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에세이
[에세이] 만신창이
한결
아버지의 손에 이상이 생겼다. 손목이 아프시다는데 손가락 끝이 저리고 통증때문에 잠을 못주무신단다. 평소다니던 병원에서약을 타다먹고 물리치료를 매일 하는데도 차도가 없으신가보다. 결국 대학병원을 찾았다. 진단은 '손목터널증후군' , 아니 휴대폰도 옛날 폰이고 컴퓨터도 못하시는데 왠 손목터널증후군, 손목을 너무 많이 쓰면 올 수 있단다. 예전에 우측 손바닥에 균이 들어가 수술을 하고 항생제도 잘 듣지 않아 고생고생 끝에 손가락을 쥘 수 없을정도로 후유증이 남았는데 이 번에는 왼 손이다.
아버지의 몸은 성한 곳이 없다. 허리 수술부터 고관절, 무릅에 이젠 손가락까지 칼을 안댄 곳이 어없고 해마다 한 두차례씩 입원을 하고 자잘한 감기, 변비.피부, 거의 매일 가신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양병원에 입원한지 1년이 넘어가는 어머니 수발에 이젠 점점 아버지까지 쇠약해지시니 내 어깨는 점점 무거워지고 아버지까지 요양병원에 모시게되면 앞으로 어찌해야할지 답답하기만하다. 노인이 된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마음은 있는데 몸이 따라주지 못하는 것만큼 서러운 일이 있을까. 그 과정을 겪는 부모님을 보면서 착잡하다 못해 서글프기까지 하다. 젊으셨을 때는 내게 마냥 큰 산이었지만 이제 점점 작아져 몇걸음 못걸으시고 휠체어에 몸을 맡기는 아버지, 해마다 점점 연약해지는 아버지를 볼 때마다 아버지의 건강에 대한 걱정과 향후 내가 감당해야할 몫에 대해서도 겁이난다.
어머니가 요양병원에 들어가시기 전이었다. 뇌경색과 알츠하이머 판정으로 평일엔 연가를 내어 치료를 위해 다니고 토요일엔 물리치료로 이곳 저 곳 병원에, 일요일은 노인복지관에 모시고가 운동을 시켜드리러 다닐때였다. 그렇게 운동을 시켜드리고 넘어지지 않도록 절대로 혼자 움직이지 말라고 말씀드렸는데 계속 혼자 약을 사러간다, 미용실을 간다고 나가 넘어지면서 다쳐 119 구급대에 응급실로 오라는 전화를 받고 일하다가 뛰쳐나가기를 몇차례, 그때마다 입원을 시키고 간병인을 구해야하는 번거로움에 어떤말을 해도 소용없는 어머니가 원망스럽고 화가나 집에 돌아와 내 책장을 넘어 뜨리고 혼자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더랬다.
"이제 제발 좀 들으시라구요 좀"
결국은 아버지가 두 손 두 발을 다 드셨다. 어먼ㅣ가 새벽에도 화장실가겠다고 혼자 넘어지기를 수 차례 그 스트레스로 아버지까지 입원을 하게 되자 먼저 제발 어머니를 병원에 보내자고 재촉하셨다.
노인 돌봄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입장을 헤아리지 못한다. 본의아니게 불효자가 되어가는 과정은 나를 파괴시키고 가정의 평안을 해치며 형제 간 불화를 불러오기도 한다. 거기에 더해 경제적 제반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장기요양장애등급 판정은 국가에서 비용을 보조해주고 요양원시설에 보내거나 요양보호사가 집에 방문하여 하루에 몇 시간 도와주는 두가지로 나뉘는데 하루종일 곁에 있지 못한다. 또 요양원에 입소하면 적은 금액으로 버틸 수 있으나 의료 체계가 전무하다시피하다. 요양원에 있는 부모들은 자식이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다. 대신 나의 경우처럼 의사가 24시간 상주하는 요양병원은 그나마 나은데 비용이 내가 계산한 것을 넘어서 병원비를 제외하고도 상상외로 들어가는 돈이 많다. 국민연금 몇 푼 갖고는 택도 없는 이야기이고 특별히 재산이 없는 가정은 집도 팔아도 몇 년 버틸지 모른다.
아버지 병원 치료를 마치고 회사를 출근하는 길, 등에서 땀이 줄줄 흐른다. 회사에 들어와 일단 에어컨에 몸을 맡기고 휴식을 취하며 상념에 젖는다. 건강하게 살다가 편안하게 죽음에 이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마 모든 이들의 소망일텐데 그건 아무도 모른다. 난 어찌될까. 지식들 힘들게 하고 싶지 않은데, 계속 병원을 모시고 다녀야하고 수시로 입원하는 아버지와 혼자 걷지도 못하면서도 욕구는 아프기 이전과 똑같아 늘 24시간 눈을 뗄 수없는 어머니를 보면서 초고령화 시대의 삶이 만신창이가 될듯한 걱정에 자꾸 생각이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