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함이 머문 자리에 남는 것들

by 권성선

나는 스스로를 까다로운 사람이라 생각지 않는다. 웬만한 일은 웃으며 넘기고, 타인의 실수에도 너그러우려 노력한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세 가지 선이 있다. 바로 불의, 불법, 그리고 불친절이다.

사실 대단한 대접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부담스러운 과잉 친절은 오히려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최소한의 예의, 즉 '성의'가 담긴 태도다. 최근 두 곳의 가게가 문을 닫은 것을 보며, 그 성의의 무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한 곳은 우연히 들른 작은 약국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손님을 향해 앉은 채로 턱짓을 하며 말을 건네던 약사. 약값에 대한 문의에도 성의 없이 대꾸하던 그 무심한 태도는, 약사라는 직업적 신뢰마저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또 다른 한 곳은 역전의 작은 우동집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이끌려 단골이 되고 싶었지만, 손님을 귀찮은 존재처럼 대하는 무성의한 태도에 나는 결국 젓가락을 내려놓고 다시는 그 문을 열지 않았다.

마음이 상해 발길을 끊으면서도 한편으론 마음이 무거웠다. '혹시 내가 너무 예민했던 걸까?' 하는 자책 섞인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전, 그 두 곳이 모두 문을 닫은 것을 확인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느낀 그 서늘한 불친절은 나만의 예민함이 아니었음을. 나를 돌려세웠던 그 무례함이 다른 수많은 이들의 발걸음 또한 돌려세웠음을 말이다.

관계의 본질은 결국 '한 끗'의 예절에 있다. 소비자와 판매자, 혹은 사람과 사람 사이. 그 모든 관계를 지탱하는 힘은 화려한 언변이나 대단한 서비스가 아니라, 서로를 인격적으로 대하는 최소한의 다정함이다.

오늘도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누군가에게 '다시 찾고 싶은 사람'인가, 아니면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불친절한 타인'인가. 무례함이 머문 자리는 결국 폐허가 되지만, 작은 친절이 머문 자리에는 반드시 사람이 남는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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