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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Jul 05. 2022

아니 여기까지 찾아왔어?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지도만 보고 훈련장을 찾아갔다

국내에서는 어딘가를 갈 때 항상 네이버지도나 카카오맵 앱을 활용한다. 외국에 나갔을 때는 구글맵 앱을 실행한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없던 때는 어딘가를 갈 때 항상 지도나 약도를 꺼내 보거나, 가는 방법을 적은 메모를 보면서 이동했다. 혹은 무작정 가기도 했다. 2006년 12월 일본 요코하마에 있는 미츠자와공원구기장과 치바 신나라시노역 근처에 있던 다이이치 컷터필드를 찾아갈 때 그랬다.


2006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 나선 전북현대모터스는 미츠자와공원구기장에서 팀 훈련을 진행했다. 그날은 겨울비가 주적주적 내리던 날이었다. 엉겁결에 신주쿠역에서 쇼난신주쿠라인을 타고 요코하마역까지 빠르게 갔다. 이후 돌아올 때는 요코하마역에서 케이힌토호쿠센을 타고 신오쿠보로 돌아왔다. 둘의 30분 이상 차이났다. 요즘이라면 앱이 알려준대로 빠르게 이동했을 것이다. 그리고 요코하마역에서 과감히 택시를 탔다. 알지도 못하는 길인데 목적지만 말해주면 바로 앞으로 가니 말이다. 


다행히 챙겨온 우산을 쓰고 미츠자와공원구기장을 왔다. 때마침 훈련을 하러 전북현대모터스 선수단이 도착했다. 서로 반갑게 눈 인사를 했고, 훈련을 지켜봤다. 종료 후에는 짧은 플래시 인터뷰도 진행했다. 첫 경기를 앞두고 있었던 만큼 밝으면서도 긴장이 섞인 분위기였다. 


비오는 요코하마 미츠자와공원구기장

미츠자와공원구기장에서는 한 일본인 PD를 알게 됐다. 그는 주관방송사인 닛폰테레비(NTV)의 PD였다. NTV는 오랫동안 일본에서 열린 클럽 월드컵을 독점 중계했다. 그래서 이 PD도 출전팀인 전북현대모터스 선수단의 훈련을 지켜봤다. 2시간 가량을 같은 공간에 있다 보니 서로 조금씩 대화를 나눴다. 서로 짧은 영어, 일본어를 뒤섞어가며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그리고 이 PD는 대뜸 저녁 식사를 하러 가자는 제안을 했다. 나를 비롯한 한국 취재진 여러 명은 쾌재를 불렀다. 당연히 공짜로 식사를 할 것이라는 기대였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이 PD도 요코하마는 잘 몰랐나보다. 미츠자와공원구기장에서 요코하마역까지 다 같이 걸어간 것이다. 비 오는 요코하마 거리를 무려 30여분이나 걸었고, 힘겹게 한 식당에 들어섰다. 배는 고프니 이것저것 주문해서 게걸스럽게 먹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제가 이만큼 내고 나머지는 더치 페이 어떠세요?


이 PD가 계산을 하더니 더치 페이를 제안했다! 일정 금액은 자기가 낼 테니 나머지 금액은 우리에게 1/n을 하라는 것이다. 인원도 많았으니 그 PD가 음식값을 혼자 다 부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입맛을 다시며 각출했다. 그래도 그 덕에 저녁 시간을 즐겁게 즐긴 듯하다.


며칠 뒤에는 치바로 떠났다. 전북현대모터스 선수단의 훈련이 이번에는 치바에 있는 한 운동장에서 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노선도를 보면서 찾아갔다. 가는 길에 전차 창문 밖으로 저 멀리 놀이기구가 보이는 듯 했다. 그걸 보자 순간 “도쿄 디즈니랜드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것이 진짜 도쿄 디즈니랜드인지는 모르겠다. 치바에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으니 그런가보다 하는 순진한 생각이었다.


관광객은 1명도 오지 않을 듯한 치바의 신나라시노역에서 내렸다. 역 주위 지도를 보니 몇 분 거리에 운동장이 있었다. 보안요원들이 있었지만 목에 걸고 있는 AD카드를 보자 바로 들여보내줬다. 그리고 조금 기다리니 전북현대모터스 선수단이 탄 버스가 도착했다. 


여기에 취재를 온 이는 내가 유일했다. 최강희 감독은 나를 보자마자 “여기까지 다 왔네?”라며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차례대로 버스에서 내린 선수들도 나를 보면서 미소를 짓고 눈인사를 했다. 


선수들은 훈련을 시작했고 난 한켠에 서서 지켜봤다. 이제 1시간 반 혹은 2시간 동안 나홀로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훈련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때 근처에 있던 대회 관계자가 내게 말을 했다. 그 말에 난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오늘 훈련은 15분만 공개합니다. 인터뷰도 없습니다.


아! 이럴수가. 사전에 공지가 됐다면 오지 않아도 됐을 텐데… 타 사 동료 기자들이 훈련장에 오지 않고 다른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으로 바로 간 선택이 부러웠다. 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짐을 챙겨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갔다. 가던 중에는 갑자기 비가 내려 급히 편의점에서 500엔짜리 비닐 우산 하나를 샀다. 숙소에 두고 온 우산이 생각났다.


겨울비 내리는 역 안에서 도쿄로 가는 전차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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