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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얼굴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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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식 Sep 23. 2024

떠오르는 얼굴

9 : (   떠오르는 얼굴   )


깨어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깨어보니 병원이었다.


내가 깨어서 그런지 웃는 소리도 들리고 나에게 말을 하는 소리도 들렸다. 


간호원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보이고. 영어로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살찐 남자간호보조원이  내 침대를 끌고 어디론가 가기도 하였다. 


특별검사를 받기 위해 가는 것이었다. 몸을 움직여보니 너무 오래 움직이지 않았던 

탓인지  움직이기가 어려웠다. 


내 옆에 어떤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제니퍼 강 사장님이었다. 

사장님을 기억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 가장 나중에 본사람이어서인지 모르겠다. 


사장님  여기는 웬일이세요. 어! 미스터박  깨어났어요? 어찌 된 일인지 기억나세요?  

미스터 박 축하해요. 드디어 깨어났군요.


 혹시 총에 맞은 거는 기억나세요. 모두 죽은 지 알았어요. 

간신히 총알이  하나는 심장을 벗어나 지나쳐서 다행이었지만   대수술을 해야 했다고 한다. 


다행히 좋은 의사를 만나고 수술이 잘되어서  살아났어요.

 넘어지면서 머리도 다치고 두 번째 총알이 등을 관통해서  오랫동안 움직일 수도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일들을 도무지 기억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내가 누구인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물었다.  1년이 다 되어간다고 했다. 


영어를 하는 거 보니 미국인데 그렇게 오래 있었다면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왜 여기 오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왜 미국에 와있는 건지? 


어떻게 여기에 살아 있을 수 있는지도 궁금했다.!


그 많은 1 년 동안의  병원 비는 또 어떻게 해결하였을까? 


사장님은  내가 불법 체류자가 되어 쫓겨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자기 회사에서 스폰서를 

하고 또 시민권자인 사장님과 결혼하는 서류를 만들어 이민국에 제출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동안 나를 돌보고 있었다고 한다. 

내가 아니었으면 자신은  죽었을 거라고 말했다. 나 덕분에 살게 되었다고 고맙다고 말했다. 


그런데 도대체 내가  왜 미국에 와있는지를 기억해 낼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기억할 수가 없었다. 


그날부터  사장님은 날마다 나에게  들려 그동안의 일들을 하나하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그날 회사에서 있었던 일들도 이야기해 주었다. 


점점 더  나의 몸은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지만 기억은 돌아오지 않았다. 


사장님은 체류문제 때문에  결혼한 거라 부담은 갖지 말라고 했다. 

자기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이것뿐이라는 말과 함께 --


정성스럽게 나를 대하는 태도에 점점 감동이 밀려왔다. 하지만 내가 한국에서 왜 미국까지 오게 되었는지

를 알아내야만 하였다.


다시 4개월이 지나자 조금씩 옛일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어릴 적 친구들 , 어머니 가 기억나고 군대에서 있었던 일들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아 ~~ 갑자기 어떤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가 누굴까 혼자 고민하며 며칠을 보냈다. 

 

그 얼굴을 기억하며 잊지 않으려 그림을 그려보았다. 

 

퇴원을 해서 사장님 집에 있는 방 하나에서 당분간 지내기로 하였다. 

내 소지품이  그 방안에 보관되어있었다. 


소지품 하나하나를 꺼내며 기억을 되살리기 시작했다. 

책갈피에서 사진 하나가 떨어졌다. 

어떤 여자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뭔가 친근감이 들었다. 그 사진 속의 인물과 내 기억 속의 인물이 겹쳐졌다. 

내가 그린 그림과 같은 사람이었다. 


그 사진은 내가 미국 오기 전 날 그녀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 뒷면에 박세진 , 박수진   절대 잊지 말 것”이라고 

이름이 적혀 있었다. 

박수진 , 박수진! ,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낯익은 얼굴이었다. 

누구지? 왜 이 얼굴을 볼 때 이리도 마음이 아플까? 얼굴을 다시 보며 기억하려고 

애를 써보았다. 


도대체 누구일까? 노트를 더 뒤져보니 편지 가 나왔다.

 수진이가 나에게 보내온 편지들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 

벌써 며칠이 지났네! 잘 지내고 있어? 너무 보고 싶다. 오늘도

당신 꿈을 꾸었어. 전화 통화 가능할까? 당신 목소리 듣고 싶어서 그래!  이제 당신 

목소리도 잘 생각이 안 나네.  당신 옆에 있는 하얀색 차는 새로 산 거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적혀 있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면 생각이 날까?

편지내용이 너무 애처로웠다. 나를 보고 싶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기억을 해야만 한다.  조용히 떠오르는 노래가 있었다.  “얼굴 “ 그리고 그녀의 얼굴! 


아~~~. 어느 날 그녀와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수첩을 뒤져보니 전화번호가 있었다. 

전화를 걸었다.


혹시 박수진 씨!  아무 말이 없었다.  전화가 끊어져 버린다. 

다시 전화를 했다. 박수진!  혹시 박수진 맞아요? 

다시 전화가 끊어져 버린다. 


며칠 후 같은 전화번호에서 전화가 울린다.  여보세요! 

혹시 박세진 씨 맞아요? 하고 묻는다. 그렇다고 대답하자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동안 어디 있었어?  잘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의 일들을 이야기

해주었다.


아무리 해도 찾을 수가 없었단다. 우리 부모님에게도 물어보았지만 알 수가 없었다고 한다. 

아무리 해도 연락이 안 되어 미국 사는 친척에게 찾아보라고 했단다. 


 그래서 경찰을 통해 알아낸 소식이 어느 여인과 결혼 신고 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내곤 

결혼했을 거라 생각했단다. 그래서 연락을 은 거라고 생각했단다.


너무 마음이 아파 집에서 두문 불출하고 있을 때 언니들이 찾아와 오히려 

잘된 일이야. 동성동본인데 결혼할 수도 없는데 기다릴 필요 도 없고 이젠

너도 제 갈길을 가라고 했단다. 


이제 결혼할 나이도 다되고 혼기를 놓치면 안 된다고 하며 결혼을 하라고 했다 한다. 

 이젠 그놈  그만 잊고 결혼해야 한다고 독촉을 받았단다. 


그래서 오래전에 언니들이  소개한 10살이나 많은 치과의사가 아직까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고백을 하고 가족들도 압력을 주고 해서 결혼 을 했다고 한다. 


아!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먼저 그녀의 행복이 중요했다. 


“행복하니?  응 , 나에게 잘해주고 친절하고 자상한 사람이야 “


그래 잘되었구나! 미안하다, 약속 못 지켜줘서. 미안해 --


이제는 진정으로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고 싶었다.  그래도 좋은 사람 

만났다니 조금 죄는 덜은 기분이었다. 


그래 잘살기를 바라!  당신도! 하며 전화를 끊었다. 


며칠 동안 먹지 못했다. 먹고 싶지도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갈까 생각도 

했지만 그녀가 이미 결혼 한 그녀가 더 생각날까 봐 미국에 남기로 했다. 


그날 저녁에도 사장님이 찾아왔다. 

내 얼굴을 보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을 눈치챘는지  사장님이 묻는다 ‘


무슨 일 있었어요? 아니요  아무 일 없었어요! 오늘 별일 없었지요.?

그럼요 도와줘서 고마워요. 그런 말 하지 말아요. 내가 더 고마운 걸요.


제니퍼는 매일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내게 말해주었다. 스스럼없이 나에게 말하는 것을 

보면 나를 아직도 나를 의지하고 믿는 것 같았다. 


그날 사고가 있었던 그날 이후부터  현금거래는 접었다고 한다.   

이익은 덜 되지만 이제는 모두 세금보고하고  은행 거래로 바꾸었다고 한다.  


병원  비용도 보험에서 나와 다 처리되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그날 밤 함께 식사를 하며  물었다.”나 여기 에서 좀 더 머물러도 될까요? 

예 , 그럼요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이제부터는 그냥 사장님 이름을 불러도 되나요 “제니퍼 강 “라고 불러도 

되는지 물었다. 


오브 코오스. 이제는 우리 서로  이름으로 부르기로 해요.

난 제니퍼 강,  당신은 박 세진 씨. 


그리고 혹시 일하고 싶으면 일을 시작해도 돼요. 


다음날 아침 우린 함께 제니퍼 차를 타고 출근했다. 저번에는 BMW였는데 이번에 더 크고 안전한 

머세데스 벤츠로 바꿨다고 한다. 


그녀는 자꾸 보면 볼수록 매력이 있었다. 머리를 뒤에 묶고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커리어 우먼의 모습

이 보이기도 하고 말할 때면 보조개가 약간 드러나면서 귀여운 모습이었다. 


똑 부러진 성격에 얼굴도 뚜렷한 서구적 인상을 가진  매력 있는 얼굴이었다.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는 그녀지만 나에게만은 솔직하고 성심성의를 다하는 것 같았다. 


그동안  보살펴주고 그린카드도 만들어 준 것 만도 고마운데 이제는 결혼도하고 가정도 만들고 살아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내일은 내가 알아서 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서운 해선지 살짝 눈시울이 붉어지는 듯했다. 


제니퍼는 나에게 부담 갖지 말고 하고 싶은 데로 하라고 하였다. 


떠나고 싶으면 떠나도 좋다고도 하고 공부를 더하고 싶으면 공부를 더 하라고도 하였다.


1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깨어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사람을 간호해 주고 도와주고 했다는 것

이 너무 감사하였다. 


그동안 보살펴준 것이 감사해서 더 열심히 일을 하겠다고 했다

.  

가게는 점점 번창해서 여러 군데 지점을 만들었다. 

이제는 그녀 혼자서 일하기에는 규모가  커져버렸다. 


어느 날 저녁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데  언덕  위 산에 있는 근사한 레스토랑

에서 함께 식사하고 가자고 한다. 


커다란 유리창밖으로 엘에이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브라질 바비큐를 오더하고 화이트 와인도 함께 오다 했다. 


“오늘 무슨 날이에요?  아니 별거는 아니고   작년 이맘때 나 혼자 카운티에 가서 결혼 신고를 했거든 

근데 오늘 당신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어! 


세진 씨는 나 어떻게 생각해? 


솔직히 말하면 당신은 나에게 너무 과분한 사람이야. 당신이 부족한 게 뭐가 있어. 아

름답고 돈 많고 성격 좋고  --”


그런 거 말고 진짜 나 어떻게 생각해? “ 당신은 너무 아름답고   사랑스러워!”


그럼 우리 사귈까?  

그녀가 나를 보는 눈빛이 너무 진실해 보였다.

실은 내가 부족한 게 많아서 말은 못 했지만 나도 그녀를 연모하고 있었다.


병원에 있는 동안  나에게 보여준 그녀의 진심에 감동한 적이 많았다. 이런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세진 “ 실은 나도 고백할게 “  나도 당신과 함께 하면 좋겠어 “

내가 먼저 고백하지 못해서 미안해!  계속 당신을 생각해 왔어!


제니퍼 :프러포즈하는 거 맞죠? 


세진 :맞아요 벌써 하고 싶었지만 할 수가 없었어요.

알겠지만 우린 차이가 많이 나잖아요. 당신은 사장님이고 난 종업원이고 

그리고 나는 가진 게 없어서 당신을 바라볼 수도 없었어.


그녀는 핸드백 안에서 반지 한쌍을 꺼내서  나에게 약속의 의미로 반지를 끼워 주었다. 


당신이 나에게 프러포즈할 때 주려고 준비했었어.


준비한 반지를 우린 서로에게 끼워 주었다. 이제 우리 서로 행복 하자!


우리는 반지를 낀 손으로 서로를 꼭 잡았다. 그날밤 우린 집에 돌아와 첫날밤을 함께 보냈다. 


그녀는 행복해했다. 그동안 혼자 외로웠다고 한다.


모든 것을 혼자 하다 보니 마음에 여유가 없어 항상 쫓기듯 살아왔다고 말한다. 


이제부턴 내가 있으니까 우리 함께 잘살아보자! 아이도 낳고 아빠가 되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고  곱게 늙어가자 “ 


함께 일하다 보니 효과가 있었다. 


이제는  재봉공장까지 인수해서 디자인부터 재봉까지 회사 안에서 모두 다 할 수 있게 되었다. 

매출 도 많아져서 각 주마다 물건 보내기에 바빴다.


좋은 집, 좋은 차도 사고  아들 쟌 도  낳고 상냥한 와이프에 겉으로는 모든 게 완벽했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 응어리 같은 해결하지 못한 것 같은 뭔가가 있었다. 


내가 사고가 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운명의 장난은 정말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것이 바로 현실이다. 

그러나 가슴속에 있는 그리움 같은 것이 사라지지 않는다. 

 

예쁜 와이프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그리움 한 조각이  내 주위를 

항상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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