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에세이
[에세이] 노봉방주
한결
자연에서 살아가는 내 또래 남자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시청하는 중 말벌집을 채취하는 장면이 나왔었다. 산에 집을 지은 말벌들을 잡아 소주에 담그는 거다. 이 때 쓰는 소주는 일반적으로 먹는 소주가 아니라 담금주를 담글 때 사용하는 것이 따로 있다고 했다. 모자가 달린 하얀 옷을 입고 벌집을 채집하는 장면을 보니 나도 해보고 싶은 충동이 파도처럼 일렁인다. 더군다나 동의보감에 나와있을 뿐 아니라 노봉방주가 남자한테 그리 좋다니 더욱 욕심이 났는데 기회가 닿지 않았고 언젠가 귀촌을 하게 되면 노봉방주를 직접 담궈 보고 싶다는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었다.
얼마전 주말에 고향에 내가 살게될 터를 관리하깅더해 간적이 있었다. 터 주변을 살펴보고 위쪽의 비탈길을 오르다 갑자기 주변에서 '붕붕' 소리가 난다. 갑자기 벌 한 마리가 내 머리 근처를 날아다닌다. 말벌이다. 소리도 소리거니와 엄지 손가락만한 크기가 압도적이다. 순간 동작을 멈춘채 가만히 서 있었더니 날아가버린다. 잠시 후 이번엔 말벌 여러마리가 나타나 바쁘게 날아다니고 소리도 커졌다. 자세히 보니 비탈에 집을 지은 말벌 들이 주변을 날아다니는 거다. 갑자기 말벌집을 따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나 방충복도 없고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는 바로 응급실 행 일터 나중에 올 때 처리하기로 하고 벌집의 위치를 기억하기 위해 창고에서 끈을 가져다가 벌집 옆에 있는 나무에 끈을 매달아 놓으려고 하는 순간 위협을 느꼈는지 벌이 달려든다.
예전에 군대 있을 때 어느무덤가에서 벌에 쏘인적이 있었고 그때 호되게 당했는지라 그 위력을 잘알고 있기에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잡싸게 도망쳤다. 말벌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해충을 잡아먹지도 하지만 꿀벌도 죽인다. 어쩌면 인간의 특성을 갖고 있다고도 하겠다. 그러나 자신을 위협하지 않는 한 상대를 쏘지 않는다. 즉, 생태계의 법칙과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만 침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게 인간과 차이점이라고 할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떤가. 물론 모두 나쁜 사람만 있다는 뜻은 아니다. 선하고 법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들도 많고 자신을 희생해가며 타인에게 선행을 베풀고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하며 살아가는 좋은 사람도 많다. 반면 우리나라 생태계를 파괴하는 외래종처럼 사회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일들도 많이 일어난다.
은퇴 후 5도2촌이나 4도 3촌의 생활을 꿈꾸고 있는 즈음 약초나 나물, 그리고 생태환경까지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자연환경이 좋으면 좋은 약초도 나오고 귀한 버섯도 나온다. 그러한 것들은 약재로 활용되어 아픈 사람들에게 도움이되고 건강식재료가 된다. 그러나 무분별한 도시 개발이나 자원 남획을 하면 생태계는 파괴되고 소중한 자원들이 파괴가 되어 자연은 황폐화 되고 만다. 원인은 욕심이다. 마친가지로 권력, 재물에 대한 욕심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어지럽힌다. 집의 처마나 길가에 있어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벌집은 제거하는게 맞지만 어쩌면 굳이 몸에 좋다고 노봉방주를 만들기위해 벌집을 제거하는게 맞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이런 깨달음을 주기위해 그 때 벌이 달려들지 않았을까. 천년 만년 살것도 아닌데 남을 속이고 자신을 속여가며 이룬 부귀영화가 무슨 소용있을까. 마음에 욕심 대신에 나눔을 채우면 온 세상이 건강해지는 사랑주가 만들어질텐데 하고 생각하게되는 말벌이 준 교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