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짐에서 머무름으로 한때 나는 가을을 보면 쓸쓸했다. 이토록 눈부신 아름다움이 곧 사라질 것을 알았기에 그 사라짐이 두려워 미리부터 마음이 허전해지곤 했다. 가을의 붉음은 곧 시듦의 예고편이었고, 찬란함은 곧 끝을 향한 불씨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달라졌다. 나는 더 이상 가을을 보며 쓸쓸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압도적인 아름다움 앞에서 말없이 서서 그 빛과 색에 온전히 잠기곤 한다. 사라질 것을 걱정하기보다는 지금 눈앞에 살아 있는 그 순간을 마주하는 일. 그것이 더 값지다는 걸 삶이 내게 천천히 가르쳐준 것이다. 이제 나는 안다. 아름다움은 영원하지 않아서 슬픈 것이 아니라 영원하지 않기에 더욱 눈부신 것임을. 가을은 여전히 지나가지만 나는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저 그 순간에 압도당하며 내 마음도 함께 물들 뿐이다.
그래서 가을이 되면 걷는다. 걷고 또 걷는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내 마음 또한 더 깊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