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커트를 주문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동안은 화면에 비치는 상반신만 깔끔하면 됐다.
블라우스, 셔츠, 그리고 살짝 힘준 화장.
그 아래는 편안함 그 자체.
출근은 얼굴만 했고, 하체는 늘 퇴근 중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사람을 직접 만나야 하고, 몸 전체가 말끔해야 하는 일.
그래서 스커트를 주문했다.
허리둘레와 기장을 고민하고,
핏과 소재, 구김 정도까지 따져가며
진지하게 장바구니에 담았다.
검정색 H라인. 베이지색 H라인
무릎을 살짝 덮는 기장.
움직일 때 불편하지 않을 만큼의 신축성.
나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이 정도의 각 잡힘.
잘 모르겠지만,
내일부터는 허리 단추를 잠그고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
익숙했던 느슨함 대신,
낯선 단정함과 함께 하루를 살아볼 예정이다.
괜찮다.
스커트를 주문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