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가끔 친절을 오해한다.
무심한 듯 챙긴 물 한 잔, 불편하지 않도록 살핀 의자 각도,
그저 조용히 내어준 자리에 담긴 의도 없는 배려마저
자신을 향한 특별한 마음이라 착각한다.
나는 그런 오해들을 지겹도록 겪어왔다.
무언가를 해주기 전에 ‘왜 그렇게까지 해줘?’라는 의심을 받을까 조심해야 했고,
막상 해주고 나면 ‘당연히 그래야지’라는 태도를 마주해야 했다.
호의가 권리가 되는 순간, 마음은 서서히 굳는다.
나는 누군가를 잘 챙긴다.
그게 꼭 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어색하지 않게, 불편하지 않게, 서로의 거리를 적당히 유지하고 싶어서다.
그러나 그런 섬세한 마음은 종종 오해의 시작이 된다.
사람들은 보이는 대로 믿고, 그 믿음을 요구한다.
보이는 대로 믿게 만든 사람에게 책임을 묻기도 한다.
그래서 이제는 생각한다.
보이는 대로 믿지 말라고,
그리고 보이는 대로 믿게 해서도 안 된다고.
이제는 친절 앞에 무심함을 덧붙인다.
기대하지 않게, 의심받지 않게,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해 거리를 둔다.
그 거리는 나를 위한 예의다.
그리고 어쩌면, 타인을 위한 예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