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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 Sung Mar 19. 2016

거꾸로교실이 교육현장에 더 널리 퍼져야 한다.

나는 거꾸로교실을 왜 시작하게 되었나?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기 위해 교대에 갔다. 이 문장은 당연한 명제지만, '교대에 갔더니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었다’라는 문장에 해당하는 교사들도 상당수 있다. 나 또한 그랬다. 고3 때 '어느 대학’, ‘무슨 과'를 가야 하나 고민할 때 어머니의 권유가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남학생이 교대 간다고 하면 ‘무슨 남자가 교대냐’라는 시각이 있었다. 친구들은 나를 보며 안 어울린다고 했고,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렇게 교대에 입학해서 예비교사의 길을 걸었다. 교대 생활하면서 가장 기분 나빴던 말은 초등학교 교사는 ‘개나 소나 한다’는 비하 섞인 발언 이었다. 교육자 중에 대학교 교수가 가장 우위에 있고, 그다음이 중고등학교 교사, 그다음이 초등학교 교사였다. 초등학교에서 가르치는 지식이 쉬우니까 '그냥 아무나 초등학교 선생님을 할 수 있다’라는 시각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말을 정면에서 반박하고 싶었다. '초등학교 교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라는 명제를 증명하고 싶었다. 


  현장에 발령받고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쳤다. 되돌아보면 1,2,3년 차 때는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잘 몰랐다. 그래서 예전에 내가 학창 시절 선생님들에게 배웠던 방식을 따라 했다. 대학을 가기 위해 지식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강의식’ 수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 노트 필기를 열심히 해 주었다. 마인드 맵 형식으로 중요한 내용은 칠판에 죽 정리하며 그대로 따라 적게 했다. 학생들이 텍스트를 구조화하고 정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수업이 되었고. 이런 수업이 좋은 수업이라고 생각했다. 


  4년 차 즈음 들은 생각이, 우선 교사가 배경지식이 많아야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내용이 많겠다는 생각을 했다. 교과서에 있는 내용 말고 그 밖에 있는 내용까지 알려주고 싶었다. 그때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거기서 접한 정보들을 학생들에게 이야기하였다. 예를 들어 5학년 사회를 할 때 제레드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라는 책을 읽고 인류의 기원과 이동 경로에 대해 사회 첫 시간에 장황하게 설명을 하였다. 내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의 표정이 살아 있었고, 나 또한 구석기, 신석기시대를 들어가기 전에 의미 있는 수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나는 정말 잘 가르치는 교사라는 생각이 들며 뿌듯했다. 그렇게 책을 읽고 책 내용을 내 머릿속에서 정리한 후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수업들이 종종 있었다.


총균쇠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점점 똑똑해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나의 지식은 견고화 되었다. 좋은 수업이라고 생각했던 그 수업에서 가장 많이 배운 것은 역설적이게도 학생이 아닌 ‘교사’였다. 그러면서 의문이 들었다. 아이들도 과연 나만큼 배움이 있었을까? 나 혼자 신나서 떠들었던 것이 아닐까? 아이들은 내 설명을 듣고 얼마나 이해했을까? 수업시간에 주인공은 학생이고, 학생들이 가장 많이 배워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현실 앞에서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왜 그런지 이유를 ‘협력학습’에 대해 공부하다가 알게 되었다. 러닝피라미드(Learning Pyramid)라는 것이 있는데 학습의 효율성에 대한 연구 결과이다. 여기서 살펴보면 강의식 수업에서는 10~20%의 학습 효율밖에 거두지 못하지만 토론을 하면 50%,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면 90%를 거두는 것이었다. 그때 무릎을 탁 쳤다. 그래서 내가 점점 똑똑해지고 있었구나. 교사를 하며 그동안 얻은 정보를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는 과정 속에서 내 지식들이 견고화 되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때 ‘학생중심의 배움’이 필요하다고 처음 느꼈다. 교사가 가르친다고 아이들이 ‘배움’이 있는 것이 아님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협력학습’이었다. 협력학습은 ‘학생중심의 배움’을 목적으로 하는 수업 방법이다. 남부교육청의 '인성중심협력학습 추진단’ 활동을 하며 협력학습에 대한 것들을 많이 배웠다. 하지만 협력학습도 학생들에게 적용하다 보니 의문이 생겼다. 교사의 입장에서 학생들끼리 협력을 하며 수업이 전개가 되는 모습은 참 흐뭇하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알려주어야 할 기본적인 지식들이 있는데 이것들을 가르치고, 활동을 하기에 시간이 부족했다. 교과서에 있는 방대한 지식의 양을 그냥 무시하고 협력학습을 진행하기에는 교사 입장에서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연수를 다니고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과정에서 ‘핵심성취기준’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교육부에서 협력학습 같은 학생중심의 배움을 위해 기존의 성취기준 중 반드시 배우고 가야 할 성취기준을 제시한 것이 ‘핵심성취기준’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교육과정 재구성(버릴 것은 버리고 핵심성취기준은 반드시 가르친다.)을 하면 협력학습할 시간이 확보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교육과정 재구성을 하려고 보니 너무나 어려웠다. 교육과정 재구성을 하려면 해당 과목의 교육과정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해당 교과, 해당 단원의 성취기준이 무엇이고, 활동 제재가 무엇인지 정도는 알아야 재구성을 할 수 있다. 그런데 학년을 돌아가면서 하고, 다양한 과목을 가르쳐야 하는 초등학교 교사의 현실상 참 어려운 이야기였다. 결국 핵심성취기준은 이론상 참 좋은데 현실에서 내가 적용하기에는 어려웠다. 그리고 교육부에서 제시한 성취기준이 보편타당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나는 어떤 성취기준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교육부에서 제시한 것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교육부 제작 핵심성취기준




   이런 상황에서 ‘거꾸로교실’을 알게 되었다. 거꾸로 교실은 플립러닝(Flipped Learning)이라고도 불리는데, 기존의 강의식 수업을 뒤집는 것이었다. 기존에 강의식 수업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설명하던 지식적인 부분들을 사전 동영상(디딤 영상)으로 교사가 제작한다. 그 동영상을 학생들이 각 가정에서 보고 온 다음, 수업시간에는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내가 협력학습에서 어려움을 느꼈던 부분이 바로 해소가 되었다. 기본적인 지식을 알려주고 학생중심의 활동 수업을 하기에는 40분이라는 수업시간이 부족했는데, 거꾸로교실을 하니 그 고민이 해결된 것이었다. 


  실제로 거꾸로교실을 해 보니 학생들이 중심이 되는 수업을 할 수 있었다. 더 이상 교사는 수업시간에 가르치지 않는다. 교사는 수업 전에 수업 설계에 공을 많이 들인다. 디딤영상에는 어떤 정보를 넣을지, 본 수업활동에서는 어떤 유의미한 활동을 할지 고민을 한다. 그러고 나서 디딤영상을 제작하고 수업을 하는 것이다. 

  거꾸로교실을 하며 소외되는 학생들이 없이 모두가 참여하는 교실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낀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계속적으로 지도해 가다 보면 노하우가 쌓이고 보다 더 ‘학생중심의 배움’이 일어나는 수업을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거꾸로교실은 기존의 대부분의 수업 모형을 포함하는 모형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아니, 거꾸로교실은 수업 모형보다 더 큰 ‘철학’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여러 선생님들께 거꾸로교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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