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때문에 오다이바에 가다
도쿄를 찾는 여행객들에게 필수적인 관광 장소가 있다. 인공섬으로 유명한 오다이바다. 오다이바는 일본의 유명한 드라마 <춤추는 대수사선(踊る大捜査線)>의 배경이 되는 완간서가 있는 곳이자 레인보우 브리지, 자유의 여신상, 대형 모형 건담 등이 있다. 아마 도쿄를 찾은 이들은 한 번 이상은 가봤을 곳이라 생각한다.
기사를 찾아보니 2006년 12월 8일이었다. 2006 FIFA 클럽 월드컵에 출전한 전북현대모터스 선수단이 대회를 앞두고 프레스 컨퍼런스를 했다. 국제스포츠대회에 참가한 팀들은 대회 개막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는 경우가 많다. 전북현대모터스도 마찬가지로 대회에 임하는 각오 등을 밝히기 위해 프레스 컨퍼런스를 했다.
기자회견이 열린 곳은 도쿄 오다이바에 위치한 그랜드 닛코 오다이바였다. (내가 쓴 기사에 표기된 호텔명을 볼 때) 당시에는 닛코 호텔로 불렸던 듯하다. 대회에 참가했던 전북현대모터스 선수단의 숙소가 이 호텔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기자회견도 자연스레 숙박하고 있는 호텔에서 진행했던 것 같다.
국제대회의 프레스 컨퍼런스에 자리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당연히 생소하고 신기하고 두근거렸다. 사진기자가 동행하지 않았기에 일부러 맨 앞자리에 앉았다. 기자회견 중간중간 사진도 찍어야 했으니까.
이 기자회견 취재는 나를 포함해서 한국 기자는 총 3명이 갔었다. 그때 우리의 베이스캠프는 신오쿠보였다. 신오쿠보를 잡은 이유는 단순했다. 코리언타운이라 조금이라도 편하게 지낼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 이후에도 몇 년간 신오쿠보에 숙소를 몇 차례 잡았다) 게다가 신오쿠보에는 (지금도 그렇겠지만) 한국인이 운영하는 호텔, 민박들이 즐비했다. 취재를 위해 지도 하나 들고 이곳저곳을 다녀야 하는 입장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숙박업소는 여러모로 편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알음알음 신오쿠보에서 오다이바로 이동했다. 신바시역에서 오다이바로 이동할 때 타야 하는 무인 열차인 유리카모메를 타고 갔는데, 이때 국내에는 무인열차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를 탄 것 마냥 앞자리에 앉아 신기하게 두리번거렸다.
그랜드 닛코 오다이바는 다이바역에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 일행은 다이바역에서 하차했는데 당연히 초행길이다보니 두리번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때 한 명이 역무원으로 보이는 분에게 다가가 영어로 그랜드 닛코 오다이바로 가는 방향을 물었다. 하지만 그분은 못 알아들었는지 갸우뚱했다. 그래서 내가 한 마디 했다.
“닛코 호테루 코치라데스까(닛코 호텔 이쪽입니까)”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 분은 바로 가는 방향을 매우 친절하게 안내했다. 그러자 먼저 말을 건넸던 일행은 “일본식으로 발음을 했어야 했나 보다”라며 웃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었다.
호텔 안 기자회견장은 큼직했다. 최강희 감독과 전북현대모터스 선수들이 기자회견장에 들어오자 한국 기자들과 눈이 마주쳤다. 넓은 공간에 한국 기자는 몇 명 없으니 바로 눈에 띄었다. 기자회견 중에도 눈 인사는 이어졌다. 전북현대모터스 미드필더였던 김형범은 내 얼굴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나도 미소로 답했다.
동시통역도 준비되어 있었다. 그 덕에 동시통역기를 처음 써보는 경험도 했다. 통역기 채널을 돌릴 때마다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다양한 언어가 거의 실시간으로 통역되어 들리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내가 국제대회에 참여하고 취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는 순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