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먼저 말할때

by 권성선

어떤 문장은 마음을 적시는 빗줄기처럼 다가온다.
그 문장이 내 마음에 닿는 순간, 나는 멈춰 선다.
나도 몰랐던 나를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다.


장례식장에서 상주와 맞절을 하는데 무릎에서 똑, 또드득 소리가 난다.
젖은 눈을 맞대고 멋쩍게 웃는다.
내 뼈마디도 이제 스스로 우는 법을 알았나 보다.
– <시간>, 노정숙


몸은 마음보다 솔직하다.
마음이 갈팡질팡할 때도, 몸은 진실을 먼저 알아채곤 한다.
울고 싶지 않을 때도 손끝이 떨리고,
괜찮은 척 미소 지을 때도 어깨는 천천히 내려앉는다.

어느 날 문득,
아침 햇살이 창가에 부드럽게 스며드는 순간,
커피를 마시다 무릎에서 또드득 소리가 날 때,
그 순간 나는 내 몸이 얼마나 많은 날들을 버텨왔는지 깨닫는다.

무릎을 감싸쥐며 조용히 웃어본다.
"그래도 너 참 열심히 살아왔어."

그제야 나는 알게 된다.
몸이 우는 날에도 마음은 웃을 수 있다는 것을.
작은 통증도 나를 돌보고 싶은 신호라는 것을.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낼 때, 나는 비로소 나를 조금 더 사랑하게 된다.

창밖으로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순간,
몸이 먼저 피어나는 날,
그날이 나를 조금 더 살아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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