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경북 북부 산간 지역 산불에
내고향 산과 들이 다 탔다.
그렇게 모든 것들이 타들어가던 그날,
친정집도 함께 사라졌다.
불길은 엄마가 정성껏 다듬은 고추며 아끼던 그릇 하나, 김치냉장고 속 참기름까지
살뜰히 살아온 세월의 자취를 함께 삼켜버렸다.
그런데도 엄마는 전화를 걸어 내게 이렇게 물으셨다.
“파김치, 맛있었나?”
연거푸 세 번쯤은 물으셨던 것 같다.
나는 목이 메어 대답도 흐리게 했는데,
엄마는 그 와중에도 안도하듯 말했다.
“그래도 파김치 보낸 건 참 잘했지.”
참기름은 김치냉장고에 넣어뒀는데 못 보내 아쉽다며,
고춧가루도 있던 건데 그걸 못 챙겼다고 또 속상해하셨다.
집을 잃은 사람의 말이라기엔
너무도 다정하고, 너무도 평온했다.
그 날, 나는 알았다.
엄마의 마음은
언제나 '주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찼다는 것을.
불길에도 타지 않는 마음이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