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번째 송금
“이번 달도 보냈습니다.”
작은 핸드폰 화면 속 ‘정기이체 완료’ 문구를 보며, 나는 조용히 숨을 들이쉰다.
벌써 스무 번째 송금이었다.
2017년 6월 27일, 나는 내 이름으로 걸린 마지막 빚을 갚았다.
남편의 사업 실패로 우리 부부는 함께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신용회복위원회 조정 아래, 매달 겨우 만들어낸 돈으로 조금씩 갚아 나갔다.
내 명의로 있던 빚은 작았기에 20개월이 걸렸다.
그리고 그날, 스무 번째 송금을 끝으로 나는 비로소 이름 앞의 ‘불량자’ 꼬리표를 지웠다.
그것만으로도 벅차게 기뻤다.
하지만 남편의 채무는 아직도 남아 있었고, 그 금액은 더 컸다.
우리는 여전히 함께 그 빚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1년 뒤인 2018년 6월 27일, 나는 또다시 위태로운 현실 앞에 서 있었다.
남편의 수입은 말할 것도 없었고, 나 역시 수익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고정되던 수입이 점점 불규칙해졌고, 그럴수록 우리는 더욱 조심스럽게 ‘계좌’를 열어보곤 했다.
어떤 날은 냉장고보다 잔고가 더 썰렁했고, 어떤 날은 저녁 대신 아이들 학원비를 먼저 보냈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그때처럼 말했다.
“다시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꺾이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이 말을 들으면 비웃을지도 모른다.
"또 빚졌다는 얘기잖아. 결국 제자리 아닌가?"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스무 번의 송금 속에는 ‘나는 무너지지 않았다’는 증거가 들어 있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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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는 여전히
남편도, 나도 수입이 줄어든 채로
다시 재정의 언저리를 걷고 있다.
물가는 오르고, 아이들은 더 자라고,
살림살이는 더 가벼워졌지만,
마음만은 무거워졌다.
그럼에도 이상하게도,
그때와는 마음이 조금 다르다.
절망은 익숙해졌고,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그건 20개월짜리 수업이었고,
스무 번의 ‘송금’이라는 이름의 훈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