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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 Sung Aug 28. 2016

방학 숙제에 대하여...

여름방학을 마치고...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했다. 개학 전 1주일 동안 우리 반 아이들에게 계속 연락이 온다. '숙제가 무엇이었냐', '이렇게 숙제를 해도 되느냐'등 밀린 숙제를 하느라  바쁘다. 밀린 숙제를 하면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까? 생각해보면 나도 학창 시절에 단 한 번도 보람찬 방학을 보낸 적이 없다. 맨날 실컷 놀다가 밀린 숙제를 하며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의 마음일 것이다. 


  오늘 개학해서 아이들의 얼굴을 보니 참 반가웠다. 방학 때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방학 숙제를 검사했다. 사실 방학 숙제 검사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방학 숙제를 왜 검사해야 하는가? 방학 숙제를 안 한 애들을 혼내기 위해서 검사를 하는가? 안 한 애들은 왜 혼나야 하지? 거기서 생각의 끝은 ‘책임'이었다. 아이들은 숙제를 해 오는 것이 자기의 책임이었기에 해 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교사이기에 그 책임을 다한 아이들을 찾아내야 한다. 그러면 거기서 나는 칭찬을 해야 하나? 그런데 아이들이 나에게 칭찬받기 위해 방학 숙제를 했나? 이런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너희들 방학숙제 왜 했냐?" 그랬더니 대부분의 아이들이 "숙제 안 하면 선생님한테 혼날까봐요."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사실 나는 아이들을 잘 혼내지 않는다.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주었을 때 화를 내지, 숙제를 안 한 것은 1학기 내내 혼낸 적이 없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되물었다.

  "선생님이 어떻게 혼낼 줄 알고? 나는 혼낼 마음이 없는데?"

  그랬더니 아이들이

  "어떻게 혼낼지 모르니까 더 무서운 것 같아요."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사람은 결국 불확실함이 제일 무서운 것이다. 선생님이 어떻게 혼낼지 모르니까, 자기가 더 크게 상상한다. 그러면서 선생님을 괴물로 만들어 놓고, 숙제를 안 하면 괴물한테 잡아 먹힐 것이라 생각한다. 그 두려움이 우리 반 아이들이 숙제를 해오는 힘이었다. 

  방학숙제를 해 온 아이들 것을 검사하였다. 간단한 내 사인 하나로 검사를 마무리하였다. 혹시나 해서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방학숙제를 선생님한테 칭찬받으려고 한 아이들이 혹시 있니?"

  아이들은 반응이 없다. 혹시나 나한테 칭찬받으려고 한 아이가 있었다면 더 많은 관심을 가졌어야 한다. 

  “사실 선생님한테 칭찬받으려고 방학 숙제하는 것도 슬픈 일이야. 그렇지?"

  하고 나는 아이들에게 되물으며 말을 마쳤다. 


  방학숙제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 무슨 의미였을까? 담임교사인 나에게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실 방학 전 방학숙제에 대해 동학년에서 이야기할 때 별다른 고민 없이 작년에 했던 것 그대로 했다. 그러고 보면 방학숙제는 별로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사실 방학의 한자 뜻풀이는 ‘놓을 방’에 ‘배울 학’이다. 배움을 놓는다는 뜻이다. 배움을 놓는데 무슨 숙제를 내주는가? 이것은 완벽한 모순이다. 다음 겨울 방학에는 자기들 스스로 멋진 목표를 세워서 목표를 달성하는 것으로 방학숙제를 대체해야겠다. 별 의미 없는 방학숙제는 없어지는 게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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