아하는 이라면 한번쯤 우라와 레즈의 홈경기를 찾는 것을 권하고 싶다. 경기장을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뜨거운 축구 열기를 느낄 수 있다. 우라와 레즈 서포터스의 엄청난 퍼포먼스도 눈으로 직접 즐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 사이타마는 여러 차례 들렀지만, 사이타마 스타디움 2002는 2007년과 2015년에 방문해 경기를 지켜봤다. 그리고 실제 본 우라와 레즈 서포터스의 모습에 큰 인상을 받았다.
우라와 레즈의 경기를 현장에서 처음 본 것은 2007년 9월이었다. 전북현대모터스가 2006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듬해 대회인 2007년에 8강으로 자동 진출한 상태였다. AFC 챔피언스리그는 현재의 모습으로 개편되기 전인 2008년까지는 리그별로 2팀인 리그와 FA컵 우승팀만이 이듬해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다. 전북현대모터스는 2006년 리그 성적이 11위에 그쳤지만, 우승팀 자동 진출 혜택을 받았다.
2007년 9월 16일, 전북현대모터스 선수단과 함께 김포국제공항에서 도쿄 하네다국제공항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사이타마로 가기 위해서는 도쿄에서 차량을 이동해야 했다. 사이타마는 사이타마현청 소재지로 우라와, 오미야, 요노, 이와츠키 등이 통합한 시다. 하네다국제공항에서는 차량으로 1시간 정도 걸렸다. 그리고 숙소로 정한 곳은 오미야역 근처에 위치한 팰리스 호텔 오미야였다. 이 호텔은 일본 축구국가대표팀이 사이타마 스타디움 2002에서 경기할 때 숙소로 쓰는 호텔이었다고 한다.
사이타마 특히 우라와는 축구의 도시라 불린다. 우라와역 근처는 우라와 레즈와 관련한 풍경을 볼 수 있다. 반대로 이 때 내가 머물렀던 오미야역 주위는 우라와 레즈의 분위기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지역이었다. 오미야에는 우라와 레즈와 ‘사이타마 더비’를 치르는 지역 라이벌 팀인 오미야 아르디자가 있기 때문이다.
사이타마에 가면 축구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장소는 우라와 레즈가 운영하는 ‘레즈 랜드’였다. 구단의 도움 덕에 레즈 랜드를 방문할 수 있었는데 구단이 운영하는 체육 시설이었다.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이자 연고지와 지역민들에게 우라와 레즈를 심어줄 수 있는 장소였다.
이곳은 바다도 없고 높은 언덕도 없지만 레즈 랜드를 통해 자연의 오아시스를 제공하고 싶다. 이것이 레즈 랜드의 소망이다
당시 기사에도 언급했지만, 이런 장소는 취재 후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국내에는 찾아볼 수 없다. 운영을 위해서는 쉽지 않은 자금과 시간, 인력이 필요하지만 전향적인 자세도 필요하다고 본다.
전북현대모터스는 도착 다음 날 훈련을 시작했다. 그리고 경기를 앞두고 특별한 유니폼을 공개했다. 아시아 챔피언을 상징하는 ‘왕별’ 유니폼이었다. 리그 우승을 하면 상징적으로 구단 엠블럼 위에 별을 넣어 우승을 표시한다. 전북현대모터스는 당시 리그 우승은 없었지만, 국내 최초로 AFC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했다. 그래서 타 팀이 리그 우승 시 부착하던 별의 크기보다 조금 더 큰 사이즈의 별을 유니폼에 부착했다. 전년도 우승팀으로서의 자긍심을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2007년 9월 19일. 전북현대모터스는 우라와 레즈와 8강 1차전을 치렀다. 경기가 열리는 사이타마 스타디움 2002에 들어선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경기를 보러 온 3만여 우라와 레즈 팬들이 퍼포먼스를 펼치며 응원을 벌이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퍼포먼스에 그저 경기 시작 전까지 멍하니 응원하는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
북측 스탠드에서는 수많은 깃발이 휘날렸고, PRIDE OF URAWA 라는 문구의 걸개가 올라왔다. 이 모습을 찍으려 하자 기자석을 담당하던 우라와 레즈 구단 직원이 살짝 자리를 피해 배려해주기도 했다. 동쪽 스탠드에서는 하트 안에 12가 새겨진 걸개 2개가 펼쳐졌다. 전북현대모터스 선수들로서는 위압감을 느낄 수 있는 경기장 분위기였다.
그리고 우려는 결과로 드러났다. 우라와 레즈의 공세는 대단했고 2-1로 승리했다. 전북현대모터스는 후반 46분 최진철이 1골을 만회해 4강행의 불씨를 살렸다.
그렇지만 우라와 레즈 서포터스의 응원은 경기를 마치고, 경기장을 떠나 숙소로 돌아오고, 그 다음날 귀국할 때까지 뇌리에 박혔다. 일주일 뒤에는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8강 2차전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우라와 레즈의 대규모 원정 팬들의 응원이 걱정되기도 했다. 그 우려는 현실이 됐다. 3,000여명의 우라와 레즈 팬들이 한국으로 건너왔고 전주월드컵경기장의 분위기를 압도했다.
결과는 0-2 패배. 전북현대모터스는 8강에서 탈락했다. 우라와 레즈는 그해 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르며 일본 팀 최초로 우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