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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Mar 30. 2023

문학 칼럼80(영미 문학)

미국 낭만주의 시인 '애드거 앨런 포'의 우울한 일생과 사랑

[문학칼럼 ] 미국 낭만주의 시인 '애드거 앨런 포'의 우울한 일생과 사랑

민병식


우리에게는 '검은 고양이', '어셔가의 몰락' 등 추리 소설가로 알려져있는 에드거 앨런 포(1809-1849)는 19세기 미국 낭만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 소설가, 비평가로 단편소설의 창시자, 추리소설의 창시자 라고 불리는데  영미권에서는 추리 소설가보다는 순수문학 작가 또는 시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포우는 1809년 1월 19일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데이비드 우는 순회 극단 배우로, 아들이 태어난 지 18개월 만에 집을 나갔고 포우가 3세 때 어머니 엘리자베스가 사망한다. 이후 리치먼드에 사는 숙부 존 앨런에게 입양되어 '에드거 앨런 포우'라는 현재의 이름을 받았다고 한다.


숙부가 매우 부유했기에 포우는 남부럽지 않게 자랐다. 6세 때 사업 관계로 런던으로 이주하는 숙부를 따라가 약 5년간 런던의 기숙학교를 다녔고. 이 시기에 틈틈이 시와 단편소설을 습작했다 고 하며 11세 때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17세 때 버지니아 대학에 입학했다. 이 시기에 그는 사라 엘미라 로이스터라는 여인과 사랑에 빠졌는데, 그녀가 부모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다른 남성과 결혼하자 크게 상심했다. 포우는 명석했으나 생각이 많고 감수성이 풍부하며 심약했다. 평생에 걸쳐 어려운 일에 부딪칠 때마다 술과 도박으로 도피했으며, 우울증과 불안 장애에 시달리 기도 했다. 그는 대학에 입학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아 도박과 술에 빠져 엄청난 도박 빚을 지게 되었는데 이에 격노한 숙부가 그를 자퇴시키고 자신의 상점에서 일하게 했고, 포우는 숙부와의 갈등끝에 집을 나와 보스턴으로 향했다. 직업을 구하려 했지만 실패하자 포는 한 달여 만에 군에 자원입대한다. 그해 여름 로이스터와 파경 이후의 절망적인 심정을 시로 표현한 '태멀레인과 그 밖의 시'이라는 시집을 냈으나 주목받지 못했고, '알 아라프, 태멀레인', '에드거 A. 포 시집'을 펴냈으나 역시 주목받지 못했다.


그는 시를 단념하고 소설에 매진하기로 한다. 숙부 존 앨런의 재정적 지원이 완전히 끊긴 데다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군대에서도 제대하여 글로 생업을 유지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숙부의 소개로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에 들어가기도 했으나 워낙 자유로운 영혼이었기에 오래 버티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술과 도박에 빠졌고, 새로운 연인 메리 스타리와도 파국을 맞이했다. 숙부 역시 크게 실망하여 그를 상속권자에서 완전히 제외시켰다.


그 후 포우는 볼티모어로 가서 미망인이었던 숙모 마리 클렘의 집에 살면서 각종 잡지와 신문에 단편소설들을 응모하고, 24세 때 '볼티모어 위클리'지에 '병 속에 담긴 원고'가 당선되면서 서서히 빛을 보기 시작,  '서던 리터너리 메신저'지에 단편소설 몇 작품을 발표하면서 1835년부터 약 3년간 편집자로 일하였고 많은 문학 비평들을 남겼다. 1836년, 포우가 28세 때 숙모 마리 클렘의 딸인 사촌 버지니아 클렘과 결혼했는데, 당시 그녀의 나이는 14세였다. 행복한 신혼 생활과 편집자로서의 안정적인 생활이 보장되어 있었음에도 그는 음주벽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결혼 이듬해  '서던 리터러리 메신저'의 발행인과 불화를 일으켜 일을 그만두고  또 다른 여인과의 추문 사건이 겹치면서, 장모와 아내를 데리고 뉴욕으로 떠난다. 그러나 뉴욕에서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 결국 장모가 가계를 꾸려 나가는 궁핍한 생활을 하였는데 포우는 장편소설 '아서 고든 핌의 이야기'를 발표하고 닥치는 대로 소설을 쓰는 한편, 직장을 구하러 다녔으나. 당시는 금융대공황 시기라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고, 소설을 쓰는 일은 생계에 큰 도움이 되지도 않았다. 여기에다 사랑하는 아내 버지니아의 건강도 악화되기 시작했다.


1840년대부터 포의 작가로서의 전성기가 시작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가난했다. 1841년에는 그동안 쓴 공포소설들을 모아 '그로테스크하고 아라베스크한 이야기'라는 단편집을 출간했고, 최초의 탐정이 등장하고 논리적인 추리를 플롯에 활용한 최초의 추리소설 '모르그 가의 살인'을 발표했다. 버지니아가 죽은 1847년까지 포는 왕성하게 창작열을 발휘하여 단편소설  '황금충', '검은 고양이' 등을 추리소설의 대표작을 발표하였고, 또한 그의 명성을 일거에 드높인 대걸작 시 '갈가마귀'도 이때 썼다.


'검은 고양이'를 발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가 프랑스의 주간지 '파리 마치'에 번역된 그 작품을 보고 큰 인상을 받고, 직접 다시 번역해 소개하면서 포우는 프랑스에서 크게 명성을 떨치게 된다. 보들레르는 포우의 작품 대부분을 프랑스에 번역하여 소개했다. 그의 작품에 쓰인 상징성과 독특한 감성 그리고 주도면밀하게 계산된 시어와 플롯, 단어 선정은 말라르메를 비롯한 프랑스 상징파 시인들의 추앙을 받았다. 그러나 실용주의를 견지하는 미국에서는 이단자로 취급받았고, 영국에서는 비속하다는 지적을 받는 등 무시당하기도 했다. 사후에도 이런 평판은 꽤 오래 지속되었다.


작가로서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포우의 삶은 안정을 찾지 못했다. 버지니아의 건강이 점점 악화되었고, 포의 음주벽도 날이 갈수록 더해 갔다. 버지니아는 언제나 취해 있는 남편을 무척 사랑했고 포우도 그 아내를 매우 아꼈다고 한다.  어느 날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던 버지니아는 피를 토했고 결핵이었다. 포우는 발버둥을 쳤지만 형편이 나아지지 않았고, 대통령의 아들을 만나 한 자리 부탁할 기회가 있었는데  포우는 그날도 술에 취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 당시 포우의 집을 방문했던 손님에 따르면 버지니아는 고양이를 껴안고 이불을 덮고 누워서 자고 있고 곁에는 포우의 장모가 각각 버니지아의 차거운 손을 잡아 주며 체온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하며 난로를 땔 돈이 없어 원고지를 연료삼아 불을 지펴야 했다고 하니 가난의 고통을 짐작하고도 남음이다. 그녀가 결국 스물 다섯의 나이로 죽었을 때 그녀의 시신을 덮은 것은 포의 낡은 외투였고 그 곁에는 기르던 고양이만 앉아 있었다고 한다.  


1847년 1월 30일, 버지니아가 25세의 나이에 결핵으로 숨을 거두자 포는 완전히 절망에 빠진다. 그녀가 죽은 후에도 몇 주 동안 무덤가를 배회하며 울부짖었다. 우울증과 음주벽이 심화되었으며, 아편을 하고,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버지니아에 대한 사랑과 슬픔은 그녀를 그리며 쓴 시 '애너벨 리'는 세기의 명작으로 불린다.포우는 결국 그녀가 죽은 지 2년 만에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하게 되는데, 1849년 10월경, 볼티모어의 한 주점에서 과음으로 쓰러져 지나가던 행인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정신착란과 흥분상태를 오가다 결국 혼수상태에 빠져 10월 7일 홀로 쓸쓸히 숨을 거두었다. 마지막으로


 "신이시여, 내 불쌍한 영혼을 구하소서."


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늘 우울한 삶을 살았던 포우에게 목숨과 같이 소중했던 사랑이 있었다.


포우에 관한 정확한 가계도가 중요한 것은 그의 작품이 인간 심리 묘사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자신의 삶을 재료로 삼고 있다는 정황 때문이다. 그의 소설 속에 나오는 부친 살해, 근친상간 같은 이상 심리는 포우의 삶에 겹쳐서 투영되어 있다고 보여진다. 가정을 돌보지 않고 가출한 아버지에 대한 혐오, 결핵 으로 죽어가는 어머니를 지켜봐야 했던 가난, 근친상간과 다름 없는 사촌간 결혼은 그의 작품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도벽과 음주벽으로 대학에서 쫓겨나고 끝내 양아버지에게 의절당했으며, 평생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수차례 여인들과의 추문 사건을 일으켰으며,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으로 결국 몰락을 맞이한 포우, 그는 '미국 문단의 사악한 천재', '저주받은 악의 시인'으로 불리면서 예민하고 음울한 감수성, 공포와 광기에 찬 비운의 작가로 이미지화되었으나,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그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면서 19세기의 가장 독창적인 작가로 여겨지고 있다.



Annabel Lee


It was many and many a year ago,

In a kingdom by the sea,

That a maiden there lived whom you may know

By the name of ANNABEL LEE;

And this maiden she lived with no other thought

Than to love and be loved by me.


I was a child and she was a child,

In this kingdom by the sea;

But we loved with a love that was more than love-

I and my Annabel Lee;

With a love that the winged seraphs of heaven

Coveted her and me.


And this was the reason that, long ago,

In this kingdom by the sea,

A wind blew out of a cloud, chilling

My beautiful Annabel Lee;

So that her highborn kinsman came

And bore her away from me,

To shut her up in a sepulchre

In this kingdom by the sea.


The angels, not half so happy in heaven,

Went envying her and me-

Yes!- that was the reason (as all men know,

In this kingdom by the sea)

That the wind came out of the cloud by night,

Chilling and killing my Annabel Lee.


But our love it was stronger by far than the love

Of those who were older than we-

Of many far wiser than we-

And neither the angels in heaven above,

Nor the demons down under the sea,

Can ever dissever my soul from the soul

Of the beautiful Annabel Lee.


For the moon never beams without bringing me dreams

Of the beautiful Annabel Lee;

And the stars never rise but I feel the bright eyes

Of the beautiful Annabel Lee;

And so, all the night-tide, I lie down by the side

Of my darling- my darling- my life and my bride,

In the sepulchre there by the sea,

In her tomb by the sounding sea.



애너벨 리


아주 오랜 그 옛날

바닷가 어느 왕국에

당신이 알지도 모를 한 소녀가 살았네

그녀의 이름은 애너벨 리

나를 사랑하고 내 사랑을 받는 일밖에는

아무 생각 없이 그녀는 살았네


바닷가 그 왕국에선

그녀도 어렸고 나도 어렸지만

나와 나의 애너벨 리는

사랑 이상의 사랑을 했었네

천상의 날개 달린 천사마저도

그녀와 나를 부러워할 그런 사랑을


그것이 이유였었네, 오랜 옛날

바닷가 이 왕국에선

구름에서 불어온 바람이

내 아름다운 애너벨 리를 싸늘하게 만들었네

그래서 그녀의 명문 친척들은

내게서 그녀를 앗아 갔네

바닷가 왕국

무덤 속에 가두기 위해


천상에서도 우리의 반만큼도 행복하지 못했던

천사들이 그녀와 날 시기했던 탓

그래 그것이 이유였네

(바닷가 그 왕국 사람이 모두 알 듯)

구름으로부터 바람이 불어와

그녀를 싸늘하게 하고

나의 애너벨 리를 숨지게 한 것은


하지만 우리들의 사랑은 훨씬 강한 것

우리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보다도

우리보다 현명한 사람들의 사랑보다도

그래서 천상의 천사들도

바다 밑 악마들도

내 영혼을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영혼에서

떼어버리지 못했네


달도 내가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꿈을 꾸지 않으면 비치지 않네

별도 내가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빛나는 눈을 보지 않으면 떠오르지 않네

그래서 나는 밤이 지새도록

나의 사랑, 나의 사랑, 나의 생명, 나의 신부 곁에 누워만 있네

바닷가 그곳 그녀의 무덤에서

파도소리 들리는 그녀의 무덤에서


이 시는 포우가 아내 버지니아가 결핵으로 세상을 떠나자 슬픔을 표현한 것이다. 포우가 얼마나 아내를 사랑했고 애통해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시라 할 수 있겠다. 에너벨 리는 바로 버지니아를  가리키는데, 2연에서  ‘천상의 날개 달린 천사들도 부러워할 만큼의 사랑으로’ 사랑했다는 구절과 3연의 ‘애너벨 리’를 죽게 한 것도 바로 자신들의 사랑을 질투한 천사들이라고 표현한 것은 포우의 버지니아에 대한 사랑의 정도를 짐작케한다.  기괴한 추리소설을 썼던 포우도 그의 삶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사랑

이었고, 죽어가면서도 자신의 유일했던 진실한 사랑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포우의 작품에 나오는 내용은 미국에서는 높이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프랑스 상징주의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포우 문학의 가치는 이 점에서 중점가치를 두게 된다. 보들레르나 말라르메에 끼친 영향은 매우 중요한 것이어서 보들레르는 포우의 소설을 프랑스어로 번역했고 말라르메는 시를 번역하여 전 유럽에 알렸다. 만약 포우가 없었다면 보들레르에서 출발하는 말라르메, 멀리는 랭보로 이어지는 프랑스 상징주의 문학은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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