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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Aug 27. 2022

남북전을 앞두고 어디서 타는 냄새가 나는 거지?

내가 노트북 어댑터를 2개 갖고 다니는 이유

경기날 경기장 근처 라멘 가게(오른쪽)에서 간단히 식사를 했다


해외로 일주일 이상 체류할 경우 노트북을 2개 챙기든지 아니면 노트북 어댑터를 2개 갖고 간다. 그 습관이 생긴 것은 이때의 기억 때문이다. 2008년 9월 10일 중국 상하이 홍커우 경기장에서 열렸던 남북전 취재 중 내게 닥쳤던 아찔한 기억 때문이다.


해외 취재하러 가면 경기 당일은 잠시나마 여유 시간이 생긴다. 경기가 저녁 시간에 열리기 때문에 대략 낮에 4~5시간 정도의 자유시간을 보낼 수 있다. 대부분 그 시간을 이용해 짧은 관광을 즐긴다. 그러나 이때 나는 상하이 시내 구경을 하지 못했다. 몇 년 뒤 상하이 출장이 한 번 더 있었지만, 그때도 관광할 기회는 오지 않았다. 결국 지금까지 내게 상하이는 공항, 운동장, 호텔만 떠오르는 곳이다.


첫날부터 같이 일정을 보낸 타 사 기자들은 오전 식사 후 대절한 버스를 이용해 시내 관광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난 경기 날 오전에 도착한 동료 기자의 전화를 받고 급히 공항으로 향했다. 당초 경기장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비자에 문제가 생겨 장비 반입이 되지 않은 것이다.


서로 멘붕이 된 상태로 공항에서 만나 씁쓸하게 웃었다. 관광은 고사하고 저녁에 있을 경기 취재에 대한 고민을 한 채 경기장으로 바로 이동해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홍커우 경기장은 상하이 선화의 홈경기장이어서 구단 용품샵이 있었다


식사 후 다행히 경기장 기자실 문을 일찍 열어 안에서 대기할 수 있었다. 딱히 할 일이 없었기에 노트북을 켜고 인터넷 서핑하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경기 시작 2시간 정도가 남았을 때였다.


갑자기 내 주위에서 타는 냄새가 났다. 그리고 노트북 전원을 보니 배터리로 전환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책상에 연결된 전원에 이상이 생긴 줄 알았다. 어댑터를 보니 전원 연결을 하면 켜주는 전구가 꺼져 있었으니까. 그런데 어댑터를 만져보니 뜨거웠다. 그리고 냄새의 진원지는 어댑터였다.


설마 하는 마음을 가진 채 다른 전원에 연결했다. 그리고 전원은 들어오지 않았다. 어댑터 내부가 타버린 것이었다.


그래도 동료 노트북이 있으니 경기 종료 후에는 동료의 노트북을 빌려 쓰기로 했다. 그리고 최대한 배터리 전원을 아끼며 기사를 만들었다. 경기는 1-1로 비겼고 기성용이 귀중한 골을 넣었다.



경기 후 동료 기자를 만났다. 그런데..


내 노트북 어댑터도 타버렸다


머릿속이 순간 하얗게 됐다. 당장 후속 기사를 준비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다행히 다음 날 오전 일찍 타 사 기자의 노트북을 빌려 급한 대로 마무리하고 귀국했다. 하지만 그때의 기억은 이후 내가 해외에 나갈 때 여러모로 긴장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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