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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애 Sep 19. 2019

자식으로, 또 부모로 바라본 <아낌없이 주는 나무>

자식의 눈으로, 부모의 눈으로 질문하다.

아이들과 고전이라 하면서 아주 쉽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 중 하나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꼽는다. 나 역시 유치원에 다니는 작은 아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인 큰 아이와 함께 하룻밤 잠자리 독서로 읽기 무난했다. 그렇게 초록이 싱그러운 책을 들고 읽었다. 컬러는 딱 이 표지뿐이다. 책을 펼치면 검정 펜으로 꾹꾹 눌러 느렸을 듯한 그림과 메마른 글씨가 전부다. 정말 잠자리 책으로 그만이다. 그래서 그레그의 아빠는 매일 밤 그레그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읽어줬던 게 아닐까? 


아들이 즐겨 읽는 윔피키드3권에는 매일 밤 그레그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읽어준다는 내용이 나온다. 아주 좋은 내용이지만, 아마 아빠는 그레그가 쉘 실버스타인이란 작가의 사진을 무서워 한다는 사실을 알고 책을 읽어주었을 거라고 그레그는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짧은 내용의 글을 원작으로 읽고 싶어 산 원서 책 뒤표지에는 작가 쉘 실버스타인의 사진이 실려 있다. 그 사진을 보면 내가 봐도 이런 서정적인 책을 쓴 사람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얼굴과 표정을 하고 있다. 왜, 험악한 표정을 지은 자신의 사진을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뒤표지 한 가운데 넣었을까?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묻곤 했다.     


“나무는 왜 아이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주는 걸까?”

“아이는 왜 계속 나무의 모든 것을 가져가는 걸까?”     


아이들을 매번 묻는 그 질문에 대해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무는 아이를 사랑하니깐, 아이는 나무가 계속 주니깐. 간단하고 명료한 대답으로 마무리 된다. 그러다 문득 내가 아이들에게 원한 답이 무엇이었을까? 내가 생각하는 답은 무엇일까? 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었다. 아이에게 원한 답은 ‘계속 주기만 하는 엄마인 나와 계속 받기만 하는 아들인 너희들의 입장에서 좀 생각해서 답을 해봐라.’ 였던거 같다. 헌데 내가 생각하는 답을 정리해보려니 나의 엄마가 떠올랐다. 그리고 내가 떠올랐다.     


지금 나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 빗대면 나무이면서 소년이다. 여전히 부모님의 그늘 아래에서 부모님의 힘을 빌려 살고 있다. 그 힘을 빌려 또 내 아이에게 나 또한 무한히 무언가를 주려고 애쓰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내 부모님은 이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스토리 중 어디까지 와 계신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다시 책을 들고 아주 천천히 한참을 읽었다.      


소년이 되어 바라본 <아낌없이 주는 나무>     


“내 줄기를 베어다가 배를 만들렴.”

나무가 말했습니다.

“그러면 너는 멀리 떠나갈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을 거야.”

그러자 소년은 나무의 줄기를 베어 내서 

배를 만들어 타고 멀리 떠나 버렸습니다.

그래서 나무는 행복했지만......

정말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나무는 행복했지만, 정말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계속 맴도는 글귀에 안도의 한숨 섞인 눈물이 뚝 하고 떨어졌다.  줄기를 잘라 배까지는, 아직은 아닐거야......


나무가 되어 본 <아낌없이 주는 나무>     


소년은 나무를 무척 사랑했고.......

나무는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소년도 점점 나이가 들어갔습니다.

나무는 홀로 있을 때가 많아졌습니다.     


나무의 잎을 따서 왕관을 만들어 왕 노릇을 하고, 나무줄기를 타고 올라가 나뭇가지에 매달려 그네도 뛰던 그 소년도 점점 나이를 먹고 나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아직 사과도 따먹고 나무와 숨바꼭질을 하길 즐겨하는 우리 아이도 언젠가는 이 소년처럼 나의 품을 떠나버리겠지.      


“얘야, 내 줄기를 타고 올라오렴. 가지에 매달려 그네도 뛰고, 사과도 따먹고, 그늘에서 놀면서 즐겁게 지내자.”     


가끔 남편과 나는 이런 대화를 나누곤 한다. 벌써 엄마, 아빠와 보내는 시간보다 친구 랑의 약속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큰아이를 보면서, 놀아달라고 할 때 많이 놀아줘야 한다고. 언제 그런 때가 와도 서운해지지 않게. 소년에게 함께 놀자고, 함께 시간을 보내자고 애원하는 듯 한 나무의 모습에 잠깐 쓸쓸해짐을 느낀다.   

  



부모님과 나, 나와 아이의 사이를 빗대어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읽으며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또 다행이구나. 앞으로의 후회와 미련을 미리 맛보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아이에게서만 답을 들으려던 그 질문을 나에게 던지니 인생 흐름을 간파하는 듯하다. 험악하게만 보이던 쉘 실버스타인은 어떤 의도로 이런 책을 쓰게 되었을까? 진정 이 책이 어린이 동화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쉘 실버스타인은 1950년대에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군복무를 했다고 한다. 한국과의 인연도 있다고 하고 이 글을 쓰는 순간 계속 그의 사진을 보고 있으니 조금은 친숙해지는 듯한 느낌도 든다. 아동작가이자 성인작가, 시인, 만화가, 작사가, 작곡가 등으로 폭넓게 활동 했다. 짧고 재치있는 문장으로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을 수 있는 독특한 글과 아름다운 그림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아동 부문 편집장인 노스트람과의 만남이 계기가 되어 실버스타인의 숨은 끼를 자유자재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면서 쓰게 된 거라고 한다. 그의 재치있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바탕이 되어 책 표지에 그런 험악한 표정의 자신의 사진을 넣은 것은 아닐까?     


<참고도서>     

1. 아낌없이 주는 나무, 쉘 실버스타인 글/그림, 이재명 옮김, 시공주니어

2. The Giving Tree by Shel Silverstein, HarperCollins

3. 윔피키드3 – 그레그의 생존법칙, 제프 키니 글/그림, 양진성 옮김, 도서출판 푸른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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