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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얼굴 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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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식 Oct 08. 2024

가슴 아픈 재회

죽음을 앞둔 재회

14:  (  재회 )


지숙은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 수진지숙인데요 수진이가 얼마나 더 살 수 있는지 말해주세요 

폐가 점점 경화되어가고 있어서 아마 3개월은 자연 호흡이 가능하지만 그 후엔 자연 호흡이 불가능할 것

같다고 말한다..


“ 연명 치료를 하면 몇 개월 더살수 있겠지만  깨어나지도 못한 채 호흡만 한다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지!

수진 씨도 그건 절대 싫다고 하고!  


지금 까지 혼자 견디어온 수진이가 너무 불쌍하였다.  그동안 혼자 그 고통을 어떻게 견디어 내었을까?  


지숙은 집에 돌아와 남편 준수와  의논하였다.  

준수도 세진이 와는 아는 사이 여서 수진이 죽기 전에 한번 만나게 하는 것이 어떻겠는지 물었다.


앞으로 사둔이 될 사이이고 서로 정리해야 할 일들은 서로 만나 마무리

짓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 그럼 내가 내일 전화해 볼게!


시차가 있어 준수는 밤늦게 세진 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 세요! 여기 한국인데요 혹시 세진이니?


누구지? 아! 오랜만이다 나 준순데 기억나니?

아 오랜만이다.  어쩐 일이야? 응 다름 아니라 수진이 때문에 전화했어!


너도 알고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뭐 수진이!  갑자기 수진이 소식이라고 해서 너무 놀랐다.

어 수진이! 무슨 일 있어?    수진이 가 코로나 후로 폐 섬유에 경화가 생겨서 위독하데!

오래 살 수 없나 봐!  한번 시간 되면 나와서 같이 만났으면 해서!


위독하다는 말을 듣고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너무 충격을 받아 말을 할 수가 없다.

혼자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심각한 병이 있어  오래 살지 모르겠다는 소식을 들으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


잠시 숨을 고르다가 “ 그런 일이 있었구나! 곧 비행기 알아보고 전화 다시 할게!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소식에 너무 놀라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제니퍼에게는 친한 친구가 위독해서 한국에 다녀온다고 얘기하고 떠날 준비를 하였다.




제니퍼도 알아야 할 일이지만 아직은 말하고 싶지 않았다.

수지에게도 말을 해야 하지만 수진이가 아직은 말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결혼을 앞두고 있기도 하고  졸업 후에  새로운 직장에서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일단은  수진을 만나보고 알릴생각이었다.


며칠 사이 호흡이 거칠어져서 대학병원에 입원을 며칠하고 집으로 가기를 원해서 퇴원을 하였다.

수진이도 준수가 세진에게 전화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더  병원에서 만나고 싶지는 않아서 퇴원했다고 한다.

병약한 모습으로 세진이를 만나고 싶지는 않았다.  


이젠  나이도 먹고 초라한 모습이지만 조금이라도 젊고 예쁘게  보이고 싶었다.

아픈데 무슨 정신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마지막 모습을 초라하게 보여 주기가 싫었다.

그 이를 본  마지막 이 26살 무렵이었다. 가장 예쁘고  원숙할 때였다.


수십 년 후에 다시 만나면 달라진 모습에 놀라게 될 것이라며 정성 들여 화장을 하였다.


모습은 했지만 마음만은 그대로였다 

마음은 설레고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수십 년이 지났지만 헤어지는 날의 기억은 아직도 또렷하게 남아있었다.  


공항에서의 이별이 마지막이었다.

헤어지는 날 그대는 다시 미국에서 만나게 될 줄로만 생각했었다.

지나고 보니 너무 슬픈 이별이었다.


그 후로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이렇게 만나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었다.




이렇게 오래 지난 후 얼굴이나 알아볼 수 있을까?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옛날 처음 만난  소녀적 그 시절처럼  가슴 이 뛰었다.  


화장을 하고 머리손질을 하고 난 후에 만나기로 한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약간은 어두운 조명 이어선지 주름을 조금은 가려주었다.


수진 아!  어머 세진 씨! 어색한 미소를 서로 교환하였다.

거의 30년 만의 만남이었다.


서로의 간격을 좁히기에는 너무도 긴 시간이었다. 서로 말이 없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 안정을 하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하려 노력했지만 수진이가 먼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몸이 아파서가 아니라 그동안의 가슴속에 묻어둔 눈물이 자신도 모르게 흘러내렸다.

세진의 눈에서도 눈물이 조용히 흘러내렸다.


수진이를 이렇게 만든 게 나의 책임 같아 너무 마음이 아팠다.

미안해! 너무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 외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미안 해 하지 마! 헉 , 어쩔 수 없는 일이었잖아! 숨이 좀 거칠어졌다.


우리가 한 약속들 , 우리가 한 대화들,  밤을 새우며 함께 했던 우리의 추억들이 어제일인 양 눈앞에서 어른 거리는데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러버렸다는 것이 원망스러웠다.


나도 모내 눈에서도 물이 흘러내렸.

그동안 가슴속에만 묻어둔 눈물이었다.

 

말없이 흐르는 눈물은 그동안 오래동안의 맺힌 마음을 위로하는 자신의 눈물이었다. 


너무보고 싶은 얼굴이었지우리가 서로 모른 채 살아세월길었다.  


아픈 마음만 가지고 살아야 했던 시절이 너무 야속하기도 했다.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우리를 헤어지게 만든 세상이 너무 미웠다.

너무 야속했다.


다 늙어서야 만날 수 있었다는 게 너무 슬펐다.

어찌할 수 없는 환경으로 인해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운명이 슬퍼 다시 울었다.


세진이는  손수건을 꺼내 수진이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얼굴을 만져보았다.

그렇만나싶었는데! 그토싶었는데!! 

 

이 사람이 그렇게 사랑하던 사람, 그 사람이 내 앞에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이것이 우리 운명이었나 보다. 이 세상에서는 맺지 인연이었나 보다.!!


그 운명의 신이  우리가 아닌 우리의 자식이 맺어지게 된 것은 우리를 너무 안타깝게 바라본 신의 선물

은 아니었을까?


이제는 우리의 운명을 슬퍼하기보다는  자식들의 사랑의 결실을 축복해주어야 할 것 같았다.


그동안 삶의 굴곡을 견디어온 수진이의 손을 잡아주고 싶었다.

 

그리우리세월들은 절대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로보다는 죽도록 사랑었다해주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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