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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얼굴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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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식 Oct 07. 2024

죽음을 앞두고 떠오르는 추억들

 

13 : 죽음을 앞떠오르는 추 


아 ~~~ 수지 남자친이름박세진이라 수진은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꼈다.

가끔은 생각났지만 이렇게 다시 인연이 계속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리고 보니 더 닮았다. 젊었을 때의 세진 씨 얼굴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딸을 미국에 보내고 나서는 뭔가 할 일을 다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외로웠지만 딸이 어릴 적 살던 미국으로 유학하기를 원해서 할 수 없이 허락은 했지만

거기서 결혼하고 살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수지를 아껴주고 사랑해 줄 것 같아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하기도 하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반쪽을 잘 만난 거라고 생각해 와서 그런지 딸이 가장 사랑하

는 사람과 결혼해서 잘 살 것 같아 기쁘기도 하다.


수진이는  딸이 정말 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살기를 바랐다.

어쩔 수 없이 결혼하게 된 자신을 생각하면서 딸만은 깊이 사랑하는 사람과 재미있게 사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수지아빠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고 존경할만한 사람이었지만 깊이 사랑하지는 않았다.

물론 사랑해서 가정을 이루고 살았지만  마음속에는 잊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항상 그 때문에  수지아빠에게 미안했고 또  마음의 가책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내 마음조차도 어찌할 수는 없었다.




쟌과 딸을 보내고 나니 집이 텅 빈듯하다. 몇 주 동안 함께 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그런지  더 집이 적막해진 것 같다.


이제 그동안 못했던 일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먼저 건강검진을 해야 한다.

몸이 힘들었지만 그동안 바빠서 하지 못한  병원 검진을 하려고 마음먹었다.


코로나 이후에 쉼 쉬는 것이 조금씩 힘들어졌다. 의사들도 그 원인을 모르겠다고 한다.

공기 좋은 곳에서 휴양도 해보았지만 차도가 없었다. 진찰결과는  폐가 경화되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방법이 없어 답답할 뿐이었다. 운이 여기까지인가 생각도 해보았다.

뭔가 아직 하지 못한 일들이 많이 있는 것 같은데 여기서 끝나야 하는 것이 슬프기도 했다.


담당 의사에게 전화하니 왜 그동안 연락이 없었냐고 묻는다.

“그동안 몸 이 힘들지 않았나요?”

네 박사님 , 힘들지만 견딜만했어요.


수진 씨는 지금 폐가 정상이 아니라서 시간이 지나면 점점 호흡이 힘들어질 거예요.


지금부터는 주의해서 살펴봐야 할 것 같아요.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즉시 연락 주세요.

얼마나 더 호흡을 할 수 있을까요?  


점점 폐가 굳어가고 있어서 지금은 50프로 정도밖에 남지 않아서 아마 3- 6개월 정도 예상하고 잇습니다.

선생님 방법이 없을 까요?  이런 병은 처음이라 지금으로서는 ~~~~


코로나 이후 숨 쉬는 것이 조금씩 힘들어지고 있다.

폐가 조금씩 경화되어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여러 가지 방법을 알아보았지만 특별하게 방법은 없다고 한다.

병원에서도 폐섬유질이 굳어지는  원인을 몰라 처방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생긴 병이 아닌가 싶다.


병도 병이지만 딸 수지가 더 걱정이다.  아직은 수지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아직 방법도 없는데 걱정시키고 싶지도 않았고  이제 졸업하고 직장 다니고 결혼도

 해야 하는데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이번에 함께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었다는 게 너무 다행이다 싶었다.


솔직이 죽음에 대한 큰 두려움은  없다.

어차피 누구나 언젠가는 죽게 마련 아닌가! 그리고 이젠 삶에 대한 큰 애착도 없다.

삶을 뒤돌아보면 기쁨의 순간도 있었지만 고통의 순간 도 많았다.


다시 뒤돌아서 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시 한번 더 고통을 겪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돌아가고 싶은 시간을 묻는다면 대학 1학년 라면  다시 돌아가고 싶다.

가슴 뛰던 시절, 모든 게  꽃같이 아름 담던 시절, 순간순간이 꿈꾸는 시절 같았다.


한 사람을 교정에서  만났고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시절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다시 한번 돌아가고 싶었다.


대학졸업 후 직장에 다니며  다시 세진을 만났을 때도 꿈을 꾸는 시절이었다.

세진은 가지 말라고 말렸지만 겨울 등산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겨울 눈이 많이 오던 설악산  등산동아리 친구들과 산정상에 올라 야호 메아리를 남기

고 하산하는 도중 많은 눈이 내렸다.


우리 팀은 눈이 쌓여 길을 잃었다. 밤은 깊어가고 날도 어두워지는데 이 밤

에 대피소마저 발견하지 못하면 꼼짝없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악산 등반을 떠나기 전 세진 씨가 가지 말라고 할 때 떠나지 말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여기서 죽으면 다시 볼 수도 없을 것 같았다.


여기서 죽으면 눈에 묻혀 발견하기도 어려울 텐데 --

리더는 당황하였지만 당황하는 기색을 대원들에게 주지 않으려 담담하게

말을 했지만 떨리는 목소리마저 숨길수는 없었다.


무작정 걸었지만 다시 오던 길로 되돌아가기를 여러 번 조그만 불빛하나도

보이지 않는 첩첩산중  손 전화도 없던 시절이었다.


하나님 구해달라고 마음속으로 기도 했다.

남자 5 여자 3명  오늘밤 대피소를 발견하지 못하면 눈을 파서 자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 순간에도 세진 씨의 따듯한 품이 생각났다.


한 번만 다시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 했다.

다시 만나면 절대 헤어지지 말게 해달라고 기도 했다.

이 기도를 모른 체하지 말아 달라고 빌고 빌었다.


교회를 다니지도 않고 하나님에 대해서도 무지했지만 극적인 순간에 하나님을 찾았다.

하나님은 사랑이시고 간절하게 기도하는 사람의 기도를 들으신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 기도를 들으셨는지 팀리더가 길을 발견했다고 소리친다.


다행히 팀리더가 여러 번 다녀왔던 경험으로 눈길을 헤치고 나가 대피소를 발견한 것이다.

.

너무나 피곤해서 얼어있는 신발만 벗고 잠에 떨어졌다.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그치고 햇살이 환하게 비쳤다.

도착하자마자 세진 에게 연락했다.


연락이 안 돼서 걱정 많이 했어!. 대설주의보도 있고 설악에 간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떠난 후에야 떠난 것

을 알았어! 걱정 많이 했어 -.

“아마 대피소 발견하지 못했다면 죽었을 거야.

세진 씨도 다시 못 보고 --기도 많이 했어.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


조용히  세진 씨를 껴안아보았다. 그 품은 따뜻했다.

그해 겨울은 그렇게 춥고 따뜻했던 것을 기억했다.


설악을 다녀온 후로  십자가 목걸이를 걸고 다닌다.

혹시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 할지라도 십자가가 나를 지켜주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들어서이다.




약해져그런옛 생각이 난다.  인생가운데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그때였던 것 같다.

사랑만 존재하던 시절. 꿈같던 시절,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시간이지만 기억 속에서 라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직장 생활하던 시절 여름 우린 둘이서 무주 구천동  산행을 갔다.

배낭에 텐트와 식장비를 넣고 산에서 하루를 보내고 내려올 예정으로 올라갔다.

날이 좋아서 기분 좋게 올라갔다.


늦은 오후 텐트를 칠 무렵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텐트를 치고 텐트주위에 도랑을 펐다.


그치겠지 했는데 비가 계속 내린다.  슬립핑백도 젖어서 안에 들어가서 잘 수가 없을 정도였다.

산 위라서 비가 내리니 점점 추워졌다.


일단 버너에 불을 붙여 물을 데워  따듯한 커피를 마셨다.

몸에 온기가 있는듯했다.


바람은 불고 비는 오고  낭만은 저리 가 버리고 몸을 보온 을 해야 했다.

일단 슬립핑백을 둘러썼다.  오들 오들 떨렸다. 텐트 안에 슬립핑

백을 서로결쳐 이중 공간을 만들었다.  


우린  서로의 눈을 바라다보았다. 수진이는 내 품 안에 들어왔다.

서로의 체온 때문인지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신을 벗기고 발을 문질러 주었다.  발이 너무 차가웠다. 손도 차가워  

서로 의 손을 문질렀다. 그렇게 껴안은 채로 우린 잠이 들었다.

그 순간이 얼핏 생각났다. 얼굴이 빨개진다.


어떤  어려움도 함께 있으면 다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린 연인이었고 동지였고 친구였다.

다시는 이런 사람도 , 이런 추억도 , 가질 수 없을 것 같았다.




수지 아빠는 나의 이런 과거에 대해서 조금은 알았던 것 같다.

가끔은 혼자 있고 싶어 하고 가끔은 슬픈 기색을 보이는 나에게 쉴 공간과 숨 쉴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힘들고 지치고 외로울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이었다.

수지를 낳고 함께 하는 결혼 생활동안 별로 싸워보지 못했다.


아침에 일찍 나가서 운동하고  낮에 일하고 저녁에 업무 마친 뒤에도 자신의 취미생활을 하였다.

자기 자신에게도 충실한 사람이었다.

수지 와도 많은 시간을 함께 놀아주고 아빠로서 도 충실하였다.


이런 남편에게 완벽한 사랑을 줄 수 없는 자신이 가끔 은 미웠다.

지워버려야 할 옛 기억이 사라지지 않는다.


어쩌면  나 자신의 옛 기억이 나 자신을 지탱하게 해주는 나 자신처럼 느껴진다.  

 

대학 때 친구 지숙이 집에 들르겠다고 전화가 왔다.


지숙이는 대학 때부터 단짝이었다.  함께 주문진에 갔었던 적이 있었다.

우리만 방에 두고 밤을 세우고온 친구이다.


이제는 그 친구 준수랑 결혼해서 딸 둘을  낳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지숙은 수진이가 걱정되어 가끔 집에 들러주었다.


남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이야기도 지숙에게는 털어놓고는 했다.

나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  그만큼 믿음직한 친구였다.


지숙은 내 얼굴을 보고 안색이 전 같지 않다고 걱정한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보고 싶은 딸도 보았는데 왜냐고 묻는다.  지숙이에게는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그동안 말하지 못한 병에 대해서 털어놓았다.

코로나 동안 모두 다 힘든 건 알고 있었지만 수진이 너에게 그런 일이!!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  수지도 아직 모르는 거야?

아직은 말하지 않았어!


그리고 아직 말하지 않았던 게 하나 더 있어! 우리 수지가 결혼할 사람이 생겼는데 그 아빠가 너도 아는

박 세진 씨 같아!

뭐 세진 씨! 너 놔두고 미국 가버린 그놈 말이야?


그동안 일어났던 일을 설명해 주었다.  지숙은 수진이의 이야기를 들은 후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혼자서

견디어낸 수진이가 너무 불쌍해 울어버렸다.


겉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는 줄만 알았던 수진이 에게 그런 일이 --


지숙은 세진 씨 잘 있냐며 전화번호를 물었다. 지숙은  그냥 안부 전하려 한다며 둘러대었다.


아무래세진이에전화를 걸어 모든 이야기를  해주어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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