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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Sep 13. 2024

잘 먹고 잘 싸기

공감 에세이

[에세이] 잘 먹고 잘싸기

한결


지난 여름,  나의 부친께서 비정상적인 배변

활동으로인해 병원해 입원한 적이 있었다. 평소에 변비가 있어서 상비약을 드시는데 통 듣지를 않아 동네 내과에서 변비 약을 지어 먹었더니 설사가 멈추질 않더란다. 그런데 꾸룩꾸룩 배가 아프니 이번엔  설사약

을 먹고 힘이 빠져 누워계시는 아버지를 부축해 부라부라 병원으로 모시고 가 CT를 찍었더니 변비도 아니고 소화기관에 문제가 있는 것같다고 하면서 워낙 고령이니 입원을 하여 경과를 지켜보잔다. 2주간 입원했다가 퇴원 후 잠잠한가 싶더니 이번엔 방광에 문제가 생겨 응급실로 모시고가 소변을 빼냈는데 소용이 없어 한 밤중에 같은 증상으로 또 응급실을 방문해 소변줄을 차고 돌아왔다. 아버지가 너무 힘들어 하시는 걸보니 가슴이 아프지만 병원을 모시고  가는 것 외에  어찌해드릴 도리가 없다. 그래서 어른들이 집안에 의사나 약사 하나 쯤은 있어야한다고 말씀하시는 모양이다. 아버지는 지금까지 변비약을 조절하며 드시고 있고 소변은 그 뒤로 병원에서 방광에 물을 넣고 빼는 치료를 통해 겨우 원래  기능을 되찾으셨다. 가슴을 쓸어내린다. 폐렴으로 입원했다가 퇴원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소화기관과 비뇨기에 또 문제가 생기다니 얼마나 답답하셨을까를 생각하지만 당사자가 되어보지 않고서는 그  고통을 모를 일이다.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신다.


"노인이되면 이렇게 소화기관이나 비뇨기 질환이 자주 생기는데 잘못하면  삶의 질이 확연히 떨어집니다. 신경써서 잘 관찰하고 돌봐드리고 다음 번 진료 때 꼭 함께 오세요."


"아버지. 약드시면 좋아진다니 제 설명 꼭 명심하시고 잘 기억하셨다가  하라는대로만 하셔요."


아버지는 그 때 의사의 지시를 내게 전달받아 꼼꼼히 복용 설명을 받아 적으셨다.


어머니 또한 신체가 부자연스럽다. 평일은  요양병원에 머물지만 주말은 외출을 시켜 병원에서 가까운 부모님댁으로 간다. 휠체어에 태워 이동하기에  어렵지는 않지만 배변이 가장 문제다.    인지능력이 있는 어머니는 기저귀를 차고 있어도 꼭 화장실을 가려하신다. 부축해서 화장실을 가는 것도 문제지만 기저귀를 채우고 풀르는 일이 보통 번거로운게 아니다. 어머니도 한 여성이기에 아들에게 조차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아 혼자 엉거주춤 일어서서 뒷처리를 하다가 넘어진 적이 한 두번이 아니기에 모시고 화장실 다녀오는데 진짜 애를 먹는다. 그럴 때마다 화를 억누르려하지만 쉽지 않다. 그때마다 돌봄은 선과 악을 넘나드는 것이며  나에게 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도리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연약함과 한계가 있다는 것에 대해 슬픔에 잠긴다.


우리가 삶의 질이라는 말을 논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어떻게 자기계발을 하고 일과 휴식이 적절히 분배된 한 때 유행했던 말인 저녁이 있는 삶이라든가 명상을 한다든지 등의 여유를 찾는 정신적 만족을 일컫기도 하고 일년에 몇차례씩 해외여행을 간다든지 하는 새로운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기준에 따라 정하기도 한다. 인간의 3대 욕구중 하나인 생존을 위한 필수 아이템인 식욕은 경제가 발달하고 소득수준이 올라감에 따라 생존을 넘어 얼마나 맛있나, 얼마나 건강에 이로운가를 따지는 먹거리를 추구함

으로써 삶의 질을 좌우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있다. 바로 소화와 배설이다. 만원짜리 음식을 먹든 십만원짜리 먹든 음식물은 소화기관을 거쳐 최종 출구로 배설을 하게 되어있는데 소화와 배설이 불편하다면 바로 삶의 질이 형편 없이 낮아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는 음식의 가격이 아니라 것이 어떤 종류의 음식을 먹느냐가 더 중요함을 말한다. 고기보다는 생선이나 야채 위주의 식단을 꾸미는 이유가 다 여기에 있다.


잘 먹고 잘 싸는 것은 삶의 질을 출발시키는 원점이다. 잘 못먹는데 어찌 잘 쌀수 있고 잘 못싸는데 어찌 잘 먹을 수 있을까.  가장 원천적인 것이 해결 되지 않으면 그 다음의 삶의 질을 따질 수 없다.. 음식물 섭취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달리기로 따지면 출발할 때 다리에 쥐가 나는 것과 같고 잘 배설하지 못하는 것은 골인 지점에 이르러 힘이 빠져 완주를 못하는 것과 같다. 태어나서부터 가장 먼저하는 일이 먹고 배설하는 것처럼 죽음에 이르러서도 먹고 배설하는 인간으로 마감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인간의 존엄, 가치는 잘먹고 잘 싸는데서 출발하고 끝난다는 이야기가 된다. 잘 먹고 잘 싸기는 취미, 자기계발, 교제  등 삶의 질을 좌우하는 그 어떤 요소 들보다 우선에 있고 가장 중요한 삶의 질이다.


나 또한 점점 나이가 들어 인생의 후반기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난 언제까지 잘먹고 잘 쌀 수 있을까. 혹시 지금이야 괜찮다고 해도 언젠간 부모님처럼 늙고 병약한 몸이 될텐데 미리 걱정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요양보호사나 간병인이라도 타인의 손에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기에 마음이 착잡해져옴은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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