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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Sep 02. 2022

중국이 고대 축구의 발상지였다니

쯔보, 춘추전국시대의 중심지

이런 박물관이 있다는 것은 부러운 부분이다


축구의 종주국은 영국이다. 우리가 현재 즐기고 있는 현대 축구의 틀은 영국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축구라는 스포츠는 과거부터 내려왔다. 형식의 차이만 있을 뿐 무언가를 차는 놀이는 전 세계 어느 곳이든 존재했다. 그리고 국제축구연맹(FIFA)은 고대 축구의 기원을 중국 쯔보로 정하고 있다.


이 사실은 쯔보를 가기 전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사실 쯔보를 갈 일은 딱히 없다. 한국인이 찾을 만한 대단한 중국 내 관광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9년 8월 난 쯔보에서 3박 4일간 짧게 체류했다. 전북현대모터스 선수단의 해외 원정 친선경기 동행 취재를 위해서였다. (쯔보의 영문 표기가 Zibo인데 난 이것을 지보라고 읽어 기사에는 죄다 지보로 표기했다)



2009년의 K리그는 총 15개 팀이 참가했다. 현재 같은 승강제는 아직 존재하지 않았다. 15개 팀이 리그를 하다 보니 짝이 맞지 않아 매주 한 팀이 쉬어야 하는 일정이 나왔다. 그래서 휴식 주에 들어가는 팀들은 연습경기를 통해 경기력과 감각을 유지했다. 그런데 전북현대모터스는 짧은 휴식 시간을 이용해 중국으로 떠났다. 중국 슈퍼리그 산둥 루넝과 쯔보시의 초청으로 중국 산둥성 쯔보시에서 친선경기를 갖기로 한 것이다.


시즌 중 해외로 친선경기를 하러 가는 것은 부담이 크게 작용한다. 피로나 혹시 모를 부상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전북현대모터스는 K리그 선두를 달리던 중이었다. 자칫 우승 도전에 먹구름이 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가는 길도 멀었다. 이번에는 선수단과 동행을 하기에 이전에 언급했던 단기취재비자인 J-2비자가 아닌 F비자를 받았다. F비자는 중국과 교류하거나 방문, 시찰이 목적인 이가 발급받는 비자다. 선수단과 동행하기에 선수단 스태프처럼 비자를 받은 셈이다.


완호우량(가운데)은 중국 국가대표답게 현지 팬들로부터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쯔보를 가려면 인천국제공항에서 산둥성 칭다오 공항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칭다오 공항에서는 다시 차량을 이용해 3시간을 더 가야 쯔보에 도착한다. 거리가 상당한 만큼 중간에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리기도 했다. 휴게소에서는 당시 전북현대모터스 소속이던 중국인 선수 완호우량이 음료수를 쏘기도 했다.


그렇게 달려 쯔보시의 한 호텔에 도착했다. 이미 저녁 식사 시간을 넘겼을 때라 짐을 풀지도 않고 식사부터 했다. 호텔은 선수단을 위해 별도의 식사 공간을 마련했다. 난 어디에 앉을지 멀뚱거리고 있었는데 구단 단장님이 옆에 앉을 것을 권했다. 이후 그 자리는 귀국할 때까지 내 자리가 됐다.



전북현대모터스 선수단의 일정은 빡빡했다. 8월 13일 밤에 도착했는데 다음 날 쯔보인민경기장에서 훈련과 공식 기자회견이 있었다. 또한 쯔보 시내에서는 전북현대모터스와 산둥 루넝 선수들이 참여하는 사인회도 있었다. 그리고 8월 15일에 친선경기를 하고 다음 날 오전 칭다오 공항으로 이동하는 스케줄이었다.



빡빡한 일정이었고 나도 취재를 계속 이어가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경기 날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시 시내 관광에 나설 수 있었다. 구단 관계자들과 함께 차량을 이용해 박물관 두 군데를 가기로 했다.


먼저 들린 곳은 제나라 역사박물관이었다. 제나라는 과거 춘추전국시대 때 번성했던 강국이다. 춘추전국시대는 기원전 770년부터(진시황으로 유명한) 진나라가 대륙을 통일한 기원전 221년까지를 말한다. 쯔보는 제나라의 수도였다고 하며 당시에는 임치라고 불렸다고 한다.


봄과 가을이라니


박물관은 온통 중국어로 쓰여 있기에 무슨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 간간이 한글로 번역된 설치물도 있었는데 번역기로 돌린 것인지 춘추시대를 봄과 가을의 시기(;;)라고 표기했다.


여타 박물관이 그렇듯이 당시 유물과 발굴됐던 무덤과 해골, 당시를 재현한 모형 등이 있었다. 일행 중 누군가로부터 쯔보가 공자의 고향이라는 말도 들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공자는 쯔보가 아닌 지닝이라는 곳 출신이었다. 쯔보와 지닝은 300km 정도 떨어진 곳이라 이웃이라 하기에는 너무 먼 거리다. 그래도 쯔보가 제나라의 수도였고 공자가 제나라에서 관직 생활을 했던 만큼 쯔보에서 활동했겠다고 생각해본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축구박물관이었다. 쯔보가 관광객이 찾는 곳이 아닌데도 축구박물관이 있다는 점이 의아했다. 그리고 들어가 보니 그 이유를 알았다. 쯔보는 고대 축구의 발상지였다.


FIFA의 인증서는 뭔가 느낌이 새로웠다


축구박물관은 다양한 축구 관련 전시물, 트로피, 사진 등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눈을 사로잡은 것은 FIFA가 보낸 인증서였다. 즉 FIFA가 인증한 고대 축구의 발상지는 중국이고 그중에서도 쯔보라는 것이다. 쯔보로서는 자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고, 그것이 축구박물관을 만드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올림픽 경기를 한 것도 아닌데 관중석에 오륜이 있는 이유는 여전히 모르겠다


박물관 투어가 끝난 뒤 서둘러 호텔로 돌아왔다. 옷을 갈아입고 경기장으로 이동했다. 구단 스태프처럼 동행했기에 좌석도 VIP석이었다. 노트북을 꺼내지 않고 수첩에 메모하며 경기를 지켜봤다. 결과는 양팀이 2골씩 주고받으며 2-2 무승부로 끝났다. 다소 아쉬운 결과였지만 옆에 같이 있었던 단장님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친선경기잖아요. 우리는 부상 없이 2골 넣으며 잘 마쳤고 상대도 좋은 경기를 했으니 관중들은 흡족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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