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은 한통속이다.

by 권성선

겨울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기숙사 방 안은 이상하리만치 건조했고, 공기마저 메말라 있었다. 이불 안쪽까지 바삭하게 말라 있었고, 나는 그 안에서 무기력하게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처음엔 단순한 감기라고 생각했다. 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가슴께가 싸한 느낌이 들었지만, 늘 그랬듯 ‘며칠이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넘겼다.


그러나 그날 밤부터 열이 떨어지지 않았다. 온몸이 화끈거리며 들끓었고, 뼛속을 때리는 듯한 근육통이 몰려왔다. 허리와 등, 무릎과 손목까지 마디마디가 욱신거렸다. 숨을 쉴 때마다 옆구리가 뻐근하게 쑤셨다.


룸메이트 언니는 집에 내려간 상황이었다. 방 안에는 나 혼자뿐이었고, 나는 그렇게 혼자 앓았다. 처음엔 식은땀이 등을 적시더니 나중엔 땀인지 열기인지도 모르게 축축해졌다. 밤마다 오한이 찾아왔고, 이불을 덮은 채 이를 악물고 떨다 잠들곤 했다.


버릇처럼 ‘견디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버텼다. 그러나 강의실에 들어선 순간, 세상이 한순간 기울었다. 시야가 찢기듯 흔들리고, 발끝부터 힘이 빠져나갔다. 숨을 몰아쉬는 동안 어지러움이 몸 전체를 휘감았다.


겨우 몸을 가누고 인근 병원으로 갔을 때, 나는 거의 탈진 상태였다. 진단명은 ‘급성신우신염’. 의사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고열에 근육통까지 심했는데… 그냥 참으셨다고요?”


나는 대답하지 못한 채 링거를 맞으며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제야 지난 몇 달의 기숙사 생활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 혼자 견디고, 감정을 삼키고, 몸이 무너지는 줄도 모른 채 마치 누가 등을 떠민 듯 버텨온 나날들.


그때 알았다. 몸은 말보다 먼저 진심보다도 먼저 신호를 보낸다는 걸. 나는 아프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에서 아프다는 말조차 잊고 살아온 어른이 되어 있었다.


병실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아프다는 건 약해서가 아니라 너무 오래 안 아픈 척을 했기 때문이라는 걸.


그날 이후 나는 몸의 언어에 조금씩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열이 날 땐 멈췄고, 눈이 아플 땐 책을 덮었고, 가슴이 먹먹할 땐 그 먹먹함을 말로 꺼내는 연습을 했다.


입원은 삶의 균열 사이에 놓친 신호 하나를 되짚는 일이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어쩌면 이미 회복을 시작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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