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반쯤 열어두었고,
커튼 사이로 바람이 천천히 스며들었다.
나는 조용히 거울 앞에 앉아
오랜 시간 마주하지 않았던 얼굴을 바라보았다.
색은 보이지 않았다. 감정도 뚜렷하지 않았다.
그저, 나였다.
있는 그대로의, 말 없는 나.
지금까지 나는 누군가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는 데 익숙했다.
말보다 색을 먼저 읽었고, 그 속에서 길을 찾았다.
하지만 정작 나의 마음에는 한 번도 제대로 말을 걸어본 적이 없었다.
“괜찮아?”
거울 속의 나에게 나는 처음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한참을 멈췄다.
그 짧은 물음이 생각보다 마음 깊은 곳을 건드렸다.
나는 몰랐다.
그토록 오래 묻어둔 감정이 그 말 하나에 이렇게 쉽게 풀릴 수 있다는 걸.
나는 눈을 감고 천천히 내 안을 들여다보았다.
불안했던 순간들, 슬픔을 삼켰던 밤들, 기쁨마저 조심스러워했던 날들.
그 모든 감정들이 ‘괜찮아?’라는 한 마디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나는 속삭였다.
“미안해. 지금까지 너를 돌보지 못해서.
늘 이해하려고만 하고, 제대로 안아주지 못해서.”
그리고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그 순간, 작은 감정이 마음 한구석에서 피어올랐다.
그건 새로운 색이 아니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아주 오랜 기다림 끝에 피어난 연한 따뜻함.
나는 그 색을 이렇게 부르기로 했다.
“나 자신을 향한 다정함.”
나는 다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이번에는 아주 또렷한 목소리로.
“괜찮아. 지금의 너도 충분히 괜찮아.”
그 말이 공기 중에 번지듯 퍼졌고,
그 안에서 나는 비로소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숨결의 거리》
그 거리는 결국 누군가의 감정을 읽는 여정이 아니라
내 마음으로 되돌아오는 길이었다.
이제, 나는 나의 숨결 속에서 살아가기로 한다.
조용히, 다정하게. 나에게 말을 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