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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애 Jun 15. 2020

나서진 않더라도 연대할 수 있는 힘을 키우기 위해

<동물농장>을 읽고

 6월이다. 현충일과 함께 우리의 달력에 각인되어 있는 날짜가 있으니 바로 6.25 한국전쟁이다. 게다가 오늘은 6.15 남북 공동 선언 10주년이 되는 날이다. 어제 MBC <선을 넘는 녀석들>에서는 6.25 한국전쟁에 대한 내용이 다뤄졌다. 북한군의 남하 후 3일 만에 서울을 점령한 북한군이 한 일은 방역, 토지 무상 분재, 행정 치안관리였다고 한다. 그 후 안심했던 시민들에게 들이닥친 시련은 인민재판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이 내용을 보며 얼마 전 아이와 함께 읽고 들은 <동물농장>의 내용을 다시금 생각났다.


 단순이 사회주의를 비판하는 풍자적 우화라고만 알고 있었다. 4학년인 큰 아이와 읽어도 그리 깊은 내용을 다루지는 않겠거니 했다. 내가 읽고 있는 책을 보고 아이는 궁금해했다. 나도 빨리 읽고 싶은 마음에 잠자리에 들기 전 오디오북으로 아이와 함께 <동물농장>을 들었다. 내가 책을 다 읽어갈 즈음 오디오북의 진도는 8장을 지나고 있었다. 아이는 재미있게 듣던 오디오북을 멈춰달라고 했다. 이유인즉 너무 내용이 답답하다는 것이었다. 아이는 결국 책의 내용을 끝까지 듣지 못했다. 하지만 결말을 예상하듯 이렇게 말했다.


"결국 돼지가 사람이 되는 거 아니에요?"


  동물들은 하루 종일 고된 노동과 매질에 시달리면서도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의 식량만 배급받는다. 그것은 모두 '인간'때문이라고 생각한 늙은 돼지 메이저 영감의 뜻에 따라 동물들은 혁명을 일으킨다. 농장주인을 내쫓고 동물들이 스스로 농장을 경영한다. 그들은 능력껏 일하고 공평하게 먹을 것을 나누며 평등한 동물 공화국을 만들어간다. 돼지인 스노볼과 나폴레옹의 지도 아래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했다. 하지만 점점 나폴레옹에 의한 독재 체제가 구성되어가며 돼지들만 호의호식하는 사회가 만들어진다. 복종하지 않는 자는 처형되고 평등이라는 이름하에 만들어졌던 규칙들을 점점 지배 계급을 위한 규칙으로 바뀌어간다. 생각을 멀리하는 멍청한 다른 동물들은 이전 '인간'아래에 있을 때 보다 나은 생활을 살고 있다고 세뇌당한 채 더 혹한 노동과 굶주림을 감내하며 살아간다. 결국 동물농장은 인간사회의 악폐라고 생각했던 그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돈 혁명은 또 다른 인간을 닮은 돼지들로 인해 타락하고 만다.


 잘 알려졌다시피 이 <동물농장>은 조지 오웰이 러시아의 스탈린 독재 체제에 대한 비판적 내용을 담고 있다. 20세기 초, 러시아에 불어온 근대화 바람에 따라 가난과 빈곤에 허덕이던 국민들은 혁명을 일으켰다. 혁명은 성공했고 사람들은 행복을 기대했다. 하지만 혁명에 의해 통치자만 바뀌었을 뿐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었고 사람들은 다시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려야 했다. 이 책에 나오는 동물들은 그 시대의 역사적 인물들을 상징적으로 그리고 있다.


 나는 조지 오웰이 사회주의를 맹렬하게 비판하는 우파 성향의 사람으로 착각했다. 하지만 작품 해설에서 나타나는 조지 오웰은 철들면서부터 죽는 순간까지 사회주의자임을 자처했다고 한다. 사회주의 비판자로 오해에 대한 해명으로 오웰은 자기 해명을 했다고 한다. 


 "그는 <동물 농장>이 러시아 혁명에 대한 풍자로 씌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 풍자가 '더 광범한 적용범위를 갖게 하자는 것'도 자기 의도였다고 말한다. 이 해명에서 오웰은 권력 자체만을 목표로 하는 혁명은 주인만 바꾸는 것으로 끝날뿐 본질적 사회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한다는 것, 대중이 살아 깨어 있으면서 지도자를 감시 비판하고 질타할 수 있을 때에만 혁명은 성공한다는 것 등이 그가 작품 <동물농장>에 싣고자 한 메시지라 말하고 있다." - 민음사 <동물농장> P.158에서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후한이 두려워 나서지 못하는 동물들. 이전의 삶보다 더 나은 삶이라고 세뇌되고 생각을 멈춰버린 동물들. 지배 계층에게 감사하며 더 이상 이상을 꿈꾸지 않는 동물들. 나폴레옹이 지배해버린 독재 아래에서 착취당해야만 했던 동물들. 이들에게는 문제가 없었을까? 지배하기 위해 군림하기 위해 그럴듯한 이유들을 내세우며 권력을 앞세운 나폴레옹에게만 문제가 있었을까? 아마도 처음에 언급했던 것과 같이 우리 아이가 답답해했던 부분이 아닐까 싶다. 왜 나머지 동물들은 멍청이 같이 가만히 당하고만 있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부끄럽지만 나는 정치적 신념이 뚜렷하거나 많은 생각을 하는 편이 아니다. 사실 뉴스나 신문에서 떠들어대는 사회 이슈들을 나몰라라 한 적도 많다. 선거철이나 되어야 반짝 관심을 가졌다가 다시 흐지부지 되는 것이 나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더 애써 관심을 가져보려고 한다. 내가 생각했던 이상과 또 다른 이상을 꿈꾸는 그들의 이야기도 귀 기울여 들어보려고 한다. 신념까지는 아니더라도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앞장서진 못하더라도 연대할 수 있는 스스로의 힘을 길러야겠다 생각한다. 우리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사회에서 진심으로 이전보다 더 살기 좋은 사회가 되었다고  그러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참고도서>     

1. 동물농장, 조지 오웰, 도정일 옮김, 민음사

2. 동물농장, 조지 오웰 지음, 김기혁 옮김, 논술 해설 이지훈(서울대학교) 김준우(서울대학교),삼성출판사

3. 동물농장, 조지 오웰 원작, 현소 엮음, 아이원 그림, 박우현 한우리 원장 감수, 아이세움 쥘 베른, 옮김 조한

4. 동물농장, 조지 오웰, 홍신문화사, 연출자 김윤상, 극본 정아영, 오디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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