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들이 보고 싶은 날

휴식 에세이

by 한결

[에세이] 아들이 보고 싶은 날

한결


군 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는 아들 면회를 가는 날이다. 6월 6일 현충일에 갔다왔으니 약 한 달 반만이다. 9월에 휴가를 나온다하니 타이밍이 딱 좋다. 지난 번 먹었던 한우 모듬구이를 먹고 싶다고 하여 회관을 예약했고 녀석이 좋아하는 과일인 아이스 박스에 얼음을 채워서 가져가려한다. 오랜만에 아들 얼굴을 볼 생각하니 벌써부터 흐뭇하다. 하루가 지나고 새벽같이 일어나 수박을 썰고 복숭아 등 과일을 준비하다보니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드디어 출발, 포천을 향해 내달려보자. 여름이 한창 기세를 올린다. 태양은 지글지글 지구를 데우고 중간지점인 남양주 휴게소에서 아이스 커피 한 잔 살짝, 후끈한 열기를 식혀본다. 돌아올때는 피곤하지만 아들을 만나러가는 길은 늘 설레고 기쁘다.


아들은 특급전사가 되기 위해 노력한 끝에 체력테스트, 사격 등을 모두 통과하고 필기과목인 정신전력만 남겨두고 있다. 순둥이 였던 아들이 군대가서 특급전사를 노리다니 기대 이상이다. 초반에 폐렴에 걸려 애를 태웠고 선임들 눈치보랴 적응하랴 고생하더니 이제 후임도 생기고 점점 군생활에 익숙해지는듯하여 참 다행이다. 자식을 멀리보내놓고 물가에 어린아이 내놓은 듯 참 걱정이 많았는데 물론 지금도 늘 걱정하고 있지만 그나마 조금은 안심이 된다.

드디어 위병소 앞에 도착했다. 잠시 후 아들 녀석이 나온다. 가뜩이나 피부가 까만데 훈련에 작업에 새까맣게 피부가 그을렸다. 그래도 건강해 보여서 좋다. 엄마, 아빠가 보고싶었단다. 대학교 다닐 때는 매일 친구들 만나느라 대화는 커녕 얼굴 볼 시간도 없었는데 이 더운 여름에 훈련을 빢세게 받더니 부모 생각이 났나 보다. 군인 회관으로가서 고기를 먹인다. 이 더위에 잘 먹어야 버틸텐데 육류를 좋아하는 아들, 새끼가 잘 먹는 모습을 보니 난 안먹어도 배가 부르다.


회관이 부대밖에 있어서 한 시간 삼심분의 점심시간을 마치면 다시 부대 내 면회실로 가서 면회를 계속 하는 구조다. 식사하기전 영외 px에 들렸다. 하이볼을 만들어 먹으려고 양주 두 병을 샀다. 시중보다 싸서 득템한 기분이지만 통장에서 돈은 쭉쭉 빠진다. 아끼는게 잘 사는건데 아이고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가듯 역시 유혹은 떨칠 수가 없다. 수박, 복숭아, 체리 등 준비해간 과일을 먹으며 군대에서 있었던 재미난 일화와힘든 점등을 조잘조잘 잘도 떠든다. 원래 말이 별로 없는 녀석인데 힘든 군생활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듯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갑자기 마음이 착잡해진다. 아들을 억지로 떼어놓고 오는 기분, 미안하기도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이 무더위에 계속 고생할 아들을 생각하니 만날 때는 좋았는데 돌아서는 발걸음이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다. 아마 아이를 군대에 보낸 부모들은 두 다리 뻗고 자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물론 요즘은 저녁시간에 휴대폰도 되고 처우도 많이 좋아졌다. 그러나 아이들도 예전처럼 강하지 않다. 그러나 전역을 하고 나면 한층 성숙해지리라 믿는다. 군대에서 배울 것 중 가장 제일이 인내와 책임감이다. 요즘 회사에 입사한 MZ 세대들도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오고 아니고가 큰 차이가 있다.

내 밑에도 군대를 다녀왔거나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젊은 친구 들이 여럿 있는데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친구들은 공부는 잘했을지 몰라도 사회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더구나 자기 자신의 능력과 그에 따른 윗 사람이나 주변의 평가를 모르는 듯하다. 중요 보직은 어림없다. 뭘 시키면 빵꾸를 내니 믿고 맡길 수가 없으니 아마 장래에 회사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어제 면회를 다녀왔는데 녀석이 보고 싶다. 문자를 보낸다. 힘들텐데 잘 참아줘서 건강히 있어줘서 고맙다고, 전역하면 기념으로 멋진 곳으로 가족여행 가자고 아빠가 늘 응원하고 사랑한다고, 콧날이 시큰해진다.

keyword
한결 도서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에세이스트 프로필
구독자 4,169
이전 20화만신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