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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남미 자전거 여행 ⑨ Argentina

02. 29 - 03. 02. 아르헨티나 Jujuy

by 임성모 Sungmo Lim

0229. 18일 차.

볼리비아 Villazon – 아르헨티나 Jujuy


버스 오버나잇으로 05:30 볼리비아 비아손(Villazon)에 도착했다. 국경을 넘기 위한 줄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국경을 건너기 위한 줄



9시가 넘어서야 ‘바로 앞’인 아르헨티나 라 끼아까(La Quiaca)에 도착했다. 기다린 시간이 무색하리만치 입국 도장을 간단히 받았다. 우유니 투어에서 인연이 닿은 몬타나 존스와도 여기서 작별이다. 환전소에서 얼마 남지 않은 U.S 달러를 아르헨티나 페소로 환전한다.


다시 자전거 여행이 시작됐다. 아르헨티나는 페루, 볼리비아와는 달리 자전거를 타기에 매우 적합한 도로였다. 종종 반대편에서 넘어오는(볼리비아 방향) 자전거 여행자를 만나는데 볼리비아 길이 참 뭐 같다는 얘기를 해준 뒤 다시 길을 재촉했다.



햇볕이 너무 뜨거워 잠시 휴식




엄청난 맞바람을 견디며 아브라 팜파에는 저녁 네 시가 넘어 도착했다. 은행에서 돈을 찾으려고 하는데 문제가 생긴 듯 출금이 되지 않았다. 현금이 남아있긴 했지만 간당간당하다.


아브라팜파


숙소를 찾던 중에 볼리비아 방향으로 자전거 여행 중인 가족들을 만났다. 프랑스에서 왔으며, 1 년 전 러시아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비도 오기 시작하고, 해도 지고 있다. 같은 숙소를 잡게 되었는데 여행하는 동안 부모들이 자식을 직접 교육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부모가 프랑스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있나’라는 생각도 해본다.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이 조금은 안타까워 보였다. 저 갓난이들은 이 여행을 얼마나 기억할까? 어떻게 받아들일까? 며칠 만에 와이파이도 연결이 되어 친구들과 페이스타임을 했다.


온가족이 세계 여행중인 프렌치 가족


비도오고 몸도 지쳐서 숙소를 잡았다


숙소에 있던 후후이 지도


0301. 19일 차. Tilcara 앞


두 번의 힘든 오르막길이 있었지만 나머지는 맞바람에 추위를 느낄 정도의 내리막길이 2시간 가량 계속됐다. 해발 1000m이하로 내려왔다. 거대 선인장을 본 후 부터는 상의를 벗고 탔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해가 지기 전 반대편에서 오는 자전거 여행자들을 만났다. 아르헨티나 남녀 그리고 폴란드인 한 명. 각 자 여행 중에 만나서 함께 이동 중이라고 한다. 우리가 무척이나 반가웠는지, 폴란드 아저씨는 여행의 팁이라며 이곳 재료로 샐러드를 맛있게 싸먹는 방법까지 알려 주셨다. 한가지 놀라운 것은, 아르헨티나 남자의 자전거에는 기어가 없었다. 그냥 동네에 흔히 있는 할아버지 자전거(?)에 단화를 신고 남아메리카 여행을 하고 있었다. 역시 자전거여행은 엔진(두 다리)과 멘탈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여자는 페니어백을 가죽으로 직접 제작했다고 했다. S. S de Jujuy로 가는 여성분은 없나요.



기어가 없다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작은 마을을 발견하고 슈퍼를 찾아갔다. 대형으로 포장된 파스타와 콜라를 샀다. 돈을 다 썼다. 다음 마을에서 다시 찾으면 되지 뭐. 삼십 분 정도 더 라이딩을 한 뒤 폐정류장으로 보이는 곳에 캠핑을 했다. 이제부터는 계속 캠핑을 할 듯 싶다.


카메라의 사진 천 여장을 찾을 수가 없다. 정말 날라간 것인가?ㅜㅜ


고산지대도 끝났고, 이제 진짜 남미다. 매미 우는 소리와 각 종 벌레, 바로 옆 황소개구리, 그리고 열대야로 잠은 다 잔 듯.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면 다시 초여름이다. 올해의 여름은 꽤나 길 것 같다.


폐정류장에 텐트를 쳤다





차 지나가는 소리에 쉽게 잠들지 못한다



0302. 20일 차. San Salvador de Jujuy


아침 일찍 짐을 꾸렸다. 차 소리 때문에 숙면을 못했다.





몸이 뜨거워 알로에를 발랐다


종일 내리막 길이라 정오를 조금 지나 100km를 탔고 곧, 산 살바도르 데 후후이에 도착했다. 제법 큰 도시의 모습도 갖췄고, 상점들도 즐비했다. 하지만 상점의 대부분이 닫혀 있었다. 그나마 열려 있던 커피숍에서 잠시 궁상을 떨어본다. 잠시 후 하나 둘 가게 문들이 열리기 시작한다. 아, 이게 남미의 Siesta 구나~!




커피를 마시며 여유부리는 중



광장 근처 Tourist information으로 가는 길에 한 아주머니가 우리를 불러 세웠다.


나 자전거 여행자들을 좋아해~
너희 숙소 잡았어? 스위스, 어쩌고저쩌고 나 라 애들이 우리 집에서 잤어. 너도 잠, 샤워, 음식, 세탁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페루에 이어 두 번째다. 고맙다는 인사와 약도를 주고 받았고 한 시간 뒤에 찾아갔다. 수 마리의 개들과 두 꼬맹이들이 우리를 반겨줬다. 카림, 미스티니나, 그리고 잠시후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팔에 깁스를 했던 막내도 들어왔다. 이름이......ᅲᅮ 아이들은 너무나 반갑게 우릴 맞이해 주었다. 여행자들이 빈번히 찾아오다 보니 낯을 전혀 가리지 않는 것 같다. 집의 겉모습이 주위의 그것들보다 많이 초라했지만 방과 주방, 그리고 그럴듯한 거실이 있었다. 이런 실내 디자인의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밀린 샤워와 빨래도 하고, 함께 사진도 찍고, 기타와 피아노도 서툴게 연주하고, 니나는 내 등에 알로에도 발라주었다


컴퓨터가 보였다. 카메라에서 메모리칩을 빼다가 넣었는데 다행히도 사진들이 그대로 있었다. 사진 갯수가 천 장이 넘어가면서 뭔가 저장 시스템이 바뀌었나보다. 집에 있는 채소와 갖고 있던 파스타, 고추장 등으로 저녁을 같이 먹었고, 카림이 좋아하는 찰리 채플린 흑백영화를 정말 재밌게 봤다. 여행자들을 위해 항상 준비되어 있는 듯 한 방에서 밤을 잤다.



집 주소에 자전거 그림이 있다. 여행자들의 휴식처를 자처한다


좌측부터 카림, 막내. 미스티니나 그리고 진호








키보드를 쳐주니까


반했다


요리도 같이 하고




첨단 IT 아이팟이 신가한보다



한글은 참 어렵다






집이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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