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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Aug 25. 2022

내일이 출국인데 비자는 나오는 거야?

중국의 까탈스러웠던 취재비자 발급 허가

상하이 시내의 한 대형 쇼핑몰


내가 중국을 처음 간 것은 2008년 9월이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예선이 한창일 때였는데 한국은 북한과 3차 예선에 이어 최종예선까지 같은 조에 속했다. 홈 앤드 어웨이로 진행되기에 당연히 북한 원정을 하러 가야 하지만, 북한은 한국 선수단 및 취재단의 북한 방북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북한은 평양(혹은 다른 북한 도시에서 할) 홈경기를 중국 상하이에서 치렀다. 그렇다 보니 한국은 2번의 북한 원정경기를 상하이에서 치르는 것으로 대신했다. 난 2008년 9월 10일 중국 상하이 홍커우 경기장에서 열렸던 남북전 취재를 위한 준비를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중국에 가기 위해서는 비자를 받아야 한다. 지금은 코로나19 상황으로 중국 입국 자체가 힘들지만,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여행사를 통해 관광비자를 신청하면 30일 체류가 가능한 관광비자(L비자라고 한다)가 일주일 내로 발급됐다. 하지만 나는 관광비자가 아닌 취재비자(단기취재비자는 J-2비자라고 한다)를 받아야 했다. 그래서 대한축구협회가 중국축구협회를 통해 초청장을 요청하고, 중국축구협회가 주한중국영사관에 초청장을 보내면, 내가 직접 영사관을 방문하거나 여행사에 맡겨 비자 신청을 하는 것이다.


절차는 간단한데 중국축구협회가 초청장 발급을 차일피일 미루는 게 문제였다. 선수단은 경기를 치르러 가야 하기에 일정에 맞게 비자가 나왔지만 나를 비롯한 취재진은 예정됐던 출국일을 앞두고 깜깜무소식이었다. 회사에서도 중국 출장은 취소하는 분위기였다. 그래도 일단 예약한 항공 및 호텔은 취소하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도 계속 연락을 취했지만, 초청장 발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출장이 무산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걱정도 들었다. 출국 2일 전인 9월 5일 금요일 오후, 대한축구협회에서 연락이 왔다. 초청장 발급이 됐고 비자 신청을 하라는 것. 그런데 순간 고개를 갸우뚱했다.


초청장이 나왔습니다. 내일 저녁 7시에 여권과 비자 수수료를 갖고 중국영사관에 가서 비자를 발급 받으면 됩니다


“내일 저녁이라고?” 왜냐하면 9월 6일은 토요일이었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토요일 저녁에 행정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소 꺼림직했지만, 명동 근처에 있는 중국영사관으로 향했다.



가는 길목에는 중국 비자 대행을 업으로 하는 분들이 서성거렸다. 그분들이 “비자 받으러 가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하자, “일반인은 영사관에 들어가지 못한다. 출입증이 있어야 한다”면서 자기들에게 맡기라고 했다.


그런 말들은 한 귀로 흘리고 영사관을 향해 걸어갔다. 언덕길이었는데 누군가가 내려오고 있었다. 타 사의 취재진이었다. 서로 지나치면서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아 비자가 발급되나 보다”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영사관 입구에 도착한 뒤 벨을 누르고 용건을 말하자 문이 열렸다. 영사관 앞에 도착할 때까지 호객(?) 행위를 하던 이들은 그 모습을 보고 순간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정상적으로는 절대 영사관 문이 열리지 않기 때문이니까.


다소 긴장된 마음속에 영사관 내부를 들어가니 비자 발급 창구가 있었다. 여권과 사진, 명함과 수수료를 내니 몇 분 뒤에 비자가 나왔다. 여권 한 페이지에 중국 비자가 붙어있었다. 그리고 상단에는 J-2라고 적혀 있었다. 체류 기간도 단 5일에 불과했다. 딱 취재 일정에 맞게 체류 허가가 나온 것이다.


애를 태웠던 비자가 나왔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 짐을 싸는 것만 남았다. 설렘과 긴장된 마음을 안고 다음 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을 타고 상하이로 떠났다. 내 첫 번째 중국 입국이었다.


J-2비자는 이후에도 날 고생하게 했다. 몇 년 뒤 2번 더 J-2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때는 내가 단독으로 진행해야 해서 더더욱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게 했다. 그 과정을 누군가에게 얘기하니 내게 이렇게 말했다.

중국은 공산국가잖아



힘겹게 상하이에 도착해 취재 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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