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저 조용히 숨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 필요했다.
말로는 잘 안 되는 마음들이 있었다.
목이 메어 꺼내지 못한 감정들,
설명하려 하면 자꾸만 멀어지는 마음들.
그 감정들이 가슴 안쪽에 고여 있던 어느 날,
나는 쓰기 시작했다.
처음 쓴 건 아주 짧은 문장이었다.
“괜찮지 않다.”
단 세 글자에 가까운 그 말 한 줄.
그걸 적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오래 참아왔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제야 조금 숨을 쉴 수 있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마음을
글은 조용히, 그러나 끝까지 들어주었다.
그때 처음 알았다.
글은 ‘들어주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걸.
매일 쓰다 보면 마음도 정리될 줄 알았다.
하지만 글 앞에 앉는다고 해서 곧바로 마음이 풀리진 않았다.
나는 오랫동안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마음 한구석에 묻어 둔 채 살아왔다.
잊으려 해도 자꾸 떠오르는 그 장면들,
입을 다물면 더 깊어지는 그 감정들.
결국 나는 그 이야기를 자전소설로 써 내려갔다.
나를 둘러싼 관계, 상실, 침묵,
그리고 외면하고 싶던 진실들.
그 모든 것들을 있는 그대로 마주한 끝에야
나는 알게 되었다.
이제야 비로소 나는 ‘진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는 걸.
더 이상 감정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문장,
덜어내기 위한 글이 아니라, 살아내기 위한 글을.
어떤 날은 눈물로, 어떤 날은 침묵으로
글이 내 하루를 다듬어주었다.
정리되지 않았던 감정이 한 문장 안에서 조용히 숨을 돌렸다.
이제는 안다.
글이 없었다면, 나는 더 자주 무너졌을 거라는 걸.
쓰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자주 멈추고, 말이 엉키는 날도 많다.
그럼에도 나는 쓴다.
멋진 문장을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 있는 나를 잃지 않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