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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얼굴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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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식 Sep 30. 2024

다시 피어나는 꽃

 

11 : ( 다시 피어나는 꽃 )


아들 쟌 이 입학한 LA 근처  파사데나에 있는 아트센터  대학을 다녀왔다. 학교 앞에서 집을 얻어 

생활하겠다고 고집을 해서 학교 앞 숙소를 얻어주었다. 


 집을 떠난 것이  조금은 서운 했지만 이제는 쟌도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다. 

다행히  엘에이 근처라서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우린 아들의 선택을 존중했다. 


아빠, 엄마처럼 디자인을 좋아해서  건축 디자인을 전공할 셈이었다. 

학교는 숲 속에 있어 조용한 곳이었고 디자인 전문대학이라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

 한다고 한다.  


“쟌!  맛있는 거 먹고 싶으면 집으로 와! 그리고 전화 가끔 해주고 “응. 알았어 

무뚝뚝하게 대답한다. 


오리엔 테이션에 가보니  백인 이 대부분이지만 동양 아이들 그리고  한국아이들처럼보이는 

아이들도  몇 있었다.


미국서 태어난 애들도 있고 1.5세도 있고, 한국에서 유학을 온 학생들도 보였다. 

모두 다 젊고 똑똑하게 보이는 학생들이었다.  


내가 입학하던 때가 생각났다. 빡빡머리 고등학생이 대학 입학 했다고 머리도 기르고 교복대신 사복을 

입고 어른 이 다된 것 마냥 술도 한잔 마시고 뭔가 해방된듯한 느낌으로 살았었다. 


근데 여기 학생들은 자기 하고 싶은 공부 하려고 들어온 아이들 같았다. 

눈도 반짝이고 기대에 가득 찬 눈빛을 하고 있었다. 


알아보니 이곳 학생들은 공부 열심히 하는 게 전통이란다. 

학교학생들이 공부가 많아 집에 가지 않고 학교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며 버티며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쟌도 이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뭔가 달라진 것처럼 보였다. 

처음엔  주말에만 집에 오더니  이후엔 점점 길어지더니 이젠 한 달에 한번 올까 말까 한다. 

바빠서 못 오겠다고 한다. 


이젠 큰집에 둘만 살고 있다. 큰 이 층집 방 4개 화 4개 수영장까지 있는  큰집에 머무르는 시간은 잠자는 

시간뿐  인 것 같다. 주로 낮시간 은 청소하는 아줌마가 지내고 있다. 


바닷가가 보이는 팔로스버디스 언덕 위의 집도 우리에겐 별로 쓸모가 없다.

가끔 잔디 마당에 앉아  바다를 보며 커피를 마시거나 와인을 마실 때 외에는 밖에 나와보지도 않는다. 


가금 찾아오는 손님 들은 바다를 보며 좋겠다고 말하지만 오래 살다 보면 파도소리도 가끔은 소음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런 곳에 살 수 있었던 것도 알고 보면 제니퍼 덕이다. 

아무것도 없이 한국에서 미국으로 와서 이쁜 와이프와 아들과 좋은 집 좋은 직장을 가지게 된 것도 

다 제니퍼를 만난 덕이다. 


너무도 고마운 사람이다. 물론 사업을 성장시키는 데는 나도 일조를 했지만 사업을 성장할 수 있도록 

기초를 만들어 놓은 것은 제니퍼의 능력이다. 


어찌 보면 이 큰 미국에서 의지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제니퍼와 나 둘 뿐이다. 


지금 까지 제니퍼가 나에게 보여준 사랑과 배려는 내가 제니퍼에게 하고 있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다.  

미국에서 내가 시민권을 받게 된 것도 거의 죽게 된 나를 살려준 것도 나에게 가정을 만들어 준 것도 모두 제니퍼 덕분이다. 


정말로 내게 있어서는 은인과 같은 사람이다.  


앞으로는 더 사랑하고 더 이해하고 더 잘살아보리라고 결심 을 해본다. 



 

옛 여자 친구 수진이도 이젠 은 남편, 쁜 딸과 께 잘 고 있는 거 아 위안이 된다. 

이제는 서로 다른 가정에서 현실을 인정하며 옛사랑은 구석 한편에 몰아 두고  가끔 생각이 날 때마다

 그리움을  삼키면서 살면 될 뿐이다. 


요즘 쟌도 학교에서 밤샘을 하며 열심 히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2년이 지났다. 

오랜만에 쟌이 집으로 왔다. 함께 밥을 먹고 마당에 나가서 커피를 마셨다.


아빠!  나 여자 친구 생겼어! 뭐 여자친구! 

쟌 이 여자친구 만들었다고 말했다. “ 그래 한번 봐도 돼?


다음에 집으로 데리고 올게!   동양인이야?    " 응 한국사람 이야 “

그래 한국 어디? 서울서 왔대! 그래!


한국에서 왔으면 영어 가  좀 힘들겠네? 아니 잘해!

그래 대단하구나 미국서 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영어를 그렇게  잘하지 ?  응  “어릴 때 미국에서 살았대!


그랬구나 잘 됐네! 잘 사귀어 봐! 나중에 한번 데려오고! 


그래 알았어  아참 그리고  나 다음 학기는 독일 베를린 가야 돼!

교환 학생으로 베를린 가기로 했어!

 

그래 잘했다, 베를린 도  디자인 분야에서는 앞서가는 곳인데 가서 많이 배우고 와!

몇 명이 함께 가는데? 응 12명!  친구 수지도 같이 가기로 했어!


그  한국애!  응!  “그래 함께 가면 재미있겠네  , 잘 돌봐 줘라!  ‘

“수지가 더 어른 같아. 날 잘 챙겨주거든!  “쟌이 대학에 간 이후는 집도 텅 빈 것 같다.

갑자기 근래에 외로움을 더 느끼게 된다. 


내가 왜 그러지?   나이가 들어선 지  옛 생각에 잠길 때가 많다. 

골프 멤버들을 모아 함께 골프나 해야지! 


함께 골프클럽에서 식사를 하고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노랫소리가 들린다. 

 노래가사가 들린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난 이에게 노래하세요 후회 없이 사랑했다고 말해요.





세월이 흘러도 항상 그 기억은 어제일 같다.  대학 1 학년 시절 이 떠오른다. 


20살 1학년 겨울 방학 때  눈이 오는 날 우린 동숭로길을  함께 걸었다. 어디서 배웠는지 나보고 

“세진 아 너 엿 먹어”라 고 한다. 뭐 엿먹 으라고! 


그 소리가 너무 귀엽게 들려서 한번 더 해보라고 했다. “ 너 엿 먹어라 하하하” 날 잡아 

봐라 - 이 가스나 잡으면 쥑이삔다. 경상도 말을 하며 장난을 쳤다.


깔깔 웃으며 니 밥무나? 안 무었다 , 그럼 밥무러가자! 깔깔깔 

이제 내년  2학년 마치면 입영을 해야 하는데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지만 지금은 

이 시간을 즐기고 싶었다.  


대학로 가로수길을 따라  걷다가 혜화동 로터리로 들어가자  영화촬영을  하고 있었다. 

추운 겨울 남자와 여자 배우가 코트 깃을 세우고 눈장난을 하고 있었다. 


아름답게 보이는 청춘 들 그들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우린 하늘에서도 축복받는 사랑을 하고 싶었다. 


한참을 구경하다가 태극당 에 들어갔다.


따뜻한 우유 한잔을 호호 불면서  추위로 빨개진  얼굴을 녹이고 있었다.

우린 서로 우리 앞에 놓인 현실들을 이야기하기를 싫어했던 것 같다. 


지금지금이 가장 우리 인생에서 가장 좋은 때 인지도 모른다. 

이런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우린 그 시절을 즐겼다. 내일 일은 내일 일일뿐 --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그래 우린 꿈을 꾸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꿈 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린 지금 이 젊음이 좋다. 


지금은 만질 수도 없고 말을 할 수도 없지만 그때 그녀의 따스한 손,   따뜻한 입술은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우린 그렇게 추운 겨울을 보냈다. 

오래전 추억이 어제일처럼 느껴진다. 





“그래 긴 세월을 다보내고 나서도 마지막에 그래도 사랑의 기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 

한 사람이다. “라는 디제이 멘트가 귀에 와 박힌다. 


우리 아이 쟌 엄마 제니퍼에게는 항상 미안하다. 나에게 이런 과거가 있는지도 모른 채 나

만 믿고 평생을 살아 주었으니 ---


내 마음의 반쪽은 수진 이였다. 죽을 때까지도 함께 했던 추억은 잊지 못할 것 같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은 슬프게 한다. 


제니퍼는 나에게는  은인이며 사랑이지만 반쪽 밖에 줄 수 없다는 것이 항상 미안했다. 


다른 여인과 바람피우거나 몰래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한때의 추억을 간직한 사람을 잊

지 못하는 것도 너무 미안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수진이에 대한 예의 일 것 같아서 이기도 하다. 


나만 그런것가? 세상에 사는 다른 사람들은 다 한때의 인연을  잊어버리고 사는 건가? 

화양 연화라는 영화를 보았다.  

인생의 가장 순수한 시간에 만나서 사랑했던 사람을  잊지 못하고 후에 다시 만나게 된다는  영화이다. 


길지 않은 세상을 살면서 어제일처럼 생각나는데 어떻게 모르는 사람처럼 잊어버릴 수 있을까?


긴 인생을 사고하면서 살아온 노 철학자에게 이 질문을 던진다면 무엇이라 대답해 줄까 

지극히 개인 적인 일이라 개인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개론적인 답을 들을 것 같다. 

 

화양연화는 아마 운 좋은 몇 사람의 이야기일 뿐인 것 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나서 실망하거나 안 만난 것만 못하다는 대답을 듣는다. 


차라리 기억 속에만  간직하고 사는 것이 좋다는 말을  한다. 

그렇다 내가 태평양을 건너고 총을 맞은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그 당시에 미국으로 온 것도 최선의 선택이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따라 살려고 한 것뿐이다. 


다음일은 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사람은 책임이 없는가? 아니다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 


아픈 기억을 가지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픈 기억을 가지고 사는 것이 어쩌면 일반 선에 대한 응보이다.

이렇게 사람들은 자기 자신만의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쟌이 교환 학생 프로그램을 마치고 돌아왔다. 

간 김에 수지와 함께  동유럽을 여행했다고 한다.  함께 여행을 해보니 어때?  응 재미 있었어 !


처음엔 트러블이 조금 있고 의견 차이도 조금 있었지만 서로 대화하며 해결해 나갔다고 한걸 보면 

정말 좋은 짝을 만난 것처럼 보인다. 


여행해보면 서로의 든 점  드러나기 때문에  서로에 해 이 알 수 있다. 

서로의 장점, 단점, 성격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여행하다 보면 이 사람이 나와 평생 함께 해도 될 사람 

인지를 알 수 있다. 


쟌이 크로아티아 라스토케의  동화 같은 마을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여 주었다.

너무 아름다웠다.  슬로베니아 블레드 성 위에서 찍은 사진도 보여준다. 

사진을 보다가 눈에 들어오는 사진을 발견 했다.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었다. 

 수진이와 비슷하게 생긴 아이가 웃고 있는 사진을 보고 갑자기 착각을 했다

쟌! 이 학생은 누구야? 응,  빠  내가 저번에 말한 수지!


왜 이쁘지!  응 너무 예쁘다.  너 사람 보는 눈이 있네! ㅎㅎ

 얘랑 지금도 잘 지내고 있어? 


응 뭐랄까! 너무 성격이 맞는 것 같아. 착하기도 하고!!


아무래도 아니겠지 하며 다음에 한번 같이 와!

“맛있는 거 만들어  줄게! “


탱스기빙 때 함께 와도 되고!  알았어 얘기해볼게.

옛 기억이 나는 것 같아 잠시 멍하게 있다가 설마! 하며 잠이 들었다. 

 

탱스기빙 날 저녁 터어키를 구어 집 마당에  등불을 피고 파티준비를 하였다. 

날씨도 선선하고  아름다운  날이었다.  집마당 잔디밭에서 고기를 굽고 있는데 --


쟌이  여자친구 수지를 소개한다.

 

순간 수진이와 너무 닮은 모습에 잠깐 놀랐다. 

마치 옛날 긴 머리를 한 수진이가 앞에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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