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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설의 미학

힐링 에세이

by 한결

[에세이] 배설의 미학

민병식


원거리 출장이나 여행을 하다보면 휴게소에 들러서 화장실 사용은 필수다. 우리나라의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은 청결과 편리성 면에서 최고다. 많은 나라를 가본 것은 아니지만 내가 여행한 나라 중에서 그 어디를 통털어 우리나라 만큼 적재 적소에 휴게소가 있고 화장실 시설이 잘 되어 있는 곳은 드물다. 예쁘게 잘 만들어놓은 화장실에서 볼일을보는 기분은 정말 상쾌하기까지 한데 거기에 더해 베이컨이나 칸트같은 유명한 철학자의 명언도 만나고 반 고흐 등 유명화가의 그림 까지 만나니 이제 화장실은 생리적 현상의 해결 뿐만이 아닌 문화, 예술적 욕구에로의 충족까지 그 범위가 넓어졌고 우리나라는 원초적인 배설을 문화와 예술의 영역까지 확장한 세계 최고의 문화국가임에는 틀림이 없다.


인간의 3대 욕구인 식욕, 성욕,수면욕은 모두 배설과 관련이 있다. 배설은 우리 인간에게 있어서 생존의 필수 조건이라고 볼 수 있는데 가장 하위의 원초적 욕구가 충족되어야 그 다음 욕구를 원하게 되고 바로 가장 하위에 있는 욕구는 제일 먼저 해결되어야 생리적 욕구다. 바로 이 세가지 생리적 욕구는 결국 배설이라는 또다른 생리적 욕구로 귀결되어진다고 볼 수 있겠다. 예전에는 살기 위해서먹었지만 지금은 먹기 위해 산다고 할 정도로 음식문화가 발달되었다. 눈으로 먹고 코로 먹고 나중에 입으로 먹는다고 말이 있듯이 음식에도 감각적 아름다움을 부여하는 일상이 된 것이다. 음식의 종류도 많고 언제 어디서든 맛난 음식을 만날 수 있다. 미각으로 쾌락을 느끼고 싶은 인간의 욕구가 언제든지 취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그 쾌락은 또 다시 배설의 쾌락으로 이어지고 자연스레 쾌락의 순환 구조가 이루어진다. 성욕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성욕을 종족 번식의 본능만이라고만 단순히 정의할 수 없다. 성욕은 성적 쾌락을 위한 배설을 목표로 한다. 거기에는 육체적 쾌락을 얻으려고하는 것도 있지만 상대를 사랑하고 싶다는 정서적 욕구와 소유욕이 묘하게 결합된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다는 분출이다. 수면욕, 이 세상에서 잠을 자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동물은 없다. 수면은 휴식을 취하는 동시에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독소를 배설하는 시간이다. 푹 잠을 자거나 피곤할 때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나 개운한 상태를 우리는 꿀잠이라고 표현한다. 수면시간이 부족하거나 설잠을 자면 그 다음날 정상적인 신체 상태를 유지할 수 없는 것은 피로의 배설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기인한다.


인간의 3대 욕구가 배설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은 순환의 구조이다. 내 몸안에서 무언가를 배출하고 비워내는 욕구는 또 다른 채움을 요구한다. 즉, 인간은 배설함으로써 욕구가 일어나고 그 욕구가 내 안에서 매끈하게 처리되어 방출하면서 쾌락을 느끼는 카타르시스의 상태에 도달한다. 깨끗하고 안락하게 꾸며놓은 화장실에서의 배설 , 사랑하는 사람을 갖고 싶은 이성에 대한 분출, 잠을 잠으로써 노폐물을 내보내고, 또다시 무엇인가를 입력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상태 갖는 것, 우리의 처음과 끝에 배설이 있다.


삶은 먹고 배설을 하는 하나의 동그라미다. 우리는 그 동그라미 안에서 끝없이 순환하며 꼬리잡기를 하고 있다. 어디 식욕, 성욕, 수면욕의 3대 욕구뿐만 그럴까. 마음의 욕구와 배설 또한 중요하다. 살면서 돈, 지위, 명예를 섭취하려고 갖은 애를 쓰면서 연민, 사랑, 양보 등은 내어

놓으려하는지, 내 욕구의 충족을 위해 타인에게 질시, 모함, 피해만을 배설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수시로 돌아봐야한다. 내가 잘먹고 잘자고 잘싸는 것이 중요하듯 타인에게도 중요한 것이다. 거짓과 위선, 질투와 속임 등 악함을 배설하지 않는 삶에게선 사람 냄새가 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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