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터지는 울음에 착륙할 때까지 안도할 수 없다

by 김성진
IMG_0987.JPEG 제주공항에서 활주로에서 김포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아내와 비행기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상황을 얘기했다. 가장 크게 걱정하고 우려했던 부분이 비행기 내에서 울어버리는 일이다. 아기가 우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공간에서 갑자기 울어버리면 아주 난감할 뿐이다.


그래서 선택한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하나는 여행 전부터 조금씩 맛보게 했던 떡뻥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뽀로로였다.


육아하면서 영상 매체는 최대한 노출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마지막 수단으로 쓰는 것이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식당에서 스마트폰, 태블릿PC로 애니메이션을 틀어서 아기에게 보여주는 것도 다 고충이 있어서다. 아기랑 단란히 밥 먹으면 좋지만, 아기의 심기가 조금이라도 안 좋아지면 달래는 것도 큰 일이다. 결국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래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여러모로 낫다.


비행기를 타기 전 아이패드로 넷플릭스에 접속해 이 당시 아기가 유일하게 집중하던 <뽀로로와 노래해요> 시리즈를 다운로드했다. 미리 다운로드를 해두면 와이파이에 연결하지 않아도 넷플릭스 앱으로 보고 싶은 영상을 볼 수 있다. (장거리 비행에 요긴하다!)


우리 가족을 태운 비행기가 제주도를 향해 날아갔다. 아기를 안고 타야 하기에 아내가 아기띠를 하고 아기를 안았다. 내가 아기띠를 하고 자리에 앉기에는 좌석 간 공간이 좁았다.


IMG_0883.JPEG 장난감이 된 리모컨


초반에는 무난했다. 아기가 다행히 비행기 좌석 모니터와 리모컨에 관심을 보였다. 한창 입으로 물건을 빨 시기여서 연신 리모컨을 입에 물고 있었다. ‘리모컨이 꽤 더러울 텐데’라는 생각과 ‘아기 침으로 범벅이 돼도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교차했다.


절반 정도 갔을까? 아기가 슬슬 시동을 걸었다. 좁은 공간에 가만히 있으니 아기도 짜증이 났을 것이다. 바로 떡벙을 물려보니 잠잠해졌다. 그렇게 10여 분을 또 조용히 지나갔다. 슬슬 제주도에 다가갔을 즈음에 아기가 또 시동을 걸었다. 준비했던 아이패드를 꺼내 <뽀로로와 노래해요>를 틀었다. 아기는 열심히 집중해서 봤고 아무 일 없이 제주에 도착할 것처럼 생각했다.


IMG_0991.JPEG 떡뻥의 위력


그런데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아기의 울음이 터졌다. 기체가 활주로와 닿으면서 ‘쿵’ 소리와 진동이 발생했다. 이것에 놀란 아기가 울음을 터뜨렸다. 열심히 달래서 다행히 오랜 시간 걸리지 않고 진정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상황은 똑같았다. 기내에서 조용히 잘 버티다 결국 착륙 때 놀라서 울음이 터졌다.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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