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 에세이
[에세이] 목련꽃 나무아래
한결
3월 하순에 이르러 회사 정문 안쪽에 우뚝 서 있는 목련나무의 꽃눈이 엄지손톱만해지더니 어느새 봉오리를 맺고 하나 하나 꽃망울을 터뜨린다. 꽃샘추위로 내가 바짝 웅크리고 있는 사이 목련은 언제 세상에 고개를 내밀까 고심중이었는지 밤새 잠을 자지 않고 꽃을 피워내고 있다. 목련 꽃망울을 바라보노라면 막연히 봄이 오기만을 기다린 내게 이제 진짜 봄이구나하고 반가움을 더하는 것이 매년 이맘 때쯤이면 늘 보는 꽃봉오리지만 본격적인 봄소식을 전하는 목련이 너무 예뻐보이는 것이 꽃망울을 바라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꽃은 필 때가 있으면 질 때가 있다. 그 사이 주어지는 시간, 그 간극 안에서 자신이 가진 아름다움과 향기를 마음껏 발산하고다 천천히 사라진다. 그런데 목련꽃은 다른 꽃 들 보다 더 생애가 짧다. 언제 왔는지 모르게 조용히 왔사라진. 봄이 왔나 싶으면 사라진다. 그런데 그 사라짐이 아름답지는 않다. 신부의 웨딩드레스같은 고귀하고 순결했던 하얀색 꽃잎은 거리에 떨어져 누렇게 변색된 채 애처로운 최후를 맞는다. 혹자는 말한다. 목련은 피울때는 아름다운데 지고나면 흉하다고 말이다. 우리네 인생이 그렇지 않을까. 태어나서부터 유년기까지가 꽃눈을 틔우고 꽃봉오리를 맺는 과정이라면 청춘은 싱그러움이 가득 배어 봄 물가득 활짝 피어난는 꽃잎이다. 장년은 꽃잎이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꽃비의 모습이며 노년은 바닥에 떨어져 시들어가는 쇠퇴의 과정이다.
언젠가 어머니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본적이 있었다. 하얀 무명저고리에 양갈래로 따은 머리, 꾸미지 않았어도 20대의 어머니는목련이 한창 피어나고있는 3월의 모습, 청아하고 단아하게 피어난 아름다움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어머니는 땅에 떨어져 사라져가는 어느 누구도 예쁘다고 말하지 않는 변색된 모습이다.이젠 휠체어에 의지해 누가 밀어주어야 다닐 수 있고 혼자 화장실을 갈 수없어 기저귀를 차고 있는 어머니, 치매는 어머니에게서 예쁘고 단아한 모습은 다 빼앗아가고 고집과 불만과 분노의 일그러짐을 남겨놓았다.
난 내 새끼들만 챙기느라 언제 한 번 어머니를 흡족하게 해드린적이 있었던가. 어머니가 건강하실 때는 뒷전이었고 어머니 늙고 병든 지금은 성가신 존재다. 어머니가 안계시다면 피었다가 금방 떠나버리는 목련꽃을 아쉬워하듯 그리움만 남을런지도 모르겠다. 옛말에 내리 사랑이라는 말과 긴병에 효자없다는 말이 있다. 활짝 만개한 목련꽃도 목련이고 떨어진 목련꽃도 목련인것을 난 세상의 말들을 핑계로 불효를 합리화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고보니 목련은 잎이 피기 전에 꽃이 먼저 핀다. 그리고 잎이 자라면 꽃이 진다. 목련은 숭고하고 고귀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자신의 모든 것을 자식에게 넘칠 정도로 쏟아 붇고 시들어가는 어머니의 사랑을 나타내기에 딱 알맞은 꽃말이다.
목련꽃 나무 아래서. 목련꽃을 바라본다. 파랁하늘을 배경으로 흰색 꽃들이 너울거리고 어머니의 얼굴이 어른거린다. 마치 지기전에 실컷 보고 가라는 듯 은은한 잔잔한 바람에 너울거리고 어머니의 향기가 가슴에 스민다.