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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Nov 17. 2023

노년 최고의 복은 간병인 복

초고령화 시대 에세이 7

[초고령화 시대 에세이] 노년 최고의 복은 간병인 복

민병식


매주 일요일 마다 어머니를 모시고 노인복지관을 방문한다. 혼자 다녔다가는 꼭 사고를 작정하고 초래하는 것과 같기에 어머니의 외출은 늘 보호자가 곁에 있어야한다. 오늘 어머니가 어깨가 아파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꼭 옆에 붙어서 봐야한다고 아버지께서 신신 당부를 하신다. 어깨가 왜 아프냐고 물었더니 누가 뼈에 좋다는 가시오가피 나무를 주었는데 끓여서 차로 마시겠노라고 커다란 주전자에 넣고 끓인 후 그것을 내리다가 힘에 부친 후부터 아프다고 하신다.


"어머니. 보호사 아주머니 있을 때 끓여 달라고 좀 하세요. 이제 다치면 고령 때문에 수술도 못해요."


또 병원에 입원할까봐 겁이 더럭 난다. 다치면 특별한 처방도 없거니와 수많은 검사와  진료 들,  이미 여성으로써의 관능미를 상실한 연세이지만 아들이 환자복으로 갈아 입히는 것을 부끄러워

하셔서 간병인을 구할 때까지는 내가 돌봐 드려야 하는데 참 어렵다. 더우기 병원에 입원하게 되더라도 간병인을 구하는 것이 어렵거니와 좋은 간병인을 만나는 것은 복이 있어야한다.


복은 삶에서 누리는 좋고 만족할 만한 행운, 또는 거기서 얻는 행복을 말한다. 우리 민족에게 있어 복이란 행운이나 행복을 뛰어넘어  그 무언가 더 좋은 의미가 숨어 있는 듯하다. 우선 새 해가 되면 제일먼저 하는 말이 '새 해 복 많이 받으세요'이며 지금은 많이 쓰이진 않지만 옛날에는 이름가운데 복자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고 복조리, 복주머니, 복돼지 등 복은 우리 생활에 있어서 아주 밀접할 뿐만 아니라 누구나의 삶에 커다란 의미로 작용

되어 왔다.


그렇다면 복 중에서 최고의 복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로수터 사랑을받고 도움을 얻어 일이 술술 잘풀린다는 인복, 돈이 저절로 굴러들어올 정도로 하는 일마다 잘 되어 부자가 된다는 쇳복 등 여러

가지 복이 있는데  수많은 복 중에서 최근 내가 새롭게 발견한 복이 있는데 바로 간병인 복이다. 지금 여든이 넘으신 부모님께서는 워낙 연로

하신데다가 아픈 곳이 많아 주간에는  요양보호사

가 와서 밥과 빨래를 해주는 것은 물론 간편한 진료시에는 병원을 모시고 가기도 하여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정기검사일에는 내가 월차를 내어 모시고 가는데 하루 이틀 정도야 크게 부담이 가는 것은 아니나 문제는 병원에 입원할 때이다. 두분이 교대로 입원을 하시는데 그땐 꼭 간병인을 구해야한다. 내가 보호자 역할을 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회사를 장기간 비울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간병인을 구하는데 내가 할일을 돈에게 미루며  내 가정, 내 직장을 핑계로 자기 변명을 하는 모습이 스스로 부끄럽기도하다. 자식된 입장에서 착하고 좋은 간병인이 함께하여 당사자가 조금 번거롭더라도 부모님 비위를 잘 마춰 드리고 살뜰히 보살펴드렸으면 좋겠건만 모든 사람이 다 같지 않듯 부모님의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 들이 분명히 있다.


올해 봄에 어머니께서 뇌경색으로 인한 어지럼증

으로 쓰러져 쇄골 골절을 당해 입원하신 적이 있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기간 동안 간병인을 썼었고 퇴원 후에도 혼자 보행이 어려워 화장실 갈 때 등 집안 거실에서의 이동조차 자유롭지 못했고 아버지 또한 당신 한 몸 가누는 것도 버거워하셔서 어머니를 돌볼 정도의 상태가 아니었기에 입주 간병인을 쓸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빨리 구하기는 했는데 최선이었는데  문제가 일어나고 말았다. 처음 며칠은 친절하던 입주간병인이 날이 갈수록 상전이 되어가는거다. 수백만원의 월급을 주고 고용했음에도 주객이 전도되어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께 불친절 해지기 시작했고 산책시키는 것과 목욕시키는 것에 대해 무성의하게 일관했다고 한다. 간병인이 김치를 담근다고 하더니 그 김치를 쉬는 날 자기집으로 가져가고 자신은 어머니의 간병인이기에  어머니만 밥을 차려주고 어머니가 드신 밥 그릇만 설거지할 의무가 있다며 어머니 식사하실 때 아버지 밥도 함께 차려드린다면서 그 부분에 대한 돈을 더 달라고 하던 날, 아버지께서 크게 대노하시고 말았다.


노인이 되어 아프고 몸이 불편하면 노인만 불쌍하다. 지금은 정신이라도 깨어있어 항의라도 할 수 있으나 더 힘이 없어져 정신까지 혼미해지면 그 서러움을 어찌할 것인지. 요즘 심심찮게 뉴스에서 볼수 있는 요양원 노인학대 사건은 남의 일이 아닌 이제 내 앞에도 조만간 벌어질 일일 수도 있는 것이다. 마음같아서는 직장을 그만두고

서라도 부모님 수발을 하고 싶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자식복, 며느리복도 중요하지만 인생말년에 꼭 필요한 인복이 있다면 간병인 복이다.병원에서도 집에서도 수많은 간병인을 접해왔지만 자신의 부모만큼은 아닐지라도 직업에 대한 의무감과 노인 돌봄에 대한 사명감과 긍휼함을 갖춘 간병인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이다. 어려운 직업이지만 힘들게 돈을 버는만큼 그 정당함까지 갖추었으면 하는 마음이 절실한데 입주 간병인을 두고 수백

만원의 월급을 주고도 학대당할까봐 겁이난다. 늙음이 죄가되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누구나  늙고 병이 드는데 이 사실을 모두가 잊고 사는 듯하다.


비가 오면 바닥이 미끄러워 복지관으로 운동을 못간다고 싫어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아는지 이른 아침부터 제법 내리던 비가 그치었다. 노인복지관

까지 어머니의 발걸음에 보조를 맞추어 아주

천천히 걸으며 대화를 나눈다.


"어머니 벨트 맛사지기 그거 얼마 안하는데 사드려요?, 이제 겨울인데 눈오고 땅 얼고 해서 혹시 운동 못 가는 날 있으면 집에서 하시게"


"괜찮아. 집에 놓을 곳도 없고 난 이게 좋아."


어쩌면 어머니는 일요일 오후에 운동하는 그 짧은 시간이나마 아들과 함께하고 싶으실지도 모른다. 어느새 복지관 앞이다. 비록 이것이 평소에 잘한 것이라고는 하나 없는 불효자인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이라고 생각하면 심히 부끄럽지만  어머니께서 살아계시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하니 그저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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