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캠벨포도를 좋아한다.
진한 보랏빛 껍질을 살짝 깨물면, 시고 짙은 향이 입안 가득 퍼지는 그 맛을 즐긴다.
아이들은 씨 없는 청포도를 좋아한다.
껍질째 톡톡 씹히는 그 달콤함과 편안한 식감이 아이들의 취향에 딱 맞는다.
그리고 나는 머루포도를 좋아한다.
산에서 바람을 타고 익어가는 작은 알갱이들.
텁텁한 껍질 속에 감춰진 짙고 묘한 단맛.
마트 진열대 앞에 머루가 놓이면 한참을 서성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가 장바구니에 담는 건 언제나 다른 포도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청포도.
남편이 입맛 다시는 캠벨포도.
나는 오늘도 누구의 기호에 나를 맞추며,
머루포도 앞에서 조용히 돌아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