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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Sep 14. 2022

다롄의 왕을 만나다

안정환과 함께 한 두 번의 인터뷰

야간에 다롄역 광장은 야시장으로 변했다


중국 다롄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로 채 1시간이 걸리지 않는 곳이다. 가까운 거리지만 베이징, 상하이에 비해 관광으로 많이 찾는 지역은 아니다. 대부분 여행을 위해 다롄을 방문할 일은 크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곳을 2번 다녀왔다. 2번 모두 1명의 축구선수를 만나기 위한 방문이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다롄을 연고로 한 다롄 스더에서 선수 생활을 한 안정환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다롄의 기억은 처음부터 끝까지 안정환 외에는 없었다.


지금은 방송인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안정환은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다롄 스더에서 보냈다. 그는 2009년 부산아이파크에서 다롄 스더로 이적하며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고, 2011년 시즌을 마친 뒤에는 귀국 후 현역 생활을 마쳤다. 난 2009년 10월과 2010년 4월에 다롄을 찾아 축구 선수 안정환의 황혼기를 지켜봤다.


다롄에서는 일만 하다 돌아갔기에 관광의 기억은 없다


2번의 취재는 목적이 각각 달랐다. 2009년 10월 취재는 안정환이 다롄 스더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알기 위한 르포 및 인터뷰를 하는 것이었다. 2010년 4월 취재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앞두고 나이키와 함께 사진 및 특집 인터뷰를 위한 취재였다. 2010년 4월은 월드컵 대표팀 명단이 나오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나이키의 스폰서를 받는 선수 중 일부가 잠정적으로 정해진 상태였다. 여러 선수 중 내가 2009년 10월 취재의 인연으로 안정환을 맡게 되면서 두 번의 취재가 이루어졌다.


2009년 10월의 취재는 내가 맡는 것이 아니었다. 회사 선배가 기획을 준비하면서 진행하기로 했는데, 일정 문제로 내게 맡겼다. 그래서 두 번의 취재는 모두 나와 사진 기자가 함께했고 각종 촬영 장비의 중국 반입 문제로 인해 취재비자인 J-2비자를 직접 받아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을 예상하고 넉넉하게 출국 2~3주 전부터 비자를 받을 준비를 했다. 안정환의 에이전트를 통해 다롄 스더 명의의 초청장을 요청했고, 주한중국영사관의 비자 발급을 담당하는 중국인 직원의 연락처도 수소문 끝에 확보해 협조를 구했다. 관광비자 발급을 주로 했던 여행사에도 J-2비자 발급과 관련해서 수시로 연락하며 영사관에 출입할 것을 요청했다. 


그렇게 몇 날 며칠간 연락을 주고받으며 출국을 앞두고 간신히 J-2비자가 나왔고 2009년 10월 10일 다롄으로 향했다. 도착 다음 날 다롄 스더의 홈경기를 취재하고, 그다음 날인 10월 12일에는 안정환과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다롄 스더의 홈구장인 금주체육장


2009년 10월 11일 다롄 스더의 경기장을 찾았을 때 수많은 중국 축구 팬들은 안정환을 연호했다. 당시 중국 슈퍼리그는 크게 투자하기 전이었기에 지금과 달리 세계적인 축구 선수들이 오기 전이었다. 안정환은 중국 슈퍼리그에 온 톱 클래스의 축구 스타였기에 많은 관심을 받았다. 관중석에서 그 모습을 보니 나 자신도 뿌듯했다.



안정환은 다롄에서 따로 집을 구하지 않고 샹그릴라호텔 레지던스에서 생활했다. 편의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기에 가족과 생활하기에 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정환과는 샹그릴라호텔 내 중식당에서 만났다. 식사하면서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안정환과는 국내에서 몇 차례 경기 뒤 기자회견으로 질문을 건넨 바 있다. 하지만 개별로 만나서 인터뷰를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식사하면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경험도 없었다. 그렇다 보니 긴장 속에서 질문을 이어갔다.


안정환은 그런 나를 배려하는 듯


천천히 하세요 물어보고 싶으신 것 있으시면 다 물어보세요

그 말에 조금이나마 긴장이 풀렸다. 그렇게 2시간여 동안 식사 겸 인터뷰를 했다. 그러나 안정환과 헤어지고 숙소로 돌아온 뒤에는 아쉬움이 컸다. 내가 너무 서툴러보였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인터뷰는 내용을 조금씩 다듬어서 스포탈코리아, 포포투, 네이트 독점 칼럼으로 나뉘어 송고됐다.



귀국 후 나도 모르게 안정환에 대한 매력에 빠졌다. 그리고 안정환을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보내고 싶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그래서 에이전트와 수시로 연락하며 안정환의 뉴스를 생산했다. 안정환과 관련해서 다양한 기사도 썼다. 그것이 영향을 끼쳤을까? 2010년 2월 국가대표팀은 안정환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0년 3월 A매치에서 안정환은 국가대표에 복귀했고 그해 여름 월드컵에 출전했다.


출전을 앞둔 2010년 4월 17일에 다시 다롄을 찾았다. J-2비자를 받아야 하는 과정은 똑같았다. 이번에는 조금 더 수월한 진행을 위해 안정환과 같은 샹그릴라호텔에 묵었다. 스케줄도 똑같이 경기 전날에 도착해 경기를 보고 그 다음날 인터뷰를 했다. 특히 이번에는 안정환이 골을 넣는 모습까지 봐 더욱더 좋은 분위기 속에서 만날 수 있었다.



안정환도 몇 개월 만에 다시 만나서인지 조금 더 친근하게 대화를 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저녁 식사를 같이 했는데 샹그릴라호텔 안의 뷔페 식당에서 만났다. 


지난 번에 중국 음식을 드셨으니 이번에는 뷔페가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여기 맥주도 좋으니까 많이 드세요

인터뷰는 나이키와 협업을 통해 진행한 프로그램에 들어갔기에 포털사이트에서는 볼 수 없다. 대신 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쓴 기획 시리즈에서 안정환 편을 맡았다.



그렇게 안정환에 대한 취재를 이어갔다. 취재의 마지막은 안정환이 다롄 스더와 계약이 종료된 뒤 귀국해서 진행한 인터뷰였다. 



그리고 안정환은 한 달여 뒤 현역 은퇴를 했고, 축구 선수를 하면서 하지 못했던 여러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안정환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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