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특별하지 않은 날이었다.
회복은 언제나 그렇듯
예고 없이 찾아온다.
늦은 오후, 카페 유리창 너머로
햇살이 무심하게 퍼지고 있었고,
그 속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감정이
서서히, 아주 희미하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연한 분홍, 조심스러운 파랑,
그리고 아주 흐린 민트빛.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 풍경을 오래 바라보았다.
색은 예전처럼 선명하지 않았지만,
어쩌면 그 흐림 속에서야말로
감정의 결이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서점 남자와 다시 마주했을 때,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색이 돌아왔어요.
하지만 예전과는 조금 다르게 보여요.
지금은… 그 색이 말보다 더 조용하게 말을 거는 것 같아요.”
그는 잠시 웃었다.
“당신이 감정을 보고 있다는 사실보다,
감정과 함께 걸었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던 것 아닐까요?”
그 말에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정말 그랬다.
색을 읽는 능력보다,
그 감정을 따라 걷고, 견디고, 품은 시간이
더 진짜 감정에 가까웠다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된 거였다.
나는 돌아보았다.
감정을 보는 일로 시작된 여정이
감정을 살아내는 시간으로 변해 있었다.
누군가의 아픔을 지켜보고,
그 안에서 내 아픔을 마주하고,
때로는 엇갈리고, 멀어졌다가,
다시 곁에 머무르며 조금씩 회복해온 시간들.
그 거리의 끝에서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이제 나는 안다.
감정의 거리란,
누군가를 향해 다가가는 길이자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길이라는 걸.
그 길을 걷는 동안
나는 조금씩 나를 알아갔고,
조금씩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감정은 색일 수도, 침묵일 수도,
그리고 손을 내미는 행위일 수도 있다.
그 모든 것을 걸어온 지금,
나는 더 이상 감정의 색에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이미
감정 그 자체로 존재하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