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사가 아닌, 작은 여인이고 싶은 날
공혜경 시인의 「소박한 소망」을 읽는데, 조용히 마음이 일렁였다.
‘그리 미운 사람도 없고, 그리 욕심도 없고, 날 사무치게 하는 일도 없다.’
단단해졌다는 말이 꼭 나를 말하는 것 같았다.
나 역시 어느 순간부터 놀라는 일도 줄었고, 상처에도 금세 적응하는 법을 배웠다.
이제는 웬만한 일엔 끄떡없지만, 그럴수록 문득 그 단단함 속에 숨어 있는 나를 바라보게 된다.
단단한 얼굴 뒤에 숨겨진 감정들을 조용히 쓰다듬어주고 싶은 그런 날.
괜찮다고, 잘 살고 있다고, 토닥여주고 싶은 마음이 조용히 피어오른다.
아이들의 엄마, 가정의 중심, 늘 무게를 감당해온 나였지만
시인의 고백대로 나 역시 오늘은 그냥 작은 여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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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소망 / 공혜경
나이 마흔을 훌쩍 넘기고 보니
왠만한 일엔 끄떡없이 단단해졌다
크지 않은 사건에는 놀라지 않게 됐고
그리 욕심도 없고
그리 미운 사람도 없다
날 뼈저리게 사무치게 하는 일도 없고
날 소스라치게 놀라게 하는 일도 없다
그래서일까.....
어느 때는 한꺼번에 슬픔이 밀려 올 때가 있다
점점 강하고 단단해지는 내 자신이 무서워 눈물이 날 때가 있다
무표정한 내가 가여워 어루만지고 싶을 때도 있다
거울 앞에선 내 모습이 여전사로 비춰지는 오늘..
엄마가 아닌,
작은 여인이고 싶은 소박한 소망 하나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