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하루

힐링 에세이

by 한결

[에세이]느림의 하루

민병식


정신없이 자다가 눈을 뜬다. 시계를 보니 아홉시가 넘었다.

'아이고 지각이다. 어제 피곤했나, 왜 모닝콜 소리가 안들렸지'

허둥지둥 옷을 입고 출근을 하려는데 '아뿔싸' 토요일이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다시 빈둥빈둥 휴일 아침의 안락함을 즐긴다.

오후 느지막이 단골 커피숍을 찾는다. 이곳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금요일 저녁이나 주말에 찾는 곳이다. 적당히 붐비지도 않고 그렇다고 손님이 아예 없지도 않은 유리창으로 막힌 공간이 있어 몇 시간간정도 홀로 쉼을 갖기에 최적의 장소다. 예전에는 시끌벅적하고 사람 들이 많은 곳을 좋아했었는데 나이를 먹어간다는 증거인지 어느 때부터 조용하고 한산한 곳을 좋아하게 되었다. 커피 숍은 자연을 좋아하는 내가 일상의 힘에 밀려 마음대로 갈 수 없을 때 대신 택한 차선책이다. 자연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나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는데 그 이유는 자리에 앉아 있노라면 마음이 여유로워짐에 있다. 늘 무언가를 하고 있어야한다는 강박을 갖지 않아도 되는 곳, 누구든 같이 있는 공간에서의 부담을 덜어주고 오로지 나와 대화하고 스스로의 감정들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오전에 비가 오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지금은 해가 쨍쨍 뜬다. 날씨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삶의 궤적은 늘 긴장 속에 삶을 밀어 넣고 빠져나올 수 없도록 옥죄이기도한다.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는 현실이어서 즐긴다고 즐기지만 힘이 부칠 때면 눅눅한 튀김처럼 힘없는 널 부러짐이 되곤 한다. 날씨처럼 변화무쌍한 삶은 아무리 정확히 방향을 잡아도 언제 어디서 달라질지 모른다. 삶은 갓 볶아서 원두로 갈아낸 고소한 커피 향처럼 늘 고소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따뜻한 커피 잔을 앞에 놓고 가장 편안한 자세를 취한다.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한 모금에 마음이 부드러워진다. 역시 일부러라도 여유를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시간이다. 커피 숍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풍경은 참 여유롭다 없다. 비가 오든 해가 쨍쨍 내리 쬐든 이곳에서 나는 숲 속 어디인가 늘 그 자리에 있는 돌과 같은 무심함으로 앉아 있다. '윙'하고 커피내리는 소리도 정겹고 옆 좌석의 대화소리도 나의 안식을 위한 효과음일 뿐이다. 세상 편한 자세로 흐르는 음악과 섞인 바깥 풍경을 마시고 잠시나마 이완된 세상을 만난다. 기껏해야 두 세 시간 정도이지만 나에겐 최고의 쉼으로 다가오는 시간이다.


사람들에게 삶의 목적에 대해서 묻는다면 여러 가지 대답이 나올 것이다. 세상을 살면서 재는 행복의 척도는 각기 다르기에 어떤 이는 물질을 많이 모으는 것에 기쁨을 느낄수 있고 어떤 이는 사회적 지위나 출세에 뜻을 두는 이도 있을 것이고, 신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구원이나 득도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원시시대에는 생존 그 자체가 행복의 조건이었는데 그것은 본능에 가깝다. 숨을 쉬고 살아가는 것부터 식욕, 성욕 ,수면욕은 모두 생존의 기본 요소 들이 되는 것이다. 이 본능의 요소에 더하여 인간은 이성의 동물이고 생각의 동물이면서 유희의 동물이기 때문에 더 좋은 것, 더 나은 것을 찾게되고 행복의 조건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많아지는 조건에 비해 가질 수 있는 행복은 한정되어있고 점점 행복하지 않은 조건 들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내적인 만족 보다는 외적인 조건을 찾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외적 조건이 풍부해도 마음에 빈 구석이 있다면 행복하지 않고, 작은 것이라도 내 마음을 가득 채우는 것이라면 진짜 행복할 것이란게 내 생각이다.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다. 무엇이든 도전할 바탕이 되는 건강, 생각하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추억, 가슴을 뛰게 하는 사랑, 열심히 일하고 난 뒤의 휴식 등 그런 소중한 것들을 돈으로 살 수 있나.


오늘도 나는 행복하려 한다. 때론 지칠 때도 있고, 힘든 날도 있겠지만 이런 마음을 채워주는 행복이 있으니 멋지게 오늘을 사랑하며 살려한다. 천천히 유리창곁으로 어스름이 다가온다. 혼자만의 시간을 접을 때가 다가온 듯, 커피 숍 밖에 외등이 켜지고 또 그렇게도 빨리 지나가는 휴일이 저문다. 삶의 하루가 노을을 맞는 시간, 집으로 돌아가는 설렁설렁한 발걸음은 돈 주고 살 수없는 것, 바로 느림이다.

위 배경사진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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