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과 두리안

힐링 에세이

by 한결

[에세이] 수박과 두리안

민병식


겉과 속이 확연히 다른 과일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나는 과일로는 아마 수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들이 많을지 싶다. 수박은 겉이 푸른 색에 검정색 줄무늬 인데 비해 속은 빨갛다. 그 검고 푸른 껍질 안에는 빨간 설탕물이 가득, 여름철의 더위를 식혀주고 갈증을 해소하하기에는 이만한 과일도 없다. 껍질의 연한 부분을 잘라 무침을 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말려서 차로 마시기도 하며 속은 비타민 C가 풍부한 최고의 과일이니 수박의 겉과 속은 색은 달라도 내용의 이로움은 같다고 하겠다.


얼마 전 마트에가서 '두리안'이라는 열대과일을 샀다. 몇년 전 태국 여행을 갔다가 먹어본 과일인데 외관이 울퉁불퉁 예쁜 모습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건 냄새다. 얼마나 독한지 인분이 가득한 재래식 화장실의 가스 냄새같기도 하고 썪은 달걀 냄새 같기도 하여 뭐 이런 과일이 있나 싶었는데 반면에 알맹이는 겉과는 달리 엄청 달콤해서 냄새와는 완전 다른 맛을 선사하니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두리안은 진정 겉과 속이 다른 과일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데 수입 과일이라 가격이 비싸긴 했지만 예전 추억이 떠올라 몇 개를 산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각양 각색의 과일이 있고 그 맛이 각기 다르듯 우리 사는 세상에도 다양한 인간군상 들이 존재하고 삶의 방식도 제각기 다르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람들은 수박을 살 때 잘 익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손으로 두드려보기도 하고 꼭지를 살펴보기도 한다. 두드려서 ‘통통’ 소리가 나면 잘 익었다고 판단 하지만 수박의 소리에 대해 다년간 연구를 했음 모를까 전문가도 아닌데 알턱이 없다. 그러니 신중히 골랐음에도 정작 집에 가져와 잘라보면 설 익은 것일 때도 많다. 두리안은 어떤가. 외관이 화려하지 않고 냄새가 고약해도 열매의 맛은 기대 이상이다.


이러한 과일 들의 반전은 처음엔 참 좋은 이미지로 다가와 친해지고 싶고 함께하고자 했던 사람의 내면이 기대 이하라서 실망감을 줄 수도 있고, 첫인상이 좋지 않아 꺼리던 사람이 지내보면 속은 진국이고 고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사람의 마음 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의 꿈틀임이 자리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래서 사람은 알아가고 겪어봐야 하는 것일게다. 그러나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사회 생활을 잘 하는 사람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직장이든 가정이든 솔찍한 마음을 다 드러내고 살 수는 없다. 적당히 넘어가는 융통성도 때론 필요하고 상대방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고자하는 긍정의 마음도 필요하다. 내 마음에 들지않는다고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산다면 인간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까. 그래서 언어사용의 신중함이 필요하고 뒷담화라는 스트레스 해소법이 생겨났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마음의 중심은 올 곧아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표리부동(表裏不同)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는데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으로 쓰인다. 이는 과일의 외관이나 색깔 등의 겉과 속의 내용물이 다른 것을 지칭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겉으론 선해 보이는 사람이 자신의 단점을 포장하는 이중성일 수도 있음과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그릇됨을 지칭하는 뜻일 것인데 겉과 속이 완전히 같은 사람이 있을까. 진정한 겉과 속의 같음은 겉은 유연함으로 속은 탄탄함으로 잘 영근 과일 같은 것 아닐까. 점점 각박해져만 가는 시대, 나이를 먹어갈수록 세상과 타협할수록 겉은 멀쩡한데 속은 썪어있는 곯은 참외 같은 마음이 되어서는 아니되겠다고 생각한다. 비록 위대한 성인의 삶은 못살더라도 내면을 선한 기운으로 채우려고 노력한다면 그 노력이 껍질을 뚫고 세상을 항해 달콤한 향기로 퍼지지 않을까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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