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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Sep 20. 2023

아들 자랑

초고령화 시대 에세이1

[에세이] 아들 자랑

민병식


오늘도 어김 어머니 댁을 방문한다. 어머니의 운동을 위해 매주 일요일 오후 노인복지관에 모시고 가야하기 때문이다. 뇌경색과 기립성 저혈압으로 쓰러지시졌다가 그나마 회복중이신 어머니에게 운동은 하루 종일 집에 있다가 바람을 쐬러 나가는 산책이기도 하고 건강관리의 초석이기도 하니  안가면 무지 서운해하시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있지 않고서는 빼먹을 수가 없다. 어머니 댁에서 노인용 워커에 의지해 걸어서 약 10분 정도면 노인복지관에 도착하고 운동이 끝나면 집까지 또 10분, 이것이 어머니의 걷기 운동인 셈이다. 복지관에 도착하면 일명 덜덜이라는 벨트마사지기로 어깨, 허리, 종아리를 마사지하는 것부터 운동은 시작이 된다. 어머니는 휴일에 운동하는 걸 좋아하신다. 평일엔 복지관에서 점심을 드신 후 운동을 하는데 사람이 많아 분 씩 기다리는 날도 있단다. 휴일에는 이용하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마음껏 사용할 수있는 게 좋으신가보다.


한 번 어느 일요일에 벨트 마사지를 하던 중 너무 많이 사용하다보니 사람들 피부에 닿는 중간부분이 닳아 너덜 너덜 해져 아무리 건의를 해도 안고쳐 준다고하여 1층 로비에 가서 벨트의 찢어진 부분에 노인들이 다칠 수 있으니 교체해달라고 민원 접수를 한적이 있었는데 월요일 복지관에서 점심 식사 후 요양보호사 아주머니와 함께 운동하러가보니 새로 수리가 되어있더란다.  어머니는 그걸 가지고 또 우리 아들이 말해서 고친 거라고 함께 운동하는 노인분들에게 침이 튀도록 자랑을 하셨다.


덜덜이 발 맛사지. 자전거 타기, 허리 돌리기 등 아주 간단한 운동이 차례대로 끝나면 집에 모셔다 드린다. 오고가고 어머니의 두서 없는 이야기를 들어 드리는 것도 또 하나의 일과다.부모님이 사시는 아파트 동 입구엔 나무의자 몇개가 놓여있는데 그곳엔 늘 할머니 여러분이 찐 감자에 고구마를 간식으로 함께 드시며 이바구를 나누신다.


''아이구  아들이 매주 와서 운동 시켜주니 얼마나 좋아요 아주 착한 효자 아들을 두었어.''  


"얘가 나 닮아서 착해요. 효자예요"


은근히 당신 닮아서 착하다고 하며 굽은 어깨에 힘을 준다.


같은 라인에 사는 할머니는 아들 내외가 주말에 잘 찾아오지도 않고 하여  연락을 했더니 자기들끼리 어디 놀러갔다고 하며 할머니 아들은 효자라고 어머니를 부러워하신단다.


속으로 뜨끔한 마음이 든다. 나나 옆집 할머니 아들이나 별반 다름없을텐데.  나도 일요일 시간을 빼어 어머니 운동시켜드리는 시간이 꼭 즐겁지만은 않고 때로는 가기 싫어 억지로 몸을 움직일 때가 거의 대부분이며 이것도 다행이고 부모님중 어느 한 분에게 주기적으로 병원에 입원하거나 하면 그 수발 걱정에 한 숨부터 나오는 것을 효자라는 칭호는 내게 절대 어울리지 않고 내 스스로가 생각해보아도 가당치도 않음인데 칭찬은  어울리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옛말 그른 것이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내리 사랑이다, 긴 병에 효자없다' 등의 말을 여실히 깨닫고 있는 즈음, 그나마 최근 몇달 동안은 두 분이 넘어져서 골절상을 당하거나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가지 않음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는 중이다.


나도 더 나이가 들면 아버지처럼 다리를 절룩일 것이고 한 쪽 손이 부자연스러워 질것이며 어머니처럼 굽은 허리로 워커에 의지해 힘겹게 걸어다닐 것이며 마음대로 조절 되지 않는 신체기능을 원망하며 생을 이어갈텐데 지금 두 분의 마음은 어떨지.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은 무엇이든 예뻐보이고 무얼해도 똑똑해보일텐데 운동을 시켜드리려 동행한 아들을 동네 할머니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어머니의 으쓱함이 나의 불순함과는 다르게 포장되는 하루가 부끄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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