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노트북 어댑터를 2개 갖고 다니는 이유
해외로 일주일 이상 체류할 경우 노트북을 2개 챙기든지 아니면 노트북 어댑터를 2개 갖고 간다. 그 습관이 생긴 것은 이때의 기억 때문이다. 2008년 9월 10일 중국 상하이 홍커우 경기장에서 열렸던 남북전 취재 중 내게 닥쳤던 아찔한 기억 때문이다.
해외 취재하러 가면 경기 당일은 잠시나마 여유 시간이 생긴다. 경기가 저녁 시간에 열리기 때문에 대략 낮에 4~5시간 정도의 자유시간을 보낼 수 있다. 대부분 그 시간을 이용해 짧은 관광을 즐긴다. 그러나 이때 나는 상하이 시내 구경을 하지 못했다. 몇 년 뒤 상하이 출장이 한 번 더 있었지만, 그때도 관광할 기회는 오지 않았다. 결국 지금까지 내게 상하이는 공항, 운동장, 호텔만 떠오르는 곳이다.
첫날부터 같이 일정을 보낸 타 사 기자들은 오전 식사 후 대절한 버스를 이용해 시내 관광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난 경기 날 오전에 도착한 동료 기자의 전화를 받고 급히 공항으로 향했다. 당초 경기장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비자에 문제가 생겨 장비 반입이 되지 않은 것이다.
서로 멘붕이 된 상태로 공항에서 만나 씁쓸하게 웃었다. 관광은 고사하고 저녁에 있을 경기 취재에 대한 고민을 한 채 경기장으로 바로 이동해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식사 후 다행히 경기장 기자실 문을 일찍 열어 안에서 대기할 수 있었다. 딱히 할 일이 없었기에 노트북을 켜고 인터넷 서핑하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경기 시작 2시간 정도가 남았을 때였다.
갑자기 내 주위에서 타는 냄새가 났다. 그리고 노트북 전원을 보니 배터리로 전환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책상에 연결된 전원에 이상이 생긴 줄 알았다. 어댑터를 보니 전원 연결을 하면 켜주는 전구가 꺼져 있었으니까. 그런데 어댑터를 만져보니 뜨거웠다. 그리고 냄새의 진원지는 어댑터였다.
설마 하는 마음을 가진 채 다른 전원에 연결했다. 그리고 전원은 들어오지 않았다. 어댑터 내부가 타버린 것이었다.
그래도 동료 노트북이 있으니 경기 종료 후에는 동료의 노트북을 빌려 쓰기로 했다. 그리고 최대한 배터리 전원을 아끼며 기사를 만들었다. 경기는 1-1로 비겼고 기성용이 귀중한 골을 넣었다.
경기 후 동료 기자를 만났다. 그런데..
내 노트북 어댑터도 타버렸다
머릿속이 순간 하얗게 됐다. 당장 후속 기사를 준비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다행히 다음 날 오전 일찍 타 사 기자의 노트북을 빌려 급한 대로 마무리하고 귀국했다. 하지만 그때의 기억은 이후 내가 해외에 나갈 때 여러모로 긴장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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