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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 Sung May 06. 2019

누가 한국인일까?

외국에서 살고 있는 한인 2,3세 vs 우리나라에 있는 조선족 4세

 우리나라 사람들의 다문화 사회에 대한 인식을 이야기 하려고 한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첫 번째 질문을 하나 해보겠다. 우리나라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간 사람들이 있다. 1960~70년대 이민을 간 사람들을 이민 1세대라고 한다. 그러면 이민 1세대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인가? 우리나라 동포인가? 그 1세대들이 자식을 낳는다. 2세대라고 불리는 그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인가? 만약 그들이 미국에서 재난과 같은 일들로 큰 어려움을 겪는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같은 민족이고 같은 나라 사람이니 챙겨주어야 할까?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렇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민족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 '한민족'이라고 하면 가족 같고 챙겨주어야 할 것 같고 그렇다. 그래서 미국 사회에서 우리나라 한인 2세대, 3세대가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우리나라의 지위가 올라간 것처럼 좋아한다. 언론에서도 그 사실을 대서특필하며 자랑스럽게 알린다.


 나는 서울 대림동 쪽의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영등포구 대림동과 구로구 구로동은 지난 10년간 조선족들이 엄청나게 많이 유입되었다. 지금 내가 초등학교에서 가르치는 우리 반 아이들의 2/3가 다문화 학생이다. 다문화 학생의 정의는 부모의 둘 중 하나라도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고 외국인이라는 이야기다. 우리 학교는 대부분 조선족 부모를 두고 있다. 어쨌거나 내가 가르치는 우리 반 아이들은 조선족 4세대라고 한다. 조선족 1세대가 일제시대에 건너간 우리나라 사람들이고, 2세대가 그들의 자식, 그리고 3세대가 그들의 자식으로 현재 우리나라에 이민 와서 터전을 잡고 있는 30~40대의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자식들이 조선족 4세대로 우리 학교와 인근 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이다. 

 그런데 그런 조선족 4세대인 아이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한국말을 하고 있으며, 중국말은 전혀 하지 못한다. 그들의 부모인 조선족 3세대는 중국에서 20대까지 살다가 한국으로 넘어왔기 때문에 중국어와 한국어에 능통하다. 중국에서 조선족 학교에 다니면서 한글을 배웠기 때문이다. 조선족 3세대가 우리나라에서 성공하고 세를 불리는 이유도 중국어와 한국어 둘 다 할 줄 알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조선족 4세대는 그렇지 않다. 한국에서 태어났고, 부모들은 삶이 바쁘기 때문에 중국어를 잘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나 같은 교사들이 당연히 한국말로 열심히 가르치기 때문에 한국말을 한다.


 자! 그러면 여기서 두 번째 질문으로 들어가 보자. 조선족 4세대인 우리 반 아이들은 자기들이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중국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내가 그동안 우리 반이었던 학생들과 상담한 결과, 그들은 자신들을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님의 국적은 중국인인 사람들이 많고, 실제로 부모님들은 자신들이 중국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의 자식인 조선족 4세대들은 자신들이 한국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태어났고, 한국말을 하고 있으며 한국 문화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럼 다시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가서,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대, 3세대들은 과연 그들이 대한민국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그들은 미국에서 태어났고, 태어나자마자 영어를 썼다. 부모님이 한국말을 조금 쓰겠지만 미국 학교를 다녔고, 미국인 친구들을 만나기 때문에 영어로 대부분의 생활을 한다. 당연히 생활 습관도 미국식이다. 그렇게 미국에서 자란 한인 2,3세대들은 자신들을 한국인이라고 생각할까? 미국인이라고 생각할까?  그들이 한국에 대한 애정이 조금은 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생활에서 자신들이 미국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언론이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들에게 상당히 우호적이다. 예를 들어, 미국 한인 2세, 3세가 미국 하원의원에 진출했다고 자랑스러워하는 기사들이 나온다. 이런 기사는 아마도 그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나라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것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이 상황을 일방적인 짝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행동들은 바뀔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동아일보에서 아래 기사를 보고 나서다.  

 "한인사회 1,2세대간 격차 해소 시급", 동아일보, 2019.4.26.(http://news.donga.com/3/all/20190426/95236472/1)


 이 신문기사가 내가 말한 논리를 그대로 논증해준다. 현재 한인 사회 1,2세대간 격차 해소가 시급하다고 한다. 찰스 윤 신임 뉴욕 한인회장이 "한국어가 익숙한 1세와 영어만 쓰는 2세들이 각각 다른 세계처럼 움직인다"라고 이야기한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한인 2세대들은 자신들이  한국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확률이 크다. 부모인 1세대는 한국인이라고 생각하고, 자식들인 2세대가 결정적인 순간에는 한국인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길 기대하겠지만, 내가 볼 때 2세대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자신들은 그저 미국인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다. 


 그러니 이제 외국에 있는 한인 2, 3세에 대한 짝사랑은 그만하고 그 에너지를 우리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다문화 학생들에게 쏟을 필요가 있다. 그들이야 말로 다른 나라 사람이 아니라 우리나라, 대한민국 사람이며 우리나라의 큰 힘이 될 새싹들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민족주의, 국가주의적인 특성은 너무나도 잘 안다. 나도 그 속에서 자라났고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다문화 시대인 요즘 생각을 달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내가 다문화 학교라고 불리는 초등학교에서 5년간 근무하며 느끼는 것이다. 나는 우리 학교 학생들이 다문화가 2/3이라고 해서 중국 애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한국말을 하는 대한민국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이 우리나라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본다. 다문화 아이들에 대한 시각을 바꾸고, 보다 더 그들을 열심히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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