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이런 거 아니지?

- 휴대폰 대신, 리모컨을 들고 나왔다

by 권성선

요즘 부쩍 실수를 자주 한다.
머리는 늘 바쁘게 돌아가는데,
정작 손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며칠 전엔 아이랑 통화 중이었다.
“엄마, 오늘 뭐 했어?”
잔소리 반, 궁금함 반인 질문에 대답하려다
갑자기 허둥지둥 말했다.

“잠깐만, 엄마 휴대폰이 없어. 찾고 다시 전화할게.”

정적이 흐르고, 아이가 말했다.
“엄마, 지금 나랑 통화 중이야.”

나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세상에서 제일 조용한 멍함이 스피커 너머로 흘렀다.


또 하루는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쌀을 씻었다.
아무 생각 없이 된장찌개 냄비에 쌀을 털어 넣었다.
손에 들린 주걱과 주방 도구들이
하나둘씩 나를 비웃는 것 같았다.
결국 그날 저녁 된장찌개는 먹을 수 없었다.


냉장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 한참을 그 앞에 서 있었다.
내가 뭘 찾으려 했더라?
찬바람은 얼굴을 스치는데, 생각은 제자리를 맴돌았다.
결국 문을 닫으며 말했다.
“아무튼 시원하긴 하네.”


심지어 외출하다가 가방에 ‘리모컨’을 챙겨 나온 적도 있다.
휴대폰을 꺼내려다 채널 버튼을 누르고 있는 나를 발견했을 때의 허탈함이란.
누구에게 말도 못하겠고, 정말 황당했다.


어느 때는, 전자레인지에 넣은 음식을 까맣게 잊었다.

다음날 꺼낸 반찬은 마치 고요한 복수처럼

나를 향해 진하게 상한 냄새를 뿜어냈다.
“그럴 줄 알았지.” 하는 듯.


이런 실수들에 매번 실소를 터뜨리지만,
돌이켜보면 참 인간적이기도 하다.
하루를 바쁘게 사는 엄마, 아내, 누군가의 보호자,
그리고 나 자신으로서 내 머릿속에 열두 개쯤의 탭이 열려 있는 날에는
쌀을 찌개에 넣고, 냉장고 앞에서 생각에 잠기고,
휴대폰을 들고 ‘없다’고 말하게 되는 거다.

그러니 오늘도 나에게 말해본다.
“나만 이런 거 아니지?”
피식 웃으며 하루를 넘길 수 있다면

그 실수도 오늘 하루의 작은 휴식이었다고 믿기로 한다.


여러분의 ‘나만 이런 거 아니지?’ 순간은 언제였나요?

댓글로 들려주세요. 당신만 그런 거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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