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상

@아내의 생일상을 차려주다

by 봄빛

아내의 생일에 아침을 하기로 했다. 항상 생일상은 아내가 차렸다. 아내가 한마디 한다.


“내일 밥은 맛있겠다.”


뭘 해야 하지? 우리 집 생일상에는 팥을 넣은 찰밥, 소고기 미역국, 조기세 마리, 나물 세 가지와 과일을 올렸다.


밥상에 오르는 것은 모두 내 책임이다. 아내에게 묻지도 못했다. 동영상 검색을 했다. 찾아보며 생일상을 차린다.


먼저, 팥 찰밥이다. 팥은 밥하기 전에 삶아두어야 한다. 이것저것 하다 보니 벌써 자정이 다 되었다. 부랴부랴 팥을 준비했다. 팥을 깨끗이 씻고, 돌이 씹힐까 조리로 휘저어가며 팥알을 건져냈다. 건져낸 팥을 압력솥에 붓고 밥하듯이 손바닥이 팥에 닿게 하여 물을 손가락 마디 정도까지 받았다.


불을 센 불로 놓고 증기가 뿜어져 나올 때까지 끓였다. 그리고 약불에 오 분 더 삶았다. 뚜껑을 열고 보니, 삶긴 것인지 아닌지 모를 정도로 딱딱하다. 어느 정도 삶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문득, ‘아침에 다시 밥 속에 열을 가하니 이 정도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건져내어 물을 빼놓았다.


다섯 시 조금 지나서 눈이 뜨였다. 어제 늦게 잤는데도 벌떡 일어났다. 찹쌀은 물에 많이 불리면 물러진단다. 전날 밥솥의 ‘예약’ 기능으로 밥을 하던 것과는 달리 오늘은 바로 밥을 짓기로 했다. 쌀을 씻고 십 분간 물에 담갔다. 삶은 팥을 넣고 물 양은 평소 밥하듯이 하였다. ‘일반 밥하기’로 전기압력밥솥을 조작하고 취사 단추를 눌렀다. 사십 분이 걸린다.


이제는 조기다. 며느리 생일이라고 어머니가 큼지막한 놈으로 여섯 마리를 주셨다. 아내가 받아왔는데, 피곤했던지 방에 일찍 들어가 버렸다. 밤늦게서야 조기를 물에 씻어야 한다고 알려줬다. 세 마리는 내일 쓰고 나머지는 다음에 사용하기로 했다. 물고기 생물은 생소하다. 먹을 때는 맛있었는데, 만질 때 촉감은 좋지 않다. 요리를 위해 이런 찝찝함을 감수해야 하는구나.


세 마리는 물에 담갔다가 헹구어 종이를 받쳐 쟁반에 건져내었다. 나머지는 냉동실에 넣었다.


밥을 하는 중에 조기를 굽기 시작했다. 불에 달군 판에 기름을 두르고 세 마리를 한꺼번에 지졌다. 기름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해 종이를 덮었다.


센 불에 지지다가 뒤집는데, 눌어붙은 쪽 살이 뭉개지려 했다. 다시 조심하여 바닥을 박박 긁어가며 모양을 살려내었다. 바닥에 있는 부분은 노릇노릇한데 안 쪽은 얼마나 익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두 번을 더 뒤집었다.


몇 번 해봐서 미역국은 그럭저럭 쉽게 했다. 먼저, 전날 물에 불려놓은 미역을 건져내었다. 솥을 달군 상태에서 기름을 두르고 소고기를 넣어 볶았다. 고기가 익은 후 건져낸 미역을 함께 덖었다. 미역의 색깔이 바뀔 즈음 미역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 끓였다.
이전까지 아이들이나 내 생일에는 삼신할머니에게 생일상을 차려놓고 약주 한잔을 치고서는 삼배를 했었다.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바라는 아내의 마음이었다. 오늘은 자신의 생일인데 삼신할머니에게 절을 하지 말자고 한다. 오십이 다되었는데 새삼 무슨 절이냐며..


밥이 맛있게 되었다. 고슬고슬한 팥 찰밥이 그런대로 잘 되었다. 그런데, 아내가 소금은 안 넣었냐며 묻는다. 맛이 심심한가 보다. 소금이 조금 들어가야 팥밥에 간이 맞는데 조금 싱겁다. 미역국도 간이 안 맞아 삼삼하단다. 어머니가 해준 깍두기와 같이 먹으면 좀 나을까? 뒤집는다고 고생한 조기를 먹어본 아이들은 짜다고 한다. 소금기를 빨리 제거하지 않아 그런가 보다.


처음 해본 것들이 많다. 어렵사리 구색은 갖추었는데 매번 맛있게 먹던 그 찰밥, 미역국, 조기에 하나씩 뭔가가 빠져있다.


아내가 씩 웃으며 “그래도 맛있다.”라며 한마디 한다. 아마도 빠진 것은 아내의 맛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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