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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 Sung Jun 07. 2017

비 오는 날 아침, 학생에게 화 내고 나서 반성일기..

  비 오는 날 아침. 한 남학생에게 크게 화를 냈다. 그 아이는 지각 부장으로 8시 50분이 넘어 등교한 아이들을 체크해서 나한테 이야기를 한다. 1인 1역으로 그 역할을 둔 건 사실 담임교사인 내가 편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내가 체크하는 것에 실수가 있고 바쁘다 보면 잊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백업 장치로서 지각 부장을 둔 것이다.


  그 아이는 자기의 필요성에 의해 부장을 지원하지 않았고 등 떠밀려 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성실하게 지각을 체크하지 않았다. 체크하지 않는 날이 더 많아 내가 “지각 부장! 지각 체크해서 선생님에게 이야기해라~”라고 하면 그때서야 움직이곤 했다. 그런데 재밌게도 그 아이가 자발적으로 먼저 지각을 체크하는 때가 있는데, 바로 그 아이가 싫어하는 여학생이 지각한 날이다. 그러면 귀신같이 친구들한테 그 여학생의 이름을 떠벌리며 “선생님!! 000 지각했어요!!”라고 한다.


  오늘 아침 그 모습이 보기 싫더라. 평소에도 차별 없이 지각한 모든 아이들을 잡거나, 또는 불성실하게 모든 아이들을 안 잡았다면 그냥 넘어갔을 것이다. 그런데 그 여학생만 유독 잡아내는 그 아이의 심보가 얄미웠다. 그래서 그 학생에게 빈정거리며 ‘너는 왜 그 여학생한테만 그렇게 날카롭냐’고 따졌다. 몇 번의 내 빈정거림에 그 아이는 당연히 기분이 나빠졌고 나의 말에 고개를 돌리고 딴짓을 했다. 그 장면에 내 뚜껑이 열렸다. 

  '선생님이 이야기하는데 딴짓을 하다니!! 이런 건방진.’

  이런 마음으로 앞으로 불러 세워서 혼을 냈다.


  혼 내고 나니, 아침부터 학급 분위기가 싸하다. 정말 개미 발자국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하다. 아이들을 교과실로 보내고 곰곰이 반성을 한다. 


 '나는 왜 화가 났을까?’

 ‘왜 그 아이를 앞으로 세워놓고 공개적으로 혼을 냈을까.'

 ‘그 아이는 왜 그랬을까?’

 ‘지각 부장을 만든 시스템이 잘못된 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반성일기를 쓴다. 사실 지각 부장을 만들지 않았으면 애당초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를 개별적으로 불러서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선생님의 이야기를 했다면, 이렇게 화를 내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참 인격적으로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지. 1교시 끝나고 아이들이 교실로 돌아오면, 그 아이를 불러 조용히 이야기를 해야겠다. 감정적으로 화내서 미안하다고 먼저 사과를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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