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울린 음악 한 곡

‘내려가라’는 노래가 내게는 ‘살아가라’는 말로 들렸다

by 권성선

겨울 끝자락, 바람이 유난히 차가운 날이었다.

라디오에서 흐르던 한 곡이 내 맘에 스며들었다.

“저 산은 내게 우지 마라, 우지 마라 하고…”

양희은의 ‘한계령’.

낮은음으로 시작해 천천히 고조되다 다시 가라앉는 그 곡은 마치 누군가 내 마음을 오래 지켜보다 꺼낸 위로 같았다.

그날, 나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노래는 내 안의 무너진 부분을 조용히 쓸어내리고 있었다.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그 가사에서 나는 포기 대신 견딘 시간을 떠올렸다.

계속 걸어온 시간, 돌아갈 수 없었던 어떤 선택들, 붙잡지 못한 사람들,

그리고 더 이상 앞이 보이지 않는 마음의 안갯속.

그 산은 어쩌면 내 삶이었다.

한 계절을 지나온 나에게 '더 이상 버티지 않아도 된다'며 그 산이 건넨 말은 사실 '조금 쉬어가라'는 아주 다정한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후로 힘들 때면 이 노래를 다시 꺼내 듣는다.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녀도 괜찮다고.

나는 바람처럼, 때로는 멈춰 선 바위처럼

그저 그렇게 살아도 된다고.

그렇게, 그 노래는 내게 견디는 일도 살아가는 일이라는 걸 들려주었다.


말없이 스며든 노래처럼

당신도 누군가의 마음에

천천히 닿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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