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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May 23. 2022

손흥민, 그때는 세계 최고가 될 줄 몰랐네

카타르에서 만났던 11년 전의 손흥민

카타르 도하에서 훈련 중 인터뷰하는 손흥민


손흥민이라는 이름을 모를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다.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의 주장이기도 하다. 그리고 박지성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스타다.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손흥민은 지난 5월 22일 끝난 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최종적으로 23골을 기록하며 득점 공동 1위가 됐다. 그는 리버풀의 이집트 출신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와 함께 공동 득점 1위로 시즌을 마쳤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손흥민과 살라에게 득점왕을 상징하는 골든부츠를 시상했다.


손흥민의 득점왕 수상은 한국축구사(史)의 한 획을 긋는 일이다. 축구 변방이라 할 수 있는 아시아 출신으로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리그라 할 수 있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는 일은 손흥민 이전까지는 없었다. 손흥민의 발에서 한국축구사가 하나씩 바뀌어 가고 있는 모습에서 자랑스러운 마음까지 느껴질 정도다.


손흥민의 득점왕 등극을 보면서 예전 생각이 떠올랐다. 11년 전 앳된 모습의 손흥민이었다. 청소년대표 출신인 손흥민이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은 2010년 하반기였다.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SV 소속으로 프로무대에 데뷔한 뒤 경기에 나서며 골까지 넣으면서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당시 축구대표팀 감독이었던 조광래 감독(현 대구FC 대표이사)은 2011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대표팀에 손흥민을 발탁했다. 당시 손흥민은 만 19세가 되기 전이었다.


내가 손흥민을 제대로 알기 시작한 것은 그때였다. 아시안컵 취재를 위한 준비를 하면서 손흥민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대회를 앞뒀던 2010년 12월 26일 대표팀 출국을 취재하기 위해 갔던 인천국제공항에서 손흥민과 처음 대화를 했다. 공식 인터뷰가 끝난 뒤에는 소란한 팀을 타 따로 몇 마디 주고받기도 했다.



그리고 카타르 도하에서 근 한 달 간 거의 매일 얼굴을 봤다. 당시 주요 선수로 박지성, 이영표, 차두리, 기성용, 이청용 등과 함께 손흥민도 있었기에 매일 코멘트를 따야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서로 얼굴이 익숙해지고 친근하게 대화를 하기도 했다. 그래서 인터뷰를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들도 했던 기억이 난다. 인도와의 경기가 열렸던 알 가라파 스타디움에서 손흥민의 A매치 데뷔골도 봤다.


손흥민도 나를 비롯한 취재진들을 매일 마주하니 나중에는 친근하게 대했다. 대회 일정을 모두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공교롭게도 난 손흥민이 앉은 자리 근처 좌석에 앉았다. 당시 귀국 비행기에서 비즈니스 클래스의 좌석이 부족해서 손흥민 등 ‘막내라인’ 4명이 이코노미 클래스에 앉아야 했다. 그래서 인천국제공항까지 오는 10시간 정도 손흥민과 같은 공간에 있었다. 그래서 짬짬이 손흥민과 대화를 할 기회를 얻기도 했다. 손흥민도 내게 “뭐하고 있냐”며 말을 걸기도 했다.


손흥민은 당시 귀국 비행기에서 자신을 알아본 이들이 요청한 사인과 사진 촬영을 모두 응했다. 피곤할 수도 있고 귀찮을 수도 있지만, 손흥민은 하나하나 해주며 “제가 이렇게 인기가 많을 줄 몰랐네요”라고 말하며 웃기도 했다.



그런 손흥민의 모습을 보면서 ‘참 밝은 성격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손흥민은 미소를 잃지 않고 활짝 웃는다. 팬 서비스에는 진심이다. 어느 누구와도 쉽게 가까워지고 친해지며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다. 손흥민이 토트넘 선수들 뿐만 아니라 타 팀, 타 리그 선수들, 지도자들과 가깝게 지내는 영상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도 손흥민의 이런 성격이 밑바탕이 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러한 모습이 경기력으로 이어져 지금의 손흥민을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11년 전 카타르에서 본 손흥민의 모습이나 행동도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것이 손흥민을 ‘월드클래스’로 만든 비결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이는 손흥민을 보고 자랄 많은 축구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부분이다.


나도 그것을 알아챘다면 지금보다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이제 와서 얘기하지만, 그때의 나는 손흥민이 지금 같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 당시 귀국 후 선배가 내게 했던 말도 떠오른다. 이 또한 나의 ‘선견지명’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 말이었다.


그래서 손흥민과 사진은 찍고 연락처는 교환하지도 않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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