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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애 Dec 27. 2019

산타 할아버지와의 숨바꼭질

10살 소년의 산타 증명기

 올해도 어김없이 산타는 아이들과의 숨바꼭질에서 승을 거두었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부터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산타 할아버지는 없는 거 같은데 증거를 찾지 못했다. 그 증거 찾기는 3년째 계속되고 있다.



 '산타할아버지, 아침 9시까지 여기서 기다리세요. 내가 산타가 진짜 있는지 보게 말이에요.'

  1학년 크리스마스에 산타 할아버지께 보내는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진짜 있다면 자신이 일어나는 아침 시간까지 우리 집에서 기다리라는 당부다. 물론 산타는 기다리지 않고 선물만 두고 갔다. 아이들은 새벽에 일어나 자신들의 선물을 받고 정말 좋아했다. 산타가 있는지 없는지 여부는 그다음 일이었다. 그랬던 아이는 매년 조금씩 치밀해져 갔다.


 작년 겨울, 큰 아이는 6살 동생에게 계속 산타는 없다고 말한다. 꼭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거실에서 자자고 한다. 한참 로봇 코딩에 푹 빠져 있던 아이는 자동차를 만들고 그 위에 센서를 달았다. 그리고 <나 홀로 집에>에 나온 캐빈처럼 트리 아래 자동차를 설치했다. 산타가 트리 아래 선물을 놓을 때 센서가 울리며 자동차라 움직이도록 해 둔 것이다. 거실에서 산타가 나타나기를 지키고 있던 아이들은 새벽 2시가 훌쩍 넘어 잠이 들었다. 그 사이 산타는 몰래 선물을 두고 갔고, 센서는 작동하지 않았다. 외할아버지가 이게 몬가 하고 만져보다 센서를 꺼버리셨다.



 산타가 선물을 두고 가는 장면을 엄마는 식탁 뒤에 몰래 숨어 사진을 찍었다. 이건 합성이라고 박박 우길게 분명한 큰 아이에게는 비밀로 하고 작은 아이에게만 보여주었다. 형아의 '산타 없음'에 절대 아니라고 하던 6살 동생은 엄마가 찍은 산타 사진으로 인해 산타 할아버지는 있다고 형아에게 호언장담 했다.


 "엄마가 이거 몰래 찍느라고 너무 힘들었어."


 매년 크리스마스에 동생은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두 개 받았다. 유치원으로 찾아오는 산타와 집으로 찾아오는 산타에게 말이다. 형아는 동생에게 유치원이 얼마나 많은데 너희 유치원에도 오고 저기 유치원에도 올 수 있겠냐고 동심 파괴를 마구 했다. 그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 나도 한마디 했다.


"왜 산타가 한 명이라고 생각해? 세상에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선물을 산타 한 명이 배달하겠니? 택배 아저씨도 얼마나 많은데..."


"그런가?"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이제 7살이 된 작은 아이는 유치원에 오는 산타는 가짜라는 걸 알아버렸다.


 "엄마, 산타가 안경을 썼는데, 눈이 너무 젊어."

 "어차피, 유치원 산타는 책 선물만 해줘."


큰 아이와 손을 잡고 마트에 가는 길, 큰 아이에게 물었다. 산타할아버지한테 무엇이 받고 싶은지. 왜 묻느냐고 재 물어 온다. 엄마는 성재가 착한 일은 많이 안 해서 산타할아버지한테 선물 못 받고 정재만 선물 받으면 서운할까 봐 엄마라도 준비하려고 그러지. 아이는 피식 웃으며 자기가 갖고 싶은 선물을 끝내 말하지 않는다. 산타라면 당연 자기가 가지고 싶은 걸 알고 있을 거라는 믿음이다. 또한 그것이 그 아이가 증명하고 싶은 것의 일부이다.



크리스마스이브, 피자도 시키고 스파게티도 시키고 스테이크도 구웠다. 와인도 한잔 하다가 올해는 트리를 준비하지 않아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어디다 두고 가실 지 모르겠다는 걱정에 급히 트리를 만들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영화를 틀고 아이들을 급히 침대에 눕혔다. 작년처럼 거실에서 잔다고 할까 봐 선수를 쳤다. 재미있게 보던 영화는 12시를 조금 남겨두고 끝이 났다. 작은 아이는 바로 잠이 들었지만, 큰 아이는 말똥말똥하다. 자기는 꼭 산타를 보고 말 것이라고 자기 방으로 가서 기다리겠다고 한다. 우리 부부는 일찌감치 큰 아이 재우기를 포기했다. 단잠에 빠져 있던 새벽 2시. 큰 아이가 안방으로 건너왔다.


"아, 엄마. 산타할아버지가 왔다 갔어. 내가 계속 지켰는데, 언제 왔다 간 거지? 정재야 일어나 봐 산타가 왔다 갔어."


 새벽 1시 30분, 할머니께서 화장실 가시는 소리를 듣고 방 문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는 큰 아이. 그때도 산타는 안 왔는데, 30분 만에 산타가 다녀갔다며 어떻게 왔다 갔는지 모르겠다고. 자기는 계속 방에서 책을 보고 있었는데 어떻게 된 거냐며. 이번에도 산타가 가짜임을 증명해 내지 못한 우리 큰 아이. 그래도 자기가 가지고 싶은 선물을 발견하고는 어찌나 좋아하던지. 축복해야 하는 크리스마스라며 그 뒤로도 끝내 잠에 쉽게 들지 못했다. 산타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면서 산타가 선물을 놓고 가는 것을 지켜보겠다는 순진함에 우리 부부는 크리스마스 내내 웃었다. 


그런데 산타는 언제 왔다 가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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